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밍 보이즈

- 무모하고 용기있는 세 청년, 농업 주제로 한 세계일주

# 올 리브 올리브

- 삶의 터전 뺏긴 팔레스타인, 투쟁의 공간 속 삶과 사랑

# 볼온한 당신

- 인간의 존엄성 깨닫게 하는 성소수자들의 삶 재조명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덩케르트'(20일 개봉), '군함도'(26일 개봉),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 '혹성탈출:종의 전쟁'(8월 15일 개봉) 등 국내외 기대작들이 차례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웰메이드 한국 다큐멘터리 3편이 그 틈바구니에서 관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한국 다큐멘터리 '파밍 보이즈'(13일 개봉), '올 리브 올리브'(13일 개봉), '불온한 당신'(20일 개봉)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 영화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농사꾼을 꿈꾸는 세 청년의 무일푼 농업 세계 일주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밍 보이즈'. 영화사 진진 제공

■세 청년의 농업 세계 일주 '파밍 보이즈'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는 요즘 농사로 눈을 돌린 세 청년, 두현 하석 지황이 있다. 이들은 세계의 농업을 몸으로 느끼고자 농업 세계 일주를 떠났다.

변시연 장세정 강호준 감독이 이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파밍 보이즈'(Farming Boys)는 세 친구가 호주에서 1년 동안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여행 자금을 모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유럽으로 떠난 세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젊은 이탈리아인들의 농업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벨기에에서 농부와 소비자가 어우러진 지역 농장을 지원하는 개인 네트워크를 만난다. 네덜란드에서는 직접 양을 기르고 양젖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6차 산업 농가를 통해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본다.

강 감독은 "아무 기반도 없는 청년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어렵다. '파밍 보이즈'는 그 해답을 찾아 멀고 험난한 여정을 떠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긴 여정을 마친 이들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두현은 경상남도 산청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며 농업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석은 농산물 유통을, 지황은 청년과 귀농 농부들을 위한 건축가로 일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초청작으로 젊은 관객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은 '파밍 보이즈'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팔레스타인 가족의 삶 '올 리브 올리브'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족이 일궈내는 끈질긴 삶의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올 리브 올리브'. 시네마달 제공

5·18 광주민중항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월愛(애)', 캄보디아 소수민족의 삶을 그린 '웰랑 뜨레이'에 이은 김태일 감독의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의 세 번째 이야기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담았다. 이번에는 그간 조연출로 호흡을 맞춰온 그의 반려자, 주로미 감독이 공동연출로 참여해 더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이라고 하면 항시 위험이 도사린 투쟁의 공간으로 느껴지는데, '올 리브 올리브'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스라엘에 의해 자신의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가족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60여 년 전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1세대의 기억, 죽음의 위기에 이어 실업의 위기에까지 놓인 2세대의 현실,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는 저항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3세대의 미래가 안타까움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자신의 땅임에도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팔레스타인 가족의 현실이 잔상으로 남는다. 주 감독은 '올 리브 올리브'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열망,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가려는 모습이 깊이 스며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올 리브 올리브'는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 경선 부문 대상과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했다. 한편, 김 감독의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는 향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대륙 등 전 세계로 이어질 예정이다.

■성 소수자로 산다는 것 '불온한 당신'

70대 여성 성소수자 이묵의 삶과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 여성영상집단 움 제공

대한민국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은 무엇일까? '불온한 당신'은 1945년생으로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소위 '바지씨'(여성 성 소수자들이 사용하는 은어)로 70세 평생을 살아온 이묵,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커밍아웃을 한 일본인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 그리고 성 소수자의 인권선언을 저지하려는 성 소수자 혐오 세력 등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함께 사는 삶 속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어려서부터 레즈비언의 길을 택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이어가는 이묵의 모습은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부끄럽게 만든다. '불온한 당신'을 연출한 레즈비언인 이영 감독은 "이 영화는 공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1년 설립한 여성주의 영화단체 여성영상집단 '움'이 제작한 '불온한 당신'은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다큐멘터리상과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