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300㎞ 초고속 신칸센부터
- 1930년대 제작된 증기기관차까지
- 지역 곳곳 다양한 관광열차 운행

- 가고시마행 ‘규슈신칸센 사쿠라’
- 차창 밖엔 탁 트인 바다와 화산섬
- 객차 안은 삼나무 원목으로 꾸며

- 이부스키 온천 모래찜질욕 위해 탄
- 해안열차 ‘이부스키노타마데바코’호
- 용궁전설 모티브·흑백으로 반반 도색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출발해 이부스키역까지 운행하는 이부스키노타마데바코호. 창가 조망석에 앉아 48.9㎞의 환상적인 해안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7월 말 여름휴가의 절정기에 접어든 이맘땐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다면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이 어떨까? 더구나 푹푹 찌는 무더위도 싫고 인산인해의 복잡한 곳도 싫다면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건너간 뒤 여유로운 규슈 기차여행을 권한다.

기차여행을 떠올리면 유럽이 먼저 생각나지만 일본의 규슈 역시 동양적 낭만을 물씬 풍기며 ‘철도 왕국’ 일본에서도 기차여행의 성지로 꼽힌다. 규슈는 일본 열도의 주요한 4개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으로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7개 현(縣)의 철도망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고 초고속 신칸센과 다양한 관광열차들이 운행되고 있다.

이부스키역에 정차중인 이부스키노타마데바코호. 타마데바코는 타마(玉:보물)와 하코(箱:상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보물상자의 전설을 간직한 관광열차이다.

규슈에서 기차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는 한국의 철도문화와 달리 일본인에게 기차라는 존재는 특별하며 그 자체만으로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규슈에는 시속 300㎞로 달리는 최신형 신칸센부터 1930년대에 제작된 증기기관차까지 다양하게 운행되고 있다. 속도를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는 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오가는 목적지와 기차마다 고유의 이름 디자인,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 비틀 호를 타고 3시간 만에 도착한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가까운 중앙역인 JR하카타역은 규슈 철도여행의 시작역이다. 한글 표지판과 안내가 잘되어 있어 처음 이용하는 여행객들도 큰 불편함이 없다. 여기서 고속철인 ‘규슈신칸센 사쿠라’를 타고 남쪽으로 30분쯤 달렸을까 JR구마모토 역에 도착했다.

구마모토 시내를 활보하는 노면전차들. 1일 승차권(400엔)을 구입하면 시내 모든 전차를 타고 시내를 관광할수 있다.

지난해 4월 구마모토 일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도시 곳곳이 복구공사 중이었지만, 지진이 나기 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은 듯 보였다. 특히 지진 이전 많은 관광객이 찾았던 일본의 3대 성 가운데 하나인 구마모토성은 무너진 성벽과 돌담 복구를 하느라 내부 출입을 통제하고 군데군데 펜스를 치고 공사를 하고 있는데도 성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다시 JR구마모토역에서 규슈신칸센 사쿠라호를 타고 1시간쯤 더 남으로 달리면 종착역인 가고시마가 가까워지며 탁 트인 바다와 유황 연기를 내뿜는 화산섬 ‘사쿠라지마’가 창밖으로 다가온다. 가고시마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시로야마에 오르길 권한다. 500여 종의 식물이 우거진 숲속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연기를 가득 품은 사쿠라지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1년전 구마모토 대지진으로 성벽 곳곳이 무너진 구마모토성에서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가고시마가 자랑하는 이부스키 온천에 가기 위해 도착한 가고시마추오역엔 하얀색과 검은색이 반반씩 도색된 차량인 관광열차 이부스키노타마데바코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열차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남규슈 전설 중 하나인 우라시마타로우의 용궁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열차로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출발해 이부스키역까지 이어지는 48.9㎞의 환상적인 해안 관광열차이다. 주말에만 운행하는 보통의 관광열차와는 달리 매일 3회 왕복하는 열차지만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예약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좌석을 구하기 힘들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삼나무 원목으로 만든 의자와 편안한 소파, 책장 등이 갖춰져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조망석에 앉아 아름다운 긴코완(금강만)과 사쿠라지마(벚꽃섬)의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이부스키역에 도착해 있다.

시로야마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고시마 시내와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고시마 만의 입구에 자리 잡은 이부스키는 전역이 기리시마 화산대에 속해 있어 해변을 1ｍ 정도만 파면 어디서나 온천수가 솟아나는데 이렇게 온천 열로 뜨거워진 모래 속에 몸을 묻는 천연 모래찜질 온천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유카타를 빌려 입고 해변에 나가 모래사장에 누워 있으면 아주머니들이 뜨거운 모래를 덮어주는데 온천 열로 서서히 몸이 따뜻해져 사우나를 한 것 같아 열차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다.

■ 규슈 기차여행 팁

여행객들이 이부스키의 명물인 검은 모래찜질 온천을 즐기고 있다.

JR규슈 레일패스는 해외 여행객을 위한 자유환승권으로 JR규슈 열차 이용에 한해 규슈 지역 내 주요 여행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전규슈패스, 북규슈패스, 남규슈 패스 3종류가 있다. 요금은 전규슈패스가 3일 1만5000엔, 5일 1만8000엔이며 북규슈패스는 3일 8500엔, 5일 1만 엔, 남규슈패스는 3일 7000엔이다. 만 6~11세의 어린이 요금은 성인 요금의 50%이며, 5세 이하 유아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는 항공편도 많지만 쾌속선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올해부터 JR규슈고속선은 기존 비틀호의 내·외부를 새로 디자인한 ‘뉴비틀’을 운항하고 있다. 승객들이 대형 가방을 들고 탈 수 있게 전체 좌석을 200개에서 191개로 줄이는 대신 짐 보관소를 넓혔고, 일반석의 모든 좌석을 교체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할 수 있는 USB 충전기와 TV 이어폰을 설치했다. 또 와이파이 시스템을 개선해 항해하는 동안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내 서버에 저장된 관광정보와 비디오 프로그램 등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하루 2회 왕복 운항하며 성수기(7월 27일~8월 20일)에는 하루 3회 운항한다. 자세한 내용은 www.jrbeetle.co.kr 참조.

글·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