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이자 '오! 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은 3번째 흑백영화 '그 후'는 그의 이전 영화와 비슷하게 한 남자와 두 여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연애담이다.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 영화제작 전원사 제공

봉완이 첫 출근한 아름과 함께 있는 출판사, 그리고 점심을 먹는 중국집에는 한 달 전 헤어진 과거 출판사 직원 창숙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영화는 봉완과 아름을 보여주며 봉완과 창숙의 과거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봉완이 아름을 통해 창숙을 반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래서 봉완이 아름과 또 한 번 바람을 피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출판사로 쳐들어온 아내 해주가 아름을 연적으로 오해하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기분이 상한 아름은 출판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데, 봉완은 그날 저녁 술집에서 그녀를 가까스말린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영국에 갔다던 창숙이 술집을 찾아오고, 창숙을 잊지 못하던 봉완의 마음은 다시 그녀를 향한다.

'그 후'의 묘미는 아름의 존재다. 아름은 봉완과 창숙에게 마치 구원투수 같다. 아름을 퇴사시키면 아내는 봉완에게 여자가 없다고 믿게 되고, 봉완은 창숙과 보다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부단한 중년 남자와 출판사 여직원의 위험한 불륜은 이렇게 이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앞서 불륜이라는 사실 때문에 헤어졌듯, 언제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사랑이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은 겨울이지만 관객들은 한여름 밤의 꿈 같다.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6일 개봉.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