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미끼 구비된 낚시 카페
- 초보자·아동도 쉽게 ‘월척’ 손맛

- 이색스포츠 양궁·사격도 실내로
- 실제와 유사… 생생한 간접 체험
- 데이트·직장인 회식장소로 제격

매서운 찬바람을 피하기 어려운 겨울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각종 야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실내 체육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차디찬 바람을 맞지 않아도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실내 낚시터부터 온 가족이 궁수와 사수로 변신할 수 있는 실내 양궁장과 사격장까지 ‘따뜻하게’ 즐기는 스포츠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낚시 초보도 월척… 데이트 명소로

부산 남구 경성대 앞 ‘FC일석이조’ 카페를 찾은 대학생들이 실내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낚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 남구 경성대 앞의 한 낚시카페. 낚시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자도 낚싯줄을 던진 지 8분 만에 ‘손맛’을 느꼈다. 카페 직원이 준 뜰채에 물고기를 담아 저울로 옮겨 무게를 측정하니 자동으로 물고기는 물속으로 빠져나갔다. 460g짜리 잉어였다. 그리고 나름 ‘월척’이라는 카페 관계자의 칭찬이 이어진 뒤로부터 20여 분간 한 마리도 기자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곳 낚시카페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행운의 번호를 내건다. 포획된 어종의 무게와 길이 등에 따라 인형과 생활용품을 선물로 준다.

이곳은 낚시터와 카페의 결합으로 연인과 가족을 불러모으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니 꽃다발 체험과 강아지, 고양이, 앵무새 등 반려동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입장료로 성인 1인 1만 원만 내면 낚시와 꽃다발 체험, 반려동물 체험, 보드게임까지 가능하다.

그래도 이곳의 백미는 실내 낚시. 4가지 어종의 물고기 1600마리(최대 3㎏)가 초보 낚시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낚시 장비나 미끼 등을 챙길 필요가 없고, 낚시해본 적이 없어도 손쉽게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낚시를 모르는 아동이나 초보자라도 직원의 친절한 설명과 지도로 어렵지 않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짜릿한 손맛과 재미는 충분하다.

낚시가 싫다면 반려동물과 놀거나 꽃다발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이 때문에 낚시를 매개로 한 이 복합카페는 저녁 시간에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주말에는 어린이가 있는 가족 단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낯선 스포츠 양궁, 실내를 두드린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리얼 실내양궁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활 시위를 힘껏 당겨 과녁을 겨냥하고 있다.

하계 올림픽의 효자 종목인 양궁. 올림픽 때 우리 대표선수들의 양궁 경기를 지켜보지 않은 이는 없다. 하지만 실제 활을 들고 과녁에 화살을 꽂기는 쉽지 않다. 야외에서 하는 양궁은 체험 스포츠로서는 거리가 있었다. 이런 양궁이 최근 실내로 무대를 옮겨 시민 곁으로 다가왔다. 도심의 한 실내 양궁장에서 양궁 선수들처럼 왼팔에 팔 보호장치인 ‘암 가드’와 가슴에는 ‘체스트 가드’를 하고 손가락 보호 도구인 ‘핑거 탭’을 끼고 사로에 섰다.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조교’의 지시를 듣자 군대에서 사격할 때만큼 떨렸다. 15ｍ 사로가 이렇게 길어 보이다니. 과녁도 너무나 작아 보였다. 야외에서 바람의 세기나 방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한민국 양궁 대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활시위를 당긴다고 당겼는데도 더 당기라고 하니 팔이 후들거렸다. 20발을 쏘는 데 25분이 걸렸고, 과녁에 10발, 여백에 5발을 꽂는 데 그쳤다. 이등병 시절 실탄 사격 성적이 더 좋았으니 할 말을 잃었다.

이윽고 직장인 남성 대여섯 명이 경쟁적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이들은 저녁 내기로 실내 양궁장을 찾았다. 모든 스포츠의 진리인 경험은 실내 양궁에서도 통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 “혈압이 높으면 호흡이 가빠 궁수 자격이 없다”는 훈수까지 하고 활시위를 양껏 당긴 ‘과장님’의 과녁은 격발 3회가 넘도록 화살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반면 바로 옆 제일 구석 사로에선 남자 친구의 ‘애정’ 어린 지도를 받아 활줄을 당긴 20대 여성이 7점짜리 과녁에 화살을 꽂아 ‘과장님’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도심의 실내 양궁장은 1만 원만 내면 1세트 20~25발을 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키에 맞춘 활을 들고 사로로 나갈 수 있다. 실내 양궁장은 지난해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부산 도심에서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격발 진동 겸비한 스크린 사격장

경성대 앞 ‘킬링스페이스’의 스크린 사격은 격발 뒤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낚시, 양궁과 달리 비교적 친숙한 게 사격이다. 남자라면 군대에서의 실탄 사격만이 아니라도 오락실에서 사격을 한 번쯤은 해봤기 때문. 낚시, 양궁과는 달리 실내 사격은 골프나 야구처럼 스크린을 이용한다. 500원짜리 동전 2개를 넣고 오락실에서 사격 실력을 자랑했던 기자는 실내 낚시와 실내 양궁의 좌절감을 만회하고자 실내 스크린 사격장을 찾았다. 먼저 영점 사격을 했다. 그런데 진동이 느껴진다. 진동 때문인지 호흡이 신경 쓰였고, 오락실 사격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부랴부랴 영점을 잡은 뒤에는 각종 스테이지로 구성된 사격 모드로 돌입했다. 3인 사로에서 HK소총으로 3개 스테이지를 경험했다. 기자가 맞춘 것인지 옆 사로의 동료가 맞춘 것인지 스크린만 알 뿐 총탄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분간도 안 되는 ‘총격전’이 시작됐다. 1시간도 안 돼 1000여 발을 사용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총질이었다.

이곳 사격장의 총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공기압을 제공해 격발의 반동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사격을 생생하게 간접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가맹점 대표는 “실내 스크린 사격장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정말 옛말이다. ‘여사수’의 방문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다”며 “식사 이후 잠깐 여가를 갖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실내 스크린 사격은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