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영화 ‘더 바디’ 한국 버전
- 원작 부담에 처음엔 출연 망설여
- 아내 역할 맡았던 김희애 선배와
- 나이 차이 전혀 못 느끼고 촬영

선과 악, 부드러움과 강인함,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공존하는 흔치 않은 배우 김강우가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개봉 7일)으로 관객과 만난다.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사라진 밤’은 국과수 시체보관실에서 아내(김희애)의 시체가 사라진 후 그녀의 남편(김강우)과 이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김상경)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사라진 밤’에서 재벌가 회장 아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 역을 맡은 김강우.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사라진 밤’에서 김강우는 재벌 회장인 아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아내를 죽인 남편 진한 역을 맡아 아내의 사체가 사라진 이유를 밝히고, 새 삶을 꿈꾼 내연녀를 지켜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김강우는 악역이지만 권력을 지닌 회장 아내와 굴욕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특별한 연기를 보여준다. 또한 아내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질리고, 마지막 반전에서는 회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MBC 새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오작두 역을 맡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강우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사라진 밤’와 ‘데릴남편 오작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데릴남편 오작두’가 지난 3일 첫 전파를 탔고, ‘사라진 밤’이 7일 개봉한다.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에 개봉하고 첫 방송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배우로서 기대가 크겠다.

▶‘사라진 밤’에서는 아내를 죽인 남편,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해맑고 긍정적인 산속의 약초꾼으로 등장한다. 너무 다른 캐릭터라 제 자신도 ‘아내를 죽이고 완전범죄를 꿈꾸며 산으로 들어간 오작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드라마 촬영과 홍보를 함께 해야 해서 몸이 힘들긴 하지만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쾌감도 있고,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기대감과 부담도 있다.

-관객과 ‘간신’ 이후 3년 만에 만난다. 비교적 오랜만인데, ‘사라진 밤’은 어떤 매력이 있나.

▶‘사라진 밤’은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는 구조가 다르다. 초반에 남편이 범인임을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남편의 심리를 따라간다. 그래서 저의 연기로 관객의 호흡을 이끌어가야 하는 재미와 부담이 동시에 있었다. 또 영화 시작 후 20분이 지나면 관객 분들은 각자 다른 추리를 하고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다.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였다고 들었다. 무엇 때문이었나?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재벌가 회장 아내의 사체가 사라진 후 용의자로 몰린 남편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라진 밤’.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리드미컬하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원작보다 더 나은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창희 감독님의 단편영화 ‘소굴’을 보고 신인감독이지만 믿고 같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캐릭터도 다 보이고 긴장감도 대단했다. 심지어 유머러스하기도 했다. 이 분이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발을 쓰윽 넣었다. 그리고 이 감독님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영화를 내놓았다.

-회장 아내 역을 김희애 씨가 맡았다. 김강우 씨와 나이차가 꽤 나는데도 잘 어울렸다.

▶설정 자체가 자기보다 어린 남편을 맞이한 것이라 나이 차는 못 느꼈다. 김희애 선배님과는 멜로를 하고 싶었는데 정통 멜로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예전부터 멜로 장르를 해보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원숙한 여배우와 하면 저의 다른 면이 보일 것 같았다. 그때 생각했던 분이 김희애 선배님이었다.

-하룻밤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국과수 사체보관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촬영도 힘들었을 것 같다.

▶국과수 사체보관실 장면은 세트에서 20일간 몰아서 찍는데, 하루 종일 찍다가 나오면 감옥에서 출소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있었다. 국과수, 그것도 사체보관실에서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고, 형사에게 용의자로 몰리면서 일 대 다수의 싸움을 펼쳐야 했기 때문에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룻밤이라도 해도 시간의 진행에 따라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20일간 잠도 덜 자고, 식사 조절도 하면서 미묘한 변화를 표현해야 해서 부담감이 많았다.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초반이라 순수한 약초꾼의 모습이지만 뭔가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다.

▶아마 후반부에 그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이 나올 것이다. ‘사라진 밤’이 오로지 전체 작품만 보고 선택했다면 ‘데릴남편 오작두’는 완벽하게 캐릭터만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삶에 관심은 많으나 배려심이 없고 중요한 순간에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제가 연기하는 오작두는 남의 삶에 관심이 없고 자신만 생각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하는데, 시청자 분들이 오작두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데릴남편 오작두’를 5월까지 촬영하고 마치고 예정된 것이 없다. 예전에는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한 작품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2년 전에 연기인생 15년을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연극 ‘햄릿’을 공연하면서 연기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제는 한 작품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하다 보면 다음 작품이 오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