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와 모성애 잘 버무려지면
- 색다른 스릴러 될 것 같아 출연
- 아들 잃은 희연 감정 표현 노력
- 아이 통해 나오는 여러 목소리
- 알고 보면서도 무서움에 소름

2013년 영화 ‘숨바꼭질’로 한국형 아파트 공포의 새장을 연 허정 감독이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리는 ‘장산범’을 소재로 또 한 번 강력한 공포를 준다.

	영화 ‘장산범’에서 염정아는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리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엄마 희연 역을 맡았다. NEW 제공

올여름 유일한 한국 스릴러 영화 ‘장산범’(17일 개봉)은 시골 마을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네 가족이 동굴이 있는 숲속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부모나 자식 등 익숙한 주변 인물의 목소리를 재연하며 거울에서 나타나 상대를 동굴로 끌고가는 장산범은 새로운 공포의 아이콘이 될 듯하다.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영화로 돌아온 염정아는 ‘장산범’에서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리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엄마 희연 역을 맡아 ‘스릴러 퀸’의 면모를 보여준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을 소름 돋게 연기한 염정아를 만나 스릴러와 모성애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사회 전에 ‘장산범’은 모성애가 영화의 중심이고, 스릴러는 이야기를 도울 뿐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공포감이 대단하더라.

▶‘장산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모성애와 공포가 잘 어울려 있어 좋았다. 공포만 있었으면 제가 할 것이 없었을 것이다. 허정 감독이 공포를 잘 살려줄 것으로 생각했고, 희연이 드라마를 잘 살리면 색다른 스릴러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화, 홍련’ 이후 오랜만에 스릴러 영화에 출연해 ‘원조 스릴러 퀸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스릴러 연기를 오랜만에 한 소감은?

▶‘장화, 홍련’ 때는 제가 스릴러 분위기를 만드는 인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스릴러 분위기에 맞게 리액션을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센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저의 외모나 목소리, 표정에 그런 캐릭터가 입혀졌을 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보다. 예전에는 그것이 불만이었는데, 이젠 쿨하게 인정한다.

-‘장산범’이 주는 공포의 주요 요소는 목소리다. 장산범의 입을 통해 여러 인물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공포심을 자극했다.

▶저는 다 알고 봤는데도 깜짝깜짝 놀랐다. 특히 동굴 속에서 장산범이 “희연아” 하는데 왼쪽 귀에서만 들려 너무 깜짝 놀랐다.

-후시 녹음으로 장산범과 아이의 입에 맞춰 목소리를 입혔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장산범’은 시골 마을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네 가족이 동굴이 있는 숲속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NEW 제공

▶성인끼리는 입 모양이 잘 맞았는데, 아이 입 모양에 목소리를 맞추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도 목욕탕 거울에서 장산범이 튀어나올 때 딸 준희에게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나갈게” 하는 장면은 너무 재밌어서 여러 버전으로 녹음했다.

-‘장산범’은 모성애를 바탕에 둔 스릴러다. 5년 전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은 아픔이 있는 어머니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감정을 계속 보여줘야 희연의 마지막 선택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면 희연의 감정에 빠져 있었다. 남편 역을 맡은 박혁권 씨와 촬영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영화 홍보를 하는 요즘 박혁권 씨와 더 친해졌다.

-숲속에서 만난 여자아이를 연기한 신린아 양과 호흡이 좋았다.

▶촬영 당시에는 일곱 살이었는데, 엄청 똘똘한 아이다. 그 나이에 영화 속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설명하면 그 자리에서 듣고 바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다. 못 알아들으면 나올 수 없는 연기인데, 신기한 아이다.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영화에서 유독 아역 연기자들과 인연이 많았다. ‘장화, 홍련’의 문근영, ‘새드 무비’의 여진구, ‘여선생 VS 여제자’의 이세영 등이 그들이다.

▶근영이는 촬영 때 중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선물도 줬다. 10년 후에 방송국 복도에서 봤는데 얼굴은 똑같은데 아가씨가 됐더라. “언니 저 많이 컸죠?” 하는데 귀엽더라. 진구는 어린 아이였는데 이제 누나들의 로망이 됐고, 세영이도 초등학생에서 어엿한 숙녀가 됐다. 린아도 눈 깜작할 새 숙녀가 될 것 같다.

-원래는 지금쯤 최동훈 감독의 ‘도청’을 촬영해야 했는데 김우빈 씨가 뜻하지 않게 비인두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제작이 연기가 됐다. 많은 분이 김우빈 씨의 쾌유를 빌고 있다.

▶저를 비롯해 ‘도청’의 최동훈 감독님이나 이정재 씨 등 모두가 똑같은 마음으로 김우빈 씨가 빨리 회복해서 같이 작품을 했으면 한다. 정말 빨리 나았으면 한다.

-올해 남은 기간의 계획은?

▶애들이 초등학교 2, 3학년인데, 영화 홍보를 마치면 일상으로 돌아가 2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엄마가 돼야 한다. 일한다는 이유로 엄마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세팅을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그 이후에는 드라마나 영화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