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원작 SF 판타지 ‘신과함께’
- 주로 CG라 허공 연기 익숙해져
- 박종철·이한열 사건 다룬 ‘1987’
- 관객의 이입 도우려 가볍게 연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하정우와 함께 지내게 됐다. 하정우 주연작 2편이 연이어 개봉하기 때문이다. 그는 20일에 개봉하는 ‘신과함께-죄와 벌’과 27일 개봉하는 ‘1987’에서 하정우는 각각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일의 당직 검사인 최 검사 역을 맡아 ‘터널’ 이후 1년4개월 만에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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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기대작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에 출연하는 배우 하정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특히 2편 모두 영화계가 주목하는 작품으로, ‘신과함께-죄와 벌’은 화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이 저승에서 받는 7번의 재판을 담은 인기 웹툰 원작의 영화고, ‘1987’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까지를 그린 영화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한국형 SF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1987’은 한국 민주화의 분기점이 된 1987년의 주요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 큰 의미가 되는 작품이다.
지난 19일 개봉을 앞두고 두 작품을 함께 홍보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하정우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장가에서 ‘연말연시는 하정우와 함께’라는 말이 돌더라.
▶‘터널’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다. 다행히 두 작품의 장르나 성격, 감동 코드가 달라서 제 팬들은 좋아하시는 것 같다.
-두 작품이 성격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달랐겠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강림은 저승에서 자홍을 변호하는 인물로, 웹툰 속의 변호사 진기한과 차사 강림이 합쳐진 인물이다. 그래서 두 인물의 중간 지점을 찾아 연기해야 했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 ‘신과함께’ 2부가 개봉하는데, 관객들이 한국형 SF 판타지라는 생소한 이야기와 장르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자 했다. ‘1987’의 최 검사는 고문치사 당한 박종철의 화장동의서 날인을 거부한 실존 인물인데, 소재 자체가 묵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가볍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최대한 경쾌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1987’은 전반부는 박종철 사건, 후반부는 이한열 사건이 중심이 된다. 최 검사는 전반부의 중심인물로, 김윤석 씨가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 처장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관객들도 하정우 씨의 연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1987’의 장준환 감독님도 최대한 가볍게 연기해달라고 했다. 김윤석 선배님이 무게감 있게 연기하시기 때문에 그와 대립하는 최 검사가 연기 톤에 있어서도 대조가 됐으면 하더라. 그래서 촬영현장에서 대본도 수정하고, 약간 웃음을 줄 수 있는 애드리브도 추가했다.
-긴장된 상황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주는 것이 하정우 씨 연기의 특징이다. ‘터널’에서도 그렇고, 이번 두 작품 모두 그런 장점이 잘 살았다.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관객 분들이 그렇게 보시는 것 같다. 어쩌면 12년간 연기를 하면서 쌓아온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겠다. 저를 기분 좋게 봐주시는 것이 좋다.
-SF 판타지물을 표방한 ‘신과함께-죄와 벌’은 저승 장면 전부 컴퓨터그래픽이다. 그래서 대상 없이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고, 불의 검을 휘두를 때는 맨손으로 액션을 했다. 그러다가 뽕 사라지기도 하고. 150명의 스태프 앞에서 대상 없이 연기하려니 처음에는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래도 계속하니 적응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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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이 저승에서 받는 7번의 재판을 담은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신과함께-죄와 벌’은 차태현 씨가 연기한 자홍이 저승에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의 지옥 재판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았는가.
▶이정재 선배님이 연기한 염라대왕의 대사 중 “이승에서 진정한 용서를 구한 자는 저승에서 두 번 심판하지 않는다”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인간의 법망은 피할 수 있어도 하늘의 법망은 피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저의 경우는 나태 빼고는 자신이 없다. 자홍처럼 저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을 것 같다.
-후반부 천륜 지옥 재판에서는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자홍과 어머니, 동생의 관계가 반전처럼 펼쳐지며 눈물을 쏘옥 빼놓는다. 신파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많은 볼거리가 많지만 마지막에 그 신파가 주는 메시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우리는 신파를 낮춰보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정서와 감정이 신파이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모두 신파인데도 말이다.
-‘1987’에 출연했기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촛불집회와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더욱 깊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지난해 9월 ‘1987’의 제안받았다. 당시에 일어난 사건들은 알고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이런 시대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됐고, 민주화를 위해 애쓴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에게 과거의 사건을 분명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1987’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끼듯, 촛불집회와 일련의 사건들이 30년 후 젊은 친구들에게 감사하게 기억되면 좋겠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