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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이고 패이고…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지질 보물창고

경북 동해안 지질 명소 탐방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1-24 19:02: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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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양남면 천연기념물 주상절리
-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풍경 압권
- 바닷물 뿜어져 나오는 포항 구룡소
- 계단모양의 4개 호미곳 해안단구 등
- 동해 해수면 변동·지각운동 기록된
- 태초 비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

천혜의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경북 동해안. 해안가에 솟은 독특하고 기이한 형태의 바위가 푸른 바다의 새하얀 파도 거품을 장식으로 한 채 절경을 만들어낸다. 수천만 년의 신비를 간직한 이곳의 지질 자원은 지난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6년과 지난해 지진이 강타했던 경주와 포항이다. 태초의 비밀을 간직한 이곳에서 대한민국 지질 역사를 탐방했다.
천혜의 해안 경관을 가진 경북 동해안의 대표 지질 명소 3곳.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의 대표 선수 격인 경주시 양남면 해안에 있는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위)와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룡소의 해안형 돌개구멍(가운데), 일출 명소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 해안단구. 동해의 생성을 기록한 소중한 지질·지형 유산이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천혜의 비경 속 ‘해국’을 만나다

천년고도 경주는 약 1억3500만 년 전에서 약 6500만 년 전의 퇴적암과 화성암, 그리고 약 6500만 년 전에서 약 260만 년 전의 퇴적암과 화성암이 한반도에서는 드물게 섞여서 분포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양남면의 주상절리군은 천연기념물 536호로,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이 자랑하는 대표선수다. 주상절리는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압권은 둥글게 펼쳐진 부채꼴 주상절리. 절리가 부챗살처럼 누워있는 경관이다.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1.7㎞ 정도의 짧은 해안은 ‘파도소리길’로 이름이 붙었다.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 어린이와 함께하면 좋을, 평탄하고 편안한 해안산책길이다. 읍천항 주차장 입구에서 전망대를 목표로 걷다 보면 출렁다리가 있다. 여기서부터 주상절리의 절경이 시작된다. 이어 ‘하트 해안’.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쁜 자갈 해변이다. 그리고 조망타워, 전망대다. 높이 35m(4층) 조망타워는 주상절리군을 비롯해 양남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조망타워에서 본 주상절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함을 보여줬다. 조망타워 아래 조망공원에서 바라본 주상절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부채꼴 주상절리는 ‘동해에 핀 한 송이 해국’이라 불려도 아깝지 않았다. 새하얀 파도 거품과 갈매기는 주상절리를 빛낼 최적의 ‘장신구’였다.

조망타워 1층은 지질 상식을 볼 수 있는 소형 지질박물관 형태로 꾸며졌다. 이곳은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운 지질로, 동해가 형성된 당시의 환경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부채꼴 주상절리 외에도 ▷누워있거나 ▷기울어졌거나 ▷위로 솟은 주상절리가 있다. 용암이 식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주상절리의 모양과 크기가 결정된다. 마그마에서 분출한 1000도 이상의 용암이 냉각하면서 빠르게 수축해 용암의 표면이 가뭄을 겪는 논바닥처럼 갈라지듯이 오각형 또는 육각형 모양의 틈(절리)이 생긴다.

■구룡(九龍)의 전설과 바다 연못

국내 최초의 석굴사원인 경북 경주시 골굴암의 타포니.
한반도 최동단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의 구룡소(九龍沼)는 아홉 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연못이다. 그런데 이 전설 속 연못은 사실 해안형 돌개구멍이다. 바닷물에 의해 자갈이 움직이면서 암석을 깎아 만든 접시 모양의 움푹 팬 곳으로 ‘바다 위 숨겨진 보석’으로 불린다. 구룡소 일대의 몇몇 돌개구멍은 바다와 연결된 뚫린 형태여서 바닷물이 구멍을 통해 뿜어져 올라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구룡소의 용트림을 연상케 한다. ‘구룡소의 전설’은 결국 이곳의 특이한 지질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호미반도 둘레길에 있는 구룡소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흔한 자동차나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을 이용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에 전화를 해 주소(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 414-1)를 알아내 찾아가야만 했다. 자동차가 최대한 갈 수 있는 길에 도착하면 바닥에 ‘호미반도 둘레길’이라 적혀 있다. 그 길을 따라 300m가량의 해안길을 걸으면 구룡소 안내표식이 있고, 덱을 따라 조성된 언덕길을 오르면 된다. 구룡소 돌개구멍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지질공원 공식 홈페이지상 사진과는 달리 다소 높은 곳이다. 그래도 파도 거품을 뿜는 구룡소 돌개구멍의 진가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구룡소에서는 돌개구멍과 함께 ‘타포니’를 볼 수 있다. 암석에 박혀있던 돌조각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구멍에 소금알갱이가 들어오면 주변 암석을 깎아 더 큰 구멍을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큰 구멍들이 모여 마치 벌집처럼 보이는 지형을 타포니라고 한다.

포항시에 있는 내연산 12폭포 중 쌍폭.
다음은 국내 최고의 일출 명소인 호미곶이다. 호미곶은 한반도를 호랑이에 비유해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일출 명소다. 이곳 호미곶 해안가에 서서 육지 쪽을 바라보면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계단 모양의 해안단구를 관찰할 수 있다. 호미곶의 상징 ‘상생의 손’ 조형물 주위다. 4개의 단구면(평평한 땅)으로 구성된 호미곶 해안단구 가운데 그나마 식별이 가능한 곳은 해안선과 같은 높이에서 파도에 의해 계속 깎여 나가는 단구면이다. 이러한 호미곶 해안단구는 동해가 열리면서 만들어진 해안이 융기하면서 생성돼 현재까지 있었던 동해 해수면 변동과 지각운동을 기록하는 소중한 현장이다.


# 영덕·울진 등 희소성 있는 지질공원 즐비

■ 그 밖의 경북 지질·지형 명소

경북 동해안을 따라 경주, 포항, 영덕, 울진에는 아름답고 희소성 있는 지질·지형 유산이 즐비하다. 이곳은 지난해 9월 환경부 심사를 거쳐 인증을 받아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이 됐다. 동해의 발달과 연관돼 나타나는 다양한 지질과 지형 명소로, 이른바 ‘지오투어리즘(지질관광)’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포항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포항은 산업화로 급속도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질·지형학적 가치가 뛰어난 유산들이 파괴되거나 사라진 도시다. 국가지질공원은 그 예로 “포스코 및 국가산업단지의 부지를 매립하기 위한 건설재료로 달전리 주상절리 등의 암석이 사용된 것과 도시 개발을 위해 포항의 수많은 화석 산지가 사라진 것”을 든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와 구룡소 돌개구멍, 호미곶 해안단구를 국가가 지질공원으로 지정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해안 지질공원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 울진군에는 5억~20억 년 전의 암석과 관련된 4개소의 지질명소(▷덕구계곡 ▷불영계곡 ▷성류굴 ▷왕피천)가 있다. 영덕군에는 가장 넓은 연령 분포(2300만~20억 년 전)를 보여주는 암석과 관련된 7개소의 지질명소(▷철암산 화석산지 ▷고래불 해안 ▷원생대 변성암 ▷영덕 대부정합 ▷죽도산 퇴적암 ▷경정리 백악기 퇴적암 ▷영덕 화강섬록암 해안)가 있다.

포항에는 구룡소와 호미곶 외에도 ▷내연산 12폭포 ▷두호동 화석산지 ▷달전리 주상절리가 있다. 경주에는 양남 주상절리를 비롯해 내륙에 ▷남산 화강암 ▷골굴암 타포니가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하며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는 한편 교육·관광사업에 활용하고자 만든 것이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자체가 신청하면 환경부가 인증한다.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면적은 2261㎢로 경북 동해안 일대 해안과 낙동정맥 일부를 포함한다. 경북에는 이곳뿐 아니라 울릉도·독도와 청송 등 모두 세 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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