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름 45㎝ 큼지막한 도우 위
- 살라미·라구소스·크림소스 등
- 토핑따라 취향따라 4가지 맛
- 스리라차 소스로 풍미 더해

- 피자가 주인공이라면 라거맥주
- 피자가 안주일땐 에일 어울려

맥주는 술 자체로 마시기도 하지만 다양한 음식과 곁들여 먹는 음료수 수준의 술이기도 하다. 다양한 맥주의 맛을 사랑하는 맥주 마니아들에게 혼이 날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맥주는 여러 음식과의 궁합이 좋은 술이다.

	바트 피자는 바트 화이트, 바트 레드, 치즈, 소프레사타까지 총 네 종류를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맥주 하면 치킨’이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간이 짭짤하면서 기름기가 있어 고소한 음식이라면 어떤 것이든 맥주와 잘 어울릴 수 있다. 맥주가 주는 탄산의 청량감, 탄산음료가 가지는 들큼함이 없는 깔끔함이 무거운 음식과 궁합이 좋아서다. 맥주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이번엔 피자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트(BART)는 미국 스타일의 피자를 표방하고 있다. 피자 한 쪽이 성인 남자 손바닥 정도보다 클 정도다. 전체 크기의 지름이 18인치(약 45㎝)고 그걸 6조각으로 나누니까 하나 크기가 큼지막하다. 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늦은 밤 야식으로 길거리 피자 가게에서 어른 얼굴만 한 얇은 피자를 한 쪽씩 먹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양욱 대표는 “뉴욕 스타일의 피자이지만 토핑은 조금 더 풍성하게 해서 여성이라면 한 조각이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라고 했다.

바트에서 내놓는 피자는 네 종류. 바트 화이트 피자, 바트 레드 피자, 치즈 피자, 소프레사타다. 도우는 다 똑같고 위에 올라가는 토핑만 다르다. 기자의 취향 저격은 바트 화이트 피자. 피자 도우가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중간 정도이고 그 위에 올라간 토핑이 입에 딱 맞았다. 평범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크림소스 베이스와 양송이버섯, 베이컨,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 아주 고소하다. 도우가 너무 얇으면 이 토핑을 이겨내지 못할 텐데 두께도 토핑과 잘 맞다. 고소한 맛에 새로운 맛을 조금 더하고 싶으면 태국 핫소스인 스리라차를 추천한다.

정 대표는 “피자를 먹는 곳이면 다 타바스코 소스를 갖춰 둔다. 개인적으로 타바스코 소스는 매운맛만 있고 향이 좀 맞질 않아서 맵지만 더 풍미가 있는 스리라차 소스를 좋아해 손님들에게도 권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 맛에 매콤한 스리라차가 더해지니 새로운 맛이 됐다. 그래도 기자에겐 소스 없이 진한 크림소스 맛에 짭짤한 베이컨이 씹히는 바트 화이트 피자만의 맛이 더 좋았다.

이어 치즈 피자를 베어 물었다. 체더치즈가 들어가 있어 노란색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생각했던 대로 짭짤한 체더치즈와 모차렐라의 부드럽고 고소함이 잘 섞여서 향긋한 치즈 냄새를 풍긴다. 이런 피자는 와인과 함께해도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와인과 치즈는 맥주와 치킨 같은 관계임을 떠올려 보면 쉽다.

	바트 피자의 실내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피자 맛을 더 올려준다.

정 대표는 “피자 맛을 더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청량감이 살아 있는 라거 맥주가 낫고, 맥주의 풍미를 즐기면서 피자를 안주로 먹고 싶다면 에일 맥주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자를 배울 때 서울에서 피자를 정말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소주와 피자를 함께 드시는 것도 봤다. 맥주가 피자와 잘 어울리지만 배가 불러서 피자를 더 많이 먹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며 재미있는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바트에선 맥주뿐 아니라 와인,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를 접할 수 있다.

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소프레사타라고 했다. 피자 위에 얇게 자른 동그란 살라미가 올라가 있는 피자로 비주얼로는 정말 만화 속 피자 모습이다. 토핑엔 토마토 소스가 촉촉하게 잘 발려 있으며 위의 살라미는 표면이 바싹하게 구워져 있고 특유의 곰삭은 향도 잘 나타난다. 피자의 기본적인 맛에 충실한 피자 중 하나로 토마토 소스 베이스가 들어간 피자는 와인보다는 맥주와 잘 맞다.

바트 레드는 좀 독특한 맛이다. 토마토 소스 파스타의 소스로 많이 쓰는 라구 소스와 돼지고기, 모차렐라, 체더치즈, 방울토마토가 올라가 있어 맛이 진하다. 라구 소스는 고기를 잘게 다진 뒤 채소와 함께 볶아 만드는데 여기에 토마토와 치즈의 맛이 더해지니 피자와 파스타를 같이 먹는 느낌이었다. 뒷맛엔 향신료의 향도 남아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줬다.

먹기 편하라고 포크와 나이프를 주긴 하지만 피자는 맨손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이 정도 두께의 도우라면 세로로 뾰족하게 접어서 호호 불어 뾰족한 부분부터 입에 넣는다. 고소하면서 짭짤해 절로 맥주 한 모금이 당긴다. 뜨거움과 진한 맛을 맥주로 조금 씻어내고 나면 다시 피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맥주를 또 머금는다. 피자 한 조각을 다 해치울 때까지 아무 말이 필요가 없다. 피자 끄트머리에 토핑이 없는 도우 부분도 놓치긴 아깝다. 담백하고 쫄깃해 맥주와 잘 어울린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