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된 집 2채 사들여 리모델링

- 작가 실험·도전 마음껏 펼치고
- 전시·퍼포먼스 선보이는 장소로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성백(사진) 대표가 복합문화공간 ‘open arts space MERGE?’(부산 금정구 장전동)를 열었다. 부산에서 13년간 다원예술의 토양을 다진 그가 더 많은 예술가와 시민을 끌어들여 다원예술의 꽃을 피우는 데 도전한 것이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의 복합문화공간 ‘open arts space MERGE?’의 외부 전경.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제공

‘open arts space MERGE?’는 부산대 번화가의 번잡함을 살짝 비켜난 골목에 위치했다. 1층(300㎡)은 카페와 전시·공연 공간이 절반씩 차지하고, 멋스러운 벽돌과 페인트칠로 꾸민 벽면 곳곳에 여러 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무대 세트를 옮긴 듯한 철제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면 사무실과 휴식 공간, 탁 트인 테라스가 있다.

“지난해 50년 된 주택 2채를 매입해 1년간 뜯어고쳤어요. 지난 5월 문을 열고 그동안 함께한 작가들 작품을 전시한 ‘Best 작가전’과 부산대 인근에서 작업하는 시각예술가들의 작품전을 진행했어요. 이번 달부터 복합 퍼포먼스 ‘허우적허우적-awing the Air’ 등 공연도 시작했어요.”

‘MERGE?’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다원예술을 선보이는 장소로 마련했다. 공간 전체가 공연장이자 전시장이다.

“2005년 서구 꽃마을에서 ‘꽃마을 국제자연예술제’(현재 ‘부산 국제 오픈 아트 프로젝트(International open arts prtject in Busan)’)를 시작해 13년간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시각예술, 음악, 설치미술, 춤,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결합한 작업을 통해 국내외 작가와 만나 네트워크를 쌓았죠. 그러나 꽃마을이란 한정된 장소에서 다원예술을 펼쳐 보이는 데 한계를 느꼈고, 그동안 쌓은 작업 결과를 더 대중적인 곳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어요. ‘MERGE?’란 이름은 ‘합치다’와 ‘뭐지?’의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어요. 호기심에 ‘뭐지?’하고 왔다가 공연과 작품에 몰입해 ‘뭐지!’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시각예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성 대표는 13년간 국내외 작가 300여 명과 작업하며 그들의 창작에 환호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이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외롭게 프로젝트를 끌어왔다. 그는 그간의 아쉬움과 희망을 담아 이 공간을 마련했다.

공간 안에 마련된 전시·공연 공간에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1999년 꽃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동료 작가와 ‘마을에서 뭔가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꽃마을 예술제’입니다. 반응이 좋아 3회부터 미국 중국 일본 작가를 초대해 ‘국제 예술제’가 되었고, 교류 폭이 넓어져 유럽 아시아 등의 작가들이 꽃마을에 머물며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관심도 받았어요. 그러나 여전히 여러 작가의 작품과 공연을 선보일 곳이 마땅치 않고, 그들의 재능과 실험, 도전을 마음껏 펼칠 공간도 부족합니다. 특히 많은 이에게 퍼포먼스가 생소한 장르라 도전적인 예술가와 대중을 만나게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전시에 흥미를 갖는 분들이 많아 ‘진정성을 담은 예술은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공간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고민이 크지만, 그는 과감히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꽃마을 작업실은 예술가의 연습, 작업, 교류 공간으로 활용하고 ‘MERGE?’는 결과물을 펼쳐 보이는 공간으로 운영합니다. 공간을 찾는 분들이 재미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1~2주마다 전시 작품을 교체하고, 퍼포먼스도 자주 선보이고 있어요. 아직 비용을 내고 공연과 전시를 보는 것이 어색한 이들을 위해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요.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간 ‘2017 부산 국제 오픈 아츠 프로젝트-도큐멘타전’를 여는데, 그때 많은 분께 공간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의 기회를 주고, 시민에게 좋은 작가를 소개하는 공간, 재미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공간 ‘MERGE?’가 ‘MERGE!’가 될 때까지 부지런히 움직일 겁니다.” (051)527-8196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