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생활 시작은 동호회 가입하고
- 사전 학습후 장비 본격 갖춰야
- 2㎝ 한마리 50만원 웃돌기도

- 수조크기 초보자 30큐브 적당
- 민물에 바닷소금 타 염도 맞추고
- 수온 23~25도 유지가 포인트
- 실내 수조 가습·인테리어 효과

더위를 피하거나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은 산이나 물을 찾는다. 바다나 강, 계곡에 몸을 담그거나 나무 그늘에서 위안을 얻고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런 자연으로 들어가는 대신 작은 자연을 자신의 집안에 들여놓고 보며 즐거워한다. 수조에 물을 채우고 다양한 종류의 수생생물들을 기르는 취미를 통틀어 ‘물생활’이라고 부른다. 그중에는 물고기가 아닌 관상용 새우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다.

히드라 아쿠아의 김덕주 대표가 수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금정구 부곡동 히드라 아쿠아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들리는 건 ‘보글보글’하는 공기 방울 소리다. 수조가 100여 개나 되다 보니 그 속에 넣어둔 여과기가 내는 소리가 다 합쳐져서 제법 큰 소리가 난다. 김덕주 대표는 “물생활하는 사람들끼리는 이런 곳을 물방이라고 한다. 번식장은 다른 곳에 따로 두고 있다”고 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조 안에는 주로 관상용 새우와 입 주변에 수염이 난 종류의 물고기인 코리도라스가 들어 있다.

지느러미가 화려하거나 색상이 예쁜 열대어들을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관상용 새우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미 물생활 동호인 사이에선 김 대표의 물방이 핫 플레이스인 듯했다. 물생활 동호회 ‘부산 열대어’의 부매니저를 맡은 이상엽(43·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도 이날 방문자 중 한 명이었다. 이 씨는 “코리도라스와 새우 모두 기르고 있다. 집에 수조를 두면 가습과 인테리어 효과가 있고 아이들과 함께 먹이도 주고 하면서 가족 대화의 소재가 돼서 무척 좋다”며 즐거워했다. 곁에서 코리도라스를 포장하던 김 대표는 “맨 처음 크리스털 레드 쉬림프(CRS)에 빠져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어간다. 최대 3㎝까지 크는 이 새우는 한 마리에 50만 원까지 하는 것도 있다”며 거들었다.

크리스털 레드 쉬림프는 흰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어 수조 안에서도 무척 선명하게 보인다. 아무리 예쁘다지만 2㎝ 크기의 한 마리에 50만 원이라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 대표는 “발색이 좋고 다리가 아예 흰색이거나 완전히 빨간색이거나 하는 식으로 색상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며 “여름에는 23~25도로 수온을 잘 유지해 주는 게 건강하게 키우는 요령”이라고 했다.

입 주변에 수염이 나 있는 코리도라스 중 하나인 ‘콜레어’.

그 외에는 수조 속에 새우가 있는지 없는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수조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 쳐다보니 작은 생선 가시만 한 새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옅은 노란색인데 등 쪽에 좀 더 진한 노랑으로 줄이 가 있는 새우들이 오글오글 모여 쉴 새 없이 다리와 수염을 움직여댔다. 귀엽다는 생각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골든백이라는 새우로 먹이를 주면 모여든다. 이 녀석들을 번식시키고 나름 선별하는 작업이 아주 매력이 있고 희열을 느낀다”며 새우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나머지 수조를 차지한 코리도라스를 살펴봤다. 입가에 수염이 나 있어 작은 메기처럼 보이지만 크기는 금붕어 정도거나 훨씬 작다. 대부분 남미에서 수입해 들어오는데 무늬가 독특하거나 색상이 화려한 녀석들이 귀한 취급을 받는다.

수초와 조명, 펌프 등 수조에 필요한 다양한 용품들.

물생활을 즐기려면 어떡하면 좋을까, 김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초보자들에게는 우선 물생활 동호회부터 가입하라고 했다. 거기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보라는 거였다. 한동안 다른 사람들의 사육기나 애완새우, 물고기들을 보다 보면 눈에 확 드는 게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 그때부터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물생활로 접어들면 된다. 물생활의 가장 기본은 수조다. 수조는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보통은 2자라 부르는 가로 60㎝, 세로 45㎝, 높이 45㎝짜리로 많이 시작하지만 정말 가볍게 시작하려면 30큐브를 추천한다. 가로, 세로, 높이가 30㎝인 수조다.

여기에 여과기, 조명, 수조 바닥에 깔 흙인 바닥재를 갖춰야 한다. 물은 정수기 물이나 계곡물 같은 걸 넣으면 안 된다. 바닷물고기라고 해수로 수조를 채우는 것도 안 될 말이다. 김 대표는 “바닷물은 세균이 많아서 그렇게 바로 수조에 부어서 쓰면 안 된다. 민물에 바닷소금을 타서 염도를 맞춘 뒤 물잡기를 해야 생물이 살기 좋은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에서부터 갤럭시 피시본, 골든백, 크리스탈 레드쉬림프, 블러드메리

수돗물은 받아서 하루 정도만 가만히 두면 염소 성분은 날아가므로 수조용으로 충분하다. 이것을 수조에 붓고 수생생물이 없는 상태로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물잡기에 들어간다. 여과기에서 산소를 발생시키고 바닥재에서 미생물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물고기나 새우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수조가 100여 개나 있지만 물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물잡기가 다 돼 있는 수조들이라 그렇다며 물잡기가 제대로 안 되면 물비린내가 심하게 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새우나 물고기 모두 밤이 되면 불을 꺼주고 낮에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돌봐줘야 한다. 물생활의 재미에 한 번 빠지면 그야말로 헤어나오기 어렵다”며 웃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