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출신 VIP의 살인 의혹
- 은폐하는 국정원 요원 맡아
- “영화 속 유일 심경변화 캐릭터
- 반전 강하게 주려 많은 고민
- 아내 고소영과 작품 얘기 안 해”

멋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배우 장동건이 영화 ‘신세계’로 한국식 마초 누아르의 새장을 연 박훈정 감독과 만나 새 영화 ‘브이아이피’(23일 개봉)로 돌아왔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이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과 반드시 잡으려는 경찰 채이도(김명민), 복수하려는 북한 요원 리대범(박희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장동건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북한 출신 VIP를 비호하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워너브더러스코리아 제공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북한 출신 VIP를 비호하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맡은 장동건은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과 함께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소재의 영화 ‘브이아이피’를 이끈다. 특히 총격전을 벌이는 현장 요원과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는 내근 요원을 동시에 연기하며 한 인물에서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편안해지고, 연기에 여유가 생긴 장동건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브이아이피’는 각 인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지만 다 같이 모이는 장면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했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했다. 기술 시사 때 보니 시나리오보다 이야기의 간극이 더 촘촘해진 것 같아 만족했다.

-장동건 씨가 연기한 박재혁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가 후반부에 조금씩 감정을 드러낸다. 반면 다른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발산한다. 감정의 변화를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다.

▶‘브이아이피’에서 박재혁은 유일하게 성격이 변화하는 캐릭터다. 연쇄살인범인 김광일에 대한 태도와 심경을 유지하다가 엔딩에서 완전히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전의 느낌을 강하게 줘야 해 촬영마다 박훈정 감독과 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전의 장동건 씨가 해왔던 연기와 비슷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혈질 경찰인 채이도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감독의 영화를 시나리오 작가 시절부터 좋아했다. ‘브이아이피’는 박 감독의 영화를 집대성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박재혁을 제대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채이도 역은 자신이 없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장동건’ 하면 외모가 빛나는 배우였다. 그런데 그 외모 때문에 연기의 폭이 좁아진 것 같다.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그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과 그를 잡으려는 경찰, 그에게 복수하려는 북한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워너브더러스코리아 제공

▶예전에는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김기덕 감독님의 ‘해안선’의 경우, 연기 변신을 위해 일부러 찾아가 자청해서 출연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외모 때문에 역할의 한계가 있기도 했지만 바꿔서 ‘장동건’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외모의 문제라기보다는 배우의 재능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배우든지 ‘제 연기는 완벽해요’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항상 아쉬운 것이 먼저 보인다. 또 영화 ‘친구’처럼 ‘저 때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했지?’하는 것도 있다.

-이번에 함께 연기한 이종석 씨의 경우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무척 훌륭하게 해냈다.

▶이종석 씨의 경우 제가 연기 변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이종석 씨가 김광일 역을 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찾아왔다고 해서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갈증이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장에 와서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하면 ‘도와주십쇼’ 하는 자세로 임했다. 저를 비롯해 다들 이종석 씨를 응원하는 느낌이었다.

-화제를 바꿔서 결혼하고, 부모가 되면서 더 편안해진 것이 있는가? 이전보다 많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와 놀아주면서 외향적으로 변한 것이 있다. 키즈카페도 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다. 근데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다른 부모님들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면 저도 인사한다.

-아내 고소영 씨가 최근 드라마 ‘완벽한 아내’에 출연했는데, 서로 연기 모니터를 해주는가?

▶같이 볼 수 있는 시간이 돼도 고소영 씨가 같이 안 보려고 한다. 그래서 안방에서 쫓겨나 거실에서 봤다. 자신이 어색해하고 싫어해서 연기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류승룡 씨와 호흡을 맞춘 ‘7년의 밤’이나 현빈 씨와 함께 하는 ‘창궐’에서 장동건 씨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7년의 밤’에서는 애를 학대하는 역할이고, ‘창궐’에서는 대놓고 악역이다. 25년간 연기를 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은 아쉬움이 있어 많은 작품에 출연하려고 한다. 그리고 출연작 중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하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