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생명의 숲을 거닐다 <2> 경주 삼릉 소나무숲

철갑 두른 ‘왕릉 호위무사’ 삭풍에도 꿋꿋한 기상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1-10 18:51:30
  •  |  본지 24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숲 초입부터 청량한 솔향기 솔솔
- 소나무 사이 햇살 신비하고 오묘
- 배병우 사진작가 작품으로 유명
- 아첨 떨 듯 너무 굽힌 몇 그루
- 인공지지대에 몸 맡긴 신세

- 탐방지원센터서 숲 해설 듣고
- 평탄한 흙길 가볍게 걷기 제격
겨울의 숲은 언제나 쓸쓸하다. 옷이 다 벗겨진 채 메말라 버린 수목 아래에서 차디찬 바람에 불려가는 나뭇잎을 밟고 지나가면 때로는 황망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겨울 숲에 소나무가 있다면 사정은 다르다. 흙빛으로 변해버린 숲속에서 푸른 기상을 뽐내며 우뚝 서 있는 푸른 소나무는 애국가 가사처럼 철갑을 두르고 숲을 지키고 있다. 전국 최고의 소나무 숲 출사지로 주목받는 경북 경주 남산 아래 ‘삼릉 숲’에서 겨울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기상, 소나무를 만났다.

■신비와 오묘, 왕릉 호위하는 松

   
겨울의 상징, 소나무의 진가를 보여주는 경북 경주 삼릉 소나무 숲. 빽빽하게 우거진 솔밭 사이로 햇볕이 파고 들면서 온 숲이 장관을 이룬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경주의 중심인 남산의 서쪽에 자리한 삼릉 숲은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 배경으로 이름을 떨친 명소다. ‘카메라로 소나무를 그린’ 배 작가의 소나무 사진 작품이 2005년 영국 런던 경매에서 가수 엘튼 존에게 팔리면서 작품의 촬영지인 이곳은 전국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압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삼릉 숲이 눈앞에 보이자 청량한 솔 향기가 인사를 하듯 코끝을 건드린다. 삼릉 숲의 소나무들이 초입부터 위용을 뽐낸다. 머리를 꺾어 하늘을 올려봐도 끝은 보이지 않는 올곧은 소나무와 굽은 소나무, 서로가 엉켜 몸을 지탱하는 소나무까지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할 포인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겨울바람이 한바탕 몰아치고 잦아들더니 새로운 숲의 모습이 드러났다. 왕릉의 정면에서 뒤로 남산이 보인다는 것도 모를 만큼 울창한 소나무 숲이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지만 순간 해가 얼굴을 내밀었고 굽이굽이 허리를 숙여 삼릉을 보호하는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왔다. 그늘과 그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마치 ‘롱핀’ 조명을 여러 개 내려놓은 무대와 같았다. 흙먼지와 솔가루는 롱핀 조명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신비함과 오묘함이 엄습해오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이었다. 한 발자국만 걸으면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됐다. 마음먹기에 따라 따스함과 스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나무의 갑옷 껍데기 틈새에 낀 이끼도 보기엔 애처로웠지만 그 자체로 출사 대상이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삼릉과 돌다리로 연결된 솔밭은 경애왕릉을 호위하는 형상이었다. 천년 고도 경주의 한 부분을 보여주듯 돌다리에는 이끼와 검은 떼가 잔뜩 끼어 있다. 삼릉과 경애왕릉은 한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양기를 한껏 받고 있었고, 왕릉을 4면으로 에워싼 소나무들은 그 양기를 받아보려고 능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왕을 지키는 군사와 다름없었다. 몇 그루의 ‘호위무사’들은 왕에게 지나친 아첨을 떨었는지, 왕릉으로 자신을 너무 굽힌 나머지 인공 지지대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뭐든 정도껏 해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주듯 말이다.

■오르막 없는 숲길과 3대 장관

   
삼릉 옆 경애왕릉. 울창한 소나무 숲이 왕릉을 호위하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삼릉 숲은 경주에서도 최고로 친다. 숲의 매력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접근성이 아주 좋다. 서남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2000원 정기요금) 길을 건너면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숲 해설 등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삼릉 숲은 남산 금오봉(468m)으로 가는 산행로의 시작이기도 하다. 탐방지원센터에서 2~3분 걸으면 오른쪽으로 촘촘히 들어선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뒷짐을 하고 걸어도, 구두를 신고 걸어도 될 만큼 평탄하다. 발걸음을 옮기는 데 유일한 걸림돌은 흙 위로 거칠게 솟아 적나라하게 속살을 드러난 소나무 뿌리뿐이었다. 물론 땅을 뚫고 나온 이 뿌리들은 소나무의 장엄함과 역동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숲에서 가장 좋은 사진 명소를 꼽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른 아침 숲을 가득 메운 짙은 안개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일출 때, 해 질 녘 주황빛으로 온 숲이 물드는 일몰 때, 그리고 한낮 햇살이 소나무 사이로 내리쬘 때 등이 삼릉 숲이 우리에게 허락한 3대 장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 때나 이런 환상적인 장면을 볼 순 없다. 모든 자연이 그렇듯 이곳에서도 날씨는 항상 변수다. 그중에서도 숲의 습도가 장관 연출의 결정적 요인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