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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5> 진해만 생태숲

벚꽃 화장 전, 민낯의 진해엔 비밀정원이 있다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3-07 18:48:2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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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구청 뒤 국내 최초 생태체험장
- 수목 145종·화초 105종 한 자리에

- 난대성 식물 즐비한 ‘온실’에 놀라고
- 해송 사이로 보이는 진해만에 감탄
-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엔딩 숨은명소

혹독했던 추위 속 만물의 힘겨운 겨울나기도 이제 끝이 보인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신음하듯 말라 비틀어지고 부서진 수목의 상흔은 지난겨울 강추위의 맹위를 보여준다. 늘 곁에 있어 그냥저냥 보아 넘겼던 우리의 숲이 기지개를 켤 시기. 숲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진해만 생태숲으로 초대한다.

■인간의 손이 더해진 초대형 숲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진해만 생태숲 길.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생태체험장으로, 수목 145종(7만349그루) 등이 심어진 곳이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진해만 생태숲은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생태체험장이다. 진해구청 뒤편 목재문화체험장과 청소년 수련원, 광석골 쉼터와 함께 조성됐다. 비자나무숲을 비롯해 굴거리나무숲, 동백나무숲, 후박나무숲 등 11개의 생태숲이 조성된 이곳에는 수목 145종(7만349그루)과 지피 및 화초류 105종(6만1474포기)이 심어졌다. 팔손이, 동백나무,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녹나무 등 희귀식물 90여 종과 145종 약 7만 그루의 난대림 식물을 품었다. 자연림에 인간이 ‘숟가락’을 얹은 이른바 생태숲이다.

이 숲의 접근성은 입을 댈 여지가 없지만 이번 숲길은 만만찮았다. 경사가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게다가 면적이 넓다. 적어도 서너 시간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걸어야 둘러볼 수 있다. 이 숲이 한 권의 책이라면 ‘줄거리’처럼 숲의 중요 지점을 요약해 주는 생태숲 해설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헤맬 수밖에 없는 규모다.

가장 먼저 생태숲 체험관 건물(본부 격) 왼편 편백 숲으로 향했다. 거대한 편백 아래 아기자기한 탁자와 긴 의자들이 있다. 독서와 사색의 최적지로 손색없는 곳이다. 사색이 깊어 몽롱해질 찰나 산새 울음소리가 귓전을 자극했다. 바로 아래에는 생태습지도 있다. 여름에는 연꽃의 군무가 백미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이어 체험관 오른쪽에서 본격적인 숲 탐방에 나섰다. 가시나무 숲을 지나 해송 숲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메마른 나무들이 저마다 고유의 향을 내뿜는다. 비자나무 군락이 보였다. 잎의 생김새가 아닐 비(非) 자를 닮아 이름 지어진 비자나무. 잎을 따 향을 맡아 보니 박하 향과 같은 냄새가 났다. 이 냄새 때문인지 비자나무 추출물은 구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중간지점에 약용식물 재배지가 있다. 기린초를 비롯해 앵초, 씀바귀, 금불초, 감국, 산국, 오미자 등 수십 종의 약용식물을 가꾸는 곳인데, 아직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오는 5월은 돼야 각각의 식물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해송 숲에 다다르니 멀리 진해만이 내려다보인다. 이곳 해송들은 지금껏 다른 솔밭에서 접한 나무와는 달리 비교적 날씬했다. 이 때문에 해송 사이로 진해만의 풍광을 담기 좋은 사진 촬영 포인트가 많았다.

다만 숲 탐방로 중간중간 숲과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가 길에 깔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공한 흔적인데, 숲과의 부조화는 감출 수가 없었다.

■벚꽃과 단풍 여행의 최적지

   
생태숲에서 내려다본 진해만.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진해만의 속살을 볼 수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길 초입에서 자세히 보니 입구에 벚나무가 즐비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진해 벚꽃 코스라고 한다. 경사가 급하다 보니 벚꽃이 만개할 때에는 산책로를 따라 떨어진 꽃잎이 산바람을 타고 흘러내려 가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다소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관광객에겐 솔깃한 정보다. 봄의 벚꽃과 함께 가을에는 단풍이다. 단풍나무 군락도 일품이었다. 군락의 규모와 나무의 높이, 이를 따라 만들어진 숲길을 보니 빽빽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단풍길이다. 늦가을 절정 때 단풍의 위세를 넉넉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탐방로의 끝에는 온실(사진)이 있다. 난대림을 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온실에 들어서니 난대성 수목과 다육식물, 선인장 등이 습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곳의 수목과 식물은 진정한 ‘온실 속 화초’였다. 지난겨울 한파가 거듭되면서 냉해로 온실 밖의 많은 나무가 생을 다했다고 하니 말이다. 겨울의 상흔에 허전하고 황망했던 이 숲에도 봄이 온다. 겨울을 이겨내고 나이테를 하나 더 늘린 이곳 벚나무와 함께 올봄을 만끽해보자.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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