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의 간판도 없는 허름한 술집, 주인아저씨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화려한 조명 하나 없지만, 옛날 음악이 흐르는 정감 있고 포근한 이 술집에는 예상외로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남성 댄서리, 30대 후반 허풍쟁이 구프로, 외로운 노총각 결못남, 잘나갔으나 결혼 후 육아로 정신없는 왕언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문화기획단 무대공감이 2013년 초연했던 작품을 다듬어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 ‘론더풀 투나잇-혼자 가기 좋은 술집’(김영민 연출) 한 장면. 무대공감 제공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살아있는 인물이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이 술집을 찾고, 무뚝뚝한 주인은 안주 한 접시와 맥주 한 잔을 내놓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부산판 ‘심야식당’인 연극 ‘론더풀 투나잇-혼자 가기 좋은 술집’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문화기획단 무대공감과 해운대문화회관은 오는 17일까지 연극 ‘론더풀 투나잇’(연출 구현욱 김영민)을 해운대문화회관 고운홀(부산 해운대구 좌동)에서 공연한다. 2013년 초연해 2014년까지 공연하며 부산 관객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절실하면서도, 누군가가 그리웠던 현대인의 마음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버무려 낸 ‘메이드 인 부산’ 작품이다.

작품은 3년 전보다 다채로워졌다. 영상을 활용해 연출에 변화를 주고, 출연진도 바뀌었다. 김세진 등 부산의 실력 있는 배우 10명이 출연한다. 김영민 연출자는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진한 감동의 요소도 심어놓았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5시. 일반 3만 원, 청소년 2만 원. (051)623-0678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