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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이 바다 전망대인 곳…교통카드만 들고 떠나자

BUS 산복도로 시내버스 조망투어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7-12-13 19:30:2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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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지역에서 부산에 와 생활하던 한 지인이 “산복도로가 뭐냐”며 물었다. 사전적인 의미대로 산(山)의 배(腹), 즉 중턱을 지나는 도로다. 중턱에 버스가 다닐 정도의 도로가 있는 큰 산이 있는 도시가 드무니 다른 지역에서 살던 이가 체득하기는 어렵다. 그곳에 사는 주민에게는 일상이겠지만 방문자 또는 여행자의 눈으로 찾는다면 이보다 멋진 조망과 다양한 볼거리를 안겨주는 곳도 드물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부산의 풍광을 담아내는 멋진 시내버스 노선은 여럿 있지만 특히 부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게 산복도로 노선이다. 도로변 주택의 옥상이 주차장이 되고, 또 기막힌 전망대가 되는 곳. 그것도 단지 교통카드만 있으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동구와 서구에 걸친 수정산, 구봉산, 보수산 옆구리를 도는 시내버스를 타고 산복도로를 다녀봤다. 바람은 차가워졌지만 공기가 맑아진 덕분에 조망은 더욱 멀리 열린다. 또 해가 진 뒤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부산 중구청에서 올라오는 86번 버스와 민주공원에서 내려오는 43번 버스가 영주동 역사의 디오라마 앞 삼거리에서 만났다. 뒤로 멀리 부산항대교와 영도가 보인다.
# 최고의 조망…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황금노선 '86번'

부산 동구 수정5동에서 서구 닥밭골마을 위까지 이어지는 6㎞ 정도 구간에서는 어디서든 부산항을 비롯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산복도로 최고의 조망을 누릴 수 있는 노선 가운데 하나가 86번이다. 도시철도 범내골역에서 오면 범일골목시장에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범일삼거리를 지나며 조금은 완만해진 길로 수정산 자락의 건물 사이를 가다가 수정삼거리 정류장을 지나면 갑작스럽게 왼쪽이 환해지며 멀리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치환의 우체통에서 보이는 부산항 풍경. 부산항대교의 교각 2개가 정면에 보인다.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가 돌 때마다 신선대, 부산항대교, 영도는 물론 멀리 오른쪽으로 천마산까지 풍광이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차창으로 바라보는 풍광이 멋지지만 버스를 내려서 직접 보는 풍광은 한층 눈부시다. 수정삼거리 정류장에서 9개 정류장을 더 가서 부산컴퓨터과학고에 내리면 ‘유치환의 우체통’이다. 유치환 시비와 흉상, 우체통이 있는 좁은 공간은 최고의 부산항대교 전망대다. 1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는 것도 운치 있다. 바람이 차다면 정류장 옆이나 우체통 바로 아래층 카페에서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일 수 있다. 이곳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려 야간 경관조명이 켜진 부산항대교를 보고 가도 좋다.

여기서 금수사 방향으로 걸어가면 친환경 스카이웨이 전망대가 있다. 수정산 자락에 설치한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도로의 전깃줄이 거슬린다. 동일파크맨션 정류장에서 조금 내려가면 인술을 펼친 성산 장기려 박사를 기리는 ‘장기려 기념관 더 나눔’이 있다. 장기려 박사의 검소한 유품과 관련 기록들을 모아두었다. 여기서 이바구충전소와 168계단 모노레일이 가깝다. 이곳에도 전망대가 있다. 동구 당산을 지나 오르면 나오는 이바구공작소에서도 수정산 방향으로 조망이 열린다.


# 부산타워·지붕 없는 미술관 닥밭골벽화마을 등 볼거리 풍성 '190번'

190번 노선은 민주공원 입구에서 서구 동대신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용두산 공원과 남항대교, 천마산 방향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부산역에서 올라와 민주공원·중앙공원 입구 정류장을 지나면 곧 부산디지털고 정류장이다. 이곳과 직전 정류장 사이에 영주동 하늘길 모노레일이 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노레일을 구경한 뒤 바로 옆 길가에 최근 새로 문을 연 박기종기념관(사진)을 찾아보자. 아담한 3층 건물 2층 전시실은 개화기 부산개성학교를 세우고 한국 최초의 기선회사와 민간 철도회사를 설립했던 박기종 선생을 기념하고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3층엔 중구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전시공간과 북항이 보이는 야외전망대가 있다. 일제강점기 철도역 스탬프 이미지 등 작지만 알찬 볼거리들이 있다.

190번 노선을 따라 중구복지관에서 혜광고로 가는 도중 민주공원 방향으로 오르는 계단.
박기종기념관에서 덕원중학교를 지나는 200m 정도의 도로변 담장엔 입체적인 벽화가 그려져 있고 금수현의 음악살롱 주변 골목골목은 집과 담장이 은은한 색깔로 칠해져 색채마을로 불린다. 민주공원이 있는 보수산 자락을 따라 크게 빙 돌아가는 이 길에서는 영도 봉래산과 서구 천마산 사이의 공간이 잘 조망된다. 특히 가까이는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 멀리는 남항대교와 그 너머 묘박지의 선박들까지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찬란한 풍광이 펼쳐진다. 따로 전망대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길가 주택 옥상 주차장마다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광을 보며 혜광고등학교를 지나면 곧 닥밭골벽화마을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 이 마을에서도 곳곳에 벽화나 타일 미술작품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로 내려가면 북카페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 오르막길 사이 부산 야경 백미 맛보기 '43번'

산복도로와는 직접 노선이 겹치지는 않지만 도시철도 역에서 빠르게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노선이 43번이다. 중구청 앞을 지나 계속 고도를 높이다가 금호아파트 정류장을 지나면 곧 오른쪽으로 건물 사이 부산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가 굽이를 돌 때마다 바다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민주공원으로 올라가기 직전 마지막 굽이를 도는 곳에 ‘역사의 디오라마(사진)’가 있다. 부산 최고의 야경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곳에서는 부산항 방향으로 나무 한 그루 가리지 않는 탁 트인 조망을 보여준다. 밤이면 색색으로 바뀌는 역사의 디오라마 자체 조명에 더해 멀리 부산항대교의 경관조명이 어우러진다. 역사의 디오라마에서 민주공원 쪽으로 300m쯤 올라가면 역시 멋진 부산항 조망을 보여주는 영주하늘눈전망대가 있다. 민주공원에서의 조망도 놓칠 수 없다.


◇ 바로 가기 힘들다면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남포역 등서 환승을

산복도로로 바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도시철도 1호선에서 갈아타는 게 편리하다. 시내버스 노선마다 거쳐 가는 도시철도 역이 달라 잘 살펴봐야 하지만 대체로 부산역이나 남포역을 거쳐 가는 노선이 많다.

86번 버스는 부산 연제구 토곡에서 산복도로를 거쳐 중구 남포동 사이를 운행한다. 도시철도 1호선 범내골역에서 타고 올라오면 수정삼거리 정류장을 지나면서부터 동아아파트 정류장까지 부산항을 볼 수 있다. 반대쪽에서 올 때는 중앙, 남포, 자갈치역에서 타면 된다. 190번은 서구 남부민동에서 영도구 해양대 본관 사이를 오간다. 남부민동에서 가면 토성, 동대신, 서대신역에서 갈아탈 수 있는데 동대고개 정류장에서 부산서중학교 앞 아르미나아파트 정류장 사이에서 부산항을 조망할 수 있다. 반대 방향에서는 남포, 중앙, 부산역에서 탈 수 있다. 해운대구 반여농산물시장에서 출발해 중구 민주공원·중앙공원으로 가는 43번 버스는 부산진, 초량, 부산역에서 탈 수 있다. 동아아파트 정류장을 지나면서 기점까지 계속해서 건물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이 노선의 시내버스 외에도 동구 산복도로에는 다양한 노선의 버스가 운행한다. 유치환의 우체통 앞은 22, 38, 52, 86, 186, 190번이 운행한다. 이바구공작소가 있는 동일파크맨션 정류장에는 38, 86, 186, 190, 508번이 선다. 역사의 디오라마 근처에는 이 노선 외에 43번이 지난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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