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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눈물’ 서린 근현대사와 마주하다

목포 근대 유산 여행

  • 국제신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7-12-27 19:14:1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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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때 창건한 사찰 정광정혜원
- 10월에 전남등록문화재로 지정
- 법정스님·고은 만남장소로 더 유명

- 옛 일본영사관·동양척식회사 건물
- 근대역사관 1·2관으로 재단장 공개
- 수탈·저항 역사 일목요연하게 전시

- 개항 직후 세워진 고풍스런 성당·교회
- 선교역사 보여주는 역사관으로 꾸며

‘항구’ 목포는 여러모로 부산과 닮은꼴이다. 부산이 동해와 남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대양으로 뻗어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 대표 항구라면 목포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중심 항구다.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일본의 진출과 이후 이어진 수탈의 역사도 궤를 같이한다. 개항에 뒤따라온 기독교와 가톨릭 선교의 역사도 엇비슷하다. 부산에는 최초의 교회인 초량교회가 기독교인의 발길을 이끌듯 남도 성지 순례의 출발지인 목포에도 기독교의 양동교회와 북교동교회, 가톨릭 산정동성당 등의 성지가 있다. 부산과 목포를 연결하는 직접적인 선도 있다. 우리나라 남단을 동서로 잇는 2번 국도의 양쪽 끝이 목포와 부산이다. 내년이면 또 하나의 닮은꼴이 목포에 생길 듯하다. 유달산과 남쪽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가 내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순천과 영암을 잇는 남해고속도로 지선을 통해 한결 가까워진 목포를 찾았다.
   
목포의 근대 건축유산 중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관통하는 역사의 자취를 품은 곳이 많다. 이곳 일본 사찰의 법당이었던 옛 동본원사 목포별원 건물은 목포 중앙교회 예배당을 거쳐 현재는 목포문화재단이 관리하는 전시, 공연 시설로 쓰인다.
■정광정혜원에서 피어난 고은·법정의 인연

목포의 중심이자 랜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유달산이다. 지리적 중심은 아닐지라도 심정적 중심이다. 어디서든 골목 사이에서라도 유달산을 바라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목포역 앞에서 역전파출소를 지나 노적봉길을 따라 걷는 내내 유달산이 반긴다. 유달산이 시야에 가득 찰 즈음 정광정혜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세워진 일본식 사찰인 정광정혜원은 광복 후 장성 백양사 만암 스님이 거둬들여 보존됐다고 한다.

   
한국 사찰과 달리 법당과 요사채가 일체로 구성된 정광정혜원은 근대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전남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절 앞 안내판에는 1917년에 창건했다고 나와있지만 정광정혜원 주지 화림 스님은 1918년 세워진 것으로 본단다. 절을 드나드는 문은 있지만 담장이 없어 항상 개방돼 있다. 도심 사찰의 특성을 잘 살려 목포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도 한다. 내년에는 법당 건물을 아예 갤러리와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광정혜원의 이름을 알린 것은 근대 역사가 새겨진 자산으로서보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과 한국 대표 시인 고은의 인연이 처음 닿은 곳이라는 점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당시 출가해 승려 신분이던 고은이 포교를 위해 목포를 찾았다가 정광정혜원에서 당시 전남대 상대에 다니던 해남 출신 박재철을 만나 불교에 귀의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청년 박재철은 1954년 곧바로 출가해 승려 법정이 되었고 반대로 고은은 환속해 1958년 현대시에 작품 ‘폐결핵’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의 인연으로 고은 시인은 정광정혜원 행사가 있으면 초청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진출의 최전선 100년의 흔적

   
유달산 자락의 정광정혜원은 법정 스님과 고은 시인의 인연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유달산과 목포역 사이 시가지에 목포의 근대 유산이 대부분 모여 있다. 이 지역은 크게 유달산 동쪽과 남쪽으로 구분되는데 개항 후 일본인들이 자리 잡고 살던 동네인 유달산 남쪽은 지도를 보면 바둑판 모양으로 잘 구획돼 있다. 반면 조선인들이 터 잡고 살던 동쪽은 어디 하나 반듯한 길이 없이 어지럽게 겹쳐 있고 막다른 길도 예사로 만나게 된다. 일본인 구역과 조선인 구역을 나누던 경계가 유달산의 동남쪽 끝에 솟은 노적봉에서 목포역을 잇는 선이다.

유달산을 오른 뒤 노적봉예술공원을 거쳐 내려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근대역사관 1관이다. 목포 개항 후 3년 뒤인 1900년 12월에 완공된 옛 일본영사관이었던 2층 건물 근대역사관에는 개항과 이어진 외래문화의 유입, 일제강점기 수탈과 저항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 건물 바로 아래 도롯가에는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가 있다. 목포~신의주 구간의 국도 1호선과 목포~부산 구간의 국도 2호선이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1호선은 남쪽 고하도, 2호선은 서쪽 신안군 장산면으로 변경됐다.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 구시가지의 목포진역사공원과 목포여객터미널, 삼학도.
여기서 다시 길 하나를 건너고 모퉁이를 한 번 돌면 근대역사관 2관이 있다. 1920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복잡다단한 역사를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국의 동양척식주식회사 지점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는 이 목포지점 건물에서는 그만큼 혹독한 수탈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광복 이후에는 해군 목포경비부에 이어 1974~1989년에는 목포3해역사령부 헌병대로 사용되며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목포지역 주요 인사들이 구금돼 폭행과 고문을 당했던 현대사의 상처도 안고 있다.
노적봉 주변 근대역사거리 일대는 1920년대 상업구역으로 다양한 근대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옛 동본원사 목포별원 건물은 일본식 사찰의 법당이었다가 1957~2007년 50년간 목포 중앙교회로 쓰였고 지금은 전시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기독교와 가톨릭 선교의 역사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쓰이는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옛 일본영사관.
여느 개항장과 마찬가지로 목포도 개항 이후 외국인 선교사들이 잇달아 찾았다. 산정동성당은 1897년 개항 직후 전남 최초의 성당으로 설립됐다. 지금은 광주로 옮겨간 광주대교구가 이곳에 있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예전 건물은 현재 강주대교구역사관으로 꾸며져 지난 9월 개관했다. 이와 함께 성모 마리아의 군대로 불리는 레지오마리애 기념관도 함께 문을 열었다. 목포 근대역사관 2관 근처에 있는 경동성당은 1952년 산정동성당에서 분리돼 설립된 곳으로 건물이 고풍스럽다.

가톨릭에 이어 기독교 선교의 역사를 간직한 양동교회와 북교동교회가 있다. 의사 선교사 오웬 등은 이곳에 이어 광주로 가서 선교활동을 펼쳤다. 이들의 자취는 광주 남구 양림동 일대 호남신학대학과 기독간호대학 일대에 잘 남아 있다.


◇ 그 밖의 목포 가볼만한 곳

- 세 여인 전설 간직한 삼학도, 갓바위 일대 전시 공간 등
- 다양한 볼거리가 발길 잡아

   
근대 문화유산이 가득한 목포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삼학도와 갓바위(사진) 일대는 알찬 박물관과 기념관이 모여 있다.

노적봉 아래 근대역사거리에 접한 목포진역사공원에서 보면 동쪽에 삼학도공원이 보인다. 세 여인의 전설을 간직한 삼학도는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이 들어서며 훼손된 것을 복원했다. 대·중·소 삼학도 세 개의 섬이었던 곳을 육지와 연결했다가 다시 물길을 파서 바닷물이 소통하도록 만들었다. 섬에서 뭍으로, 다시 뭍에서 섬이 된 삼학도가 뭍과 다리로 연결된 모양새가 됐다. “목포 사람들은 이 정도 섬은 예사로 붙였다 떼었다 한다”는 해설사의 입담에 웃음이 절로 난다.

삼학도를 찾는다면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꼭 들러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목포 남항 동쪽으로는 천연기념물 500호 갓바위가 있다. 근처에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이 발길을 이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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