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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삶을 바꾼 새로운 소비문화 공정무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03 19:00: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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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그해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래도, 얄팍한 지갑 하나 때문에 몽둥이로 머리를 맞는 일은 없어야 했다. 심야의 으슥한 거리에서 지갑을 노린 괴한에게 머리를 맞은 내 선배는 그 자리에서 세상과 이별하였다. IMF 시절의 그 우울했던 겨울을 겪으며, 우리 삶의 행복점 좌표가 화폐에 종속될수록 더 낮게 위치한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계층을 보면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8%에 이른다고 한다. 이 통계는 우리 사회가 재화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한 채 다음 세대도 답습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구매한다. 2018년 새해에도 구매를 위한 의사결정을 수도 없이 내리게 될 것이다. 그 시작점에 서서 지난 10년에 걸쳐 벌어졌던 소비의 관점에 대한 나의 경험을 되돌아본다. 그로 인해 내가 달라졌고, 달라진 모습은 과거보다 더 평안한 마음을 주었다. 그것은 공정무역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되었다. 같이 공감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시민을 대상으로 스터디 모임을 시작했다. 그랬던 모임이 부산공정무역연구회가 되었고, 한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공정무역 시민단체로 성장하였다.

공정무역은 환경, 식생활, 평등, 배려, 생명 존중, 욕심부리지 않기, 더불어 살아가기와 같은 가치들과 맥이 통한다. 결국, 공정무역은 소비의 관점을 바꾸어 내가 실천하며 깨닫게 되는 철학이고, 그래서 쉽다. 나에게 제일 먼저 찾아온 변화는 장바구니에 담기는 물건들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과 내 형편에 다소 과분한 편의용품, 이 두 부류의 물건에 대한 구매를 미루어도 조바심 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가능해지자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유행성 상품을 사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사라지자 원래의 내 개성이 과연 어떤 삶을 원했던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갑을 꺼내서 갖가지 포인트 적립 카드를 잘라버렸다.

그 다음 변화는 물건값을 깎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사는 것이고 예상보다 비싸면 좀 더 준비해서 구매한다. 에누리의 의도는 두 가지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효용을 누리고 싶을 때와 이렇게 돈을 억지로 남겨서 또 다른 효용을 꾀할 때다. 이 모두 생산자를 포함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늘 흔들려왔다. 때때로 나 혼자만 더 비싸게 값을 치르고 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한다. 공정무역의 철학은 더는 속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필요해서 샀을 것이므로 더 가치 있게 사용하고 그 효용을 즐기면 된다. 비교할 필요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투명한 철학인가?

공정무역 상품을 소비해보자. 내 주변에 공정무역상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공정무역 실천 단체들이 좀 더 분발하도록 시간을 주기로 하자. 그 대신, 공정무역 속에 담긴 매우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나의 소비에 대한 관점부터 바꾸는 출발선에 같이 서 보는 일. 그것을 2018년 새해에 제안한다.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대동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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