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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에 가려진 ‘예향의 도시’ 속살을 보다

남원 숨은 명소 둘러보기

  • 국제신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8-03-21 19:44:3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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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이 먼저 떠오르는
- 민족 명산 지리산의 관문

- 자연과 하나 되는 실상사
- 최명희 작가 소설 ‘혼불’
- 주요 무대인 전라선 서도역
- ‘화첩기행’의 김병종 화가
- 기증작품 전시한 미술관 등
- 다양한 볼거리가 수두룩

흔히 민족의 명산이자 어머니 산으로 부르는 지리산은 경남 함양 산청 하동,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넓은 지리산의 권역을 사방에서 도로가 에워싸는데 동쪽엔 대전통영, 남쪽으로는 남해, 서쪽으로는 순천완주고속도로가 지나고 북쪽으로는 광주대구고속도로가 동서를 가로지른다. 5개 시군 모두 지리산을 둘러싼 고속도로가 지나는데 이중 남원이 지리산IC라는 이름을 가져왔다. 시끌벅적한 밀고 당기기를 거치지 않고 선뜻 이 이름이 남원 땅에 붙은 건 그만큼 옛적부터 남원이 지리산의 관문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명희 ‘혼불’의 주요 인물인 효원이 신행을 올 때 기차에서 내린 곳이 서도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역사인 서도역은 전라선이 이설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남원시가 인수해 보존됐다.
남원이라고 하면 춘향과 광한루를 우선 떠올리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가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남원은 지리산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청정한 자연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또 ‘혼불’의 최명희와 ‘화첩기행’의 김병종 같은 예술인도 고향 남원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광한루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남원의 볼거리를 찾아봤다.

■지리산 품에 안긴 인월·산내·운봉

   
남원이 지리산의 관문이라는 건 사실 옛날 서울에서 지리산을 찾을 때 가장 가까운 곳이 남원이었기에 나온 말이다. 그러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딴죽을 거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남원은 여전히 지리산의 관문 구실을 한다. 뱀사골계곡이 산내면에 속해 있고 함양 땅의 백무동·한신계곡이나 칠선계곡을 찾는 길도 남원 땅 인월을 거쳐 간다.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이 온전히 남원에 속해 있고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주천~운봉 등 4개 구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남원을 지난다.

뱀사골 들머리의 산내면 소재지에서 함양 마천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개울 건너 자리 잡은 실상사와 만난다. 9세기 초반에 세워진 실상사는 천년고찰로서의 역사와 문화도 소중하지만 지리산과 하나 되는 자연스러움이 더욱 돋보인다. 여느 고찰과 달리 부산스럽지 않고 고즈넉하다. 람천을 가로지르는 해탈교를 건너 실상사로 들어서면서 남동쪽 람천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멀리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창암산 너머 천왕봉이 올려다보인다. 동쪽과 남쪽에는 지리산 전망대인 백운산과 삼정산이 솟아 있다. 말 그대로 지리산의 품에 아늑하게 안긴 형세다. 실상사는 평지에 당우와 탑이 넓게 자리 잡아 보는 이의 마음마저 여유롭게 한다. 더욱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예스러운 분위기도 여느 사찰과 다르다.

   
봄비가 그친 뒤 실상사 동서 삼층석탑 뒤로 보이는 삼정산 자락에 걸린 구름.
실상사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이다. 이 바래봉의 입구인 서쪽 자락 운봉읍 해발 600m 지대에는 지리산허브밸리가 있다. 지리산 자생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75만 ㎡ 규모의 허브밸리에서는 자생식물뿐 아니라 다양한 허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음 달 문을 여는 허브 사이언스 파크는 이곳의 기후에 맞는 9종의 허브를 선별해 다양한 허브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또 직접 허브를 채취해 화장품을 제조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남원이 낳은 예인들

   
뒤로 소설 ‘혼불’의 무대인 노적봉을 배경으로 한 혼불문학관.
하동에 ‘토지’가 있다면 남원에는 ‘혼불’이 있다. 우리나라 대하소설의 대표작으로 꼽는 ‘혼불’은 작가 최명희가 자신의 고향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그는 혼신을 다한 역작 혼불을 마무리하고 2년 만인 1998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혼불문학관은 2004년 소설의 무대인 노봉마을의 가장 안쪽에서 문을 열었다. 역시 혼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노적봉 자락의 청호저수지 바로 옆이다. 혼불문학관 뜰에 서면 뒤로는 노적봉, 앞으로는 노봉마을이 손에 잡힐 듯하다. 전시관에는 그의 작품세계와 작품 속 무대, 그가 사용한 만년필 등을 볼 수 있다. 노봉마을로 들어서는 길에는 혼불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옛 전라선 서도역이 있다. 1932년 지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역사인 이곳은 빛바랜 나무 벽과 지붕이 소설 속으로 걸어들어온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김병종 화백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하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경.
작고한 최명희와 함께 생존한 남원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화가 김병종이 있다. ‘생명의 노래’ 연작과 ‘화첩기행’으로 잘 알려진 김병종은 남원 남서쪽 송동면 출신이다. 그가 기증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지난 2일 개관했다. 남원 시내에서 춘향테마파크를 지나 올라가면 산속에 자리 잡은 김병종미술관은 전시 중인 작품과 함께 전시실 통유리를 통해 자연을 또 다른 작품으로 끌어들인 곳이다. 김병종 화백은 소장 작품에 더해 판매한 작품을 자신이 다시 사들여 400점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한다.

■남원의 동의어 같은 광한루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시실.
그래도 남원에서 광한루를 보지 않고 가면 허전하다. 광한루원에 들어서면 보물로 지정된 광한루뿐만 아니라 오작교와 춘향사당, 완월정 등을 돌아보면 좋다. 광양이나 구례보다는 꽃 소식이 늦지만 광한루 앞에도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광한루원 남쪽에 있는 춘향테마파크에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들어서면 곧바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남원 출신 도공 심수관을 기리는 심수관도예전시관이 있고 산비탈을 따라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세트가 있다.


# 카드 한 장으로 유료 관광지·대중교통을 무료로

■ 전북투어패스

   
춘향테마파크의 조형물.
남원을 비롯해 전북지역을 여행할 때 ‘전북투어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전북투어패스는 전라북도가 지난해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도입한 것이다. 카드 한 장으로 주요 유료 관광지와 시내버스,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지역별로 참여하는 맛집과 카페, 숙박시설, 공연·체험에 특별 할인 혜택을 주는 자유이용권형 관광패스다. 이 카드는 남원을 비롯해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주요 관광시설과 60여 개 유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자유여행자라면 저렴하고 편리하게 지역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카드 종류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수가 다르다. 카드는 관광형과 교통형 두 종류가 있다. 관광형은 1일권, 2일권, 3일권이 있는데 각각 관광지 3곳, 6곳, 9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통형은 관광형 패스에 시내버스·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혜택을 추가했다.

전북투어패스로 남원지역에서는 도심의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항공우주천문대, 남원랜드, 운봉읍의 백두대간생태교육장 전시관, 수지면의 수지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광한루원과 공설시장, 용남시장 등 세 곳의 공영주차장도 2시간 이내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북투어패스는 홈페이지(www.jbtourpass.kr)나 쿠팡·인터파크·옥션·티몬 등에서 살 수 있다. 또 오프라인에서도 살 수 있는데 남원에서는 남원역 안내소, 광한루원 경외안내소, 춘향테마파크 인근 종합관광안내센터에서 판매한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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