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종 모양
- 탐폰처럼 몸 안에 넣어 사용
- 물로 씻어내 재착용 가능하고
- 주기 끝난 후 소독땐 더 위생적
흔히들 생리라 부르는 월경은 여성이라면 매달 치르는 일이지만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는 않는 단어다. 여성들의 건강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드러내 놓기는 불편해하는 주제다. 그러다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월경용품이 여성의 생활필수품이자 건강과 큰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월경용품이라면 일회용 생리대라는 인식만 있다가 천으로 만든 생리대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현재는 천 생리대뿐 아니라 생리컵 같은 새로운 형태의 월경용품에 대한 소개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안 생리대 관련 취재를 하다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됐다. 국내에선 아직 생산·판매할 수 없지만 해외 직구로 구입해 사용하는 여성이 많았다. 도대체 뭐가 달라서 '강추'한다는 후기들이 가득한지 궁금해 구매했고 지난 11개월간의 사용기를 소개한다.
이미 천 생리대를 쓴 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새로운 생리용품을 써보는 데는 거부감이 없었다. 일회용 생리대를 쓰다가 천 생리대로 바꾸게 된 계기도 취재였다. 천 생리대의 장점은 이미 알려진 대로 생리통과 불쾌한 냄새를 많이 줄여준다. 하지만 한 가지 세탁의 번거로움이 있다. 한 번에 씻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로 물에 담가 두었다가 전용 비누로 세탁하곤 했다. 문제는 장마철이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해가 바짝 나는 날이면 모아서 빨았다가 보송하게 건조하면 된다. 하지만 며칠 내내 비가 내리고 습기가 있는 때는 곤란했다. 천 생리대는 두께감이 있는 소재라 속까지 잘 말려야 하는 게 골치였다.
지난해 6월 대안생리대를 취재하면서 생리컵을 접했다. 당시는 국내 생산 제품을 구매하는 데 문제가 없었으므로 당장 주문했다. 작은 파우치 안에 든 투명한 종 모양의 생리컵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상자 안에 설명서가 있었지만 당최 감이 안 왔다. 생각보다 크기도 크고 두께도 도톰해 이걸 어떻게 몸 안에 넣을까 궁금했다. 기자는 출산 경험이 있으므로 겁이 나지는 않았다. 당장 인터넷으로 사용후기를 검색했다. 2, 3번의 생리주기를 거치면서 마침내 성공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만큼 첫 사용이 쉽지는 않다는 거였다.
기자가 썼던 방법은 U자 접기라고 생리컵을 반으로 접는 형태였다. 윗 부분의 원을 접어 엄지와 검지로 쥐고 가볍게 밀어 넣는다. 문제는 몸의 힘을 풀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무릎은 구부린 스쿼트 자세로 하면 좀더 쉽게 넣을 수 있다.
생리컵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생리 기간 내내 젖은 옷 위에 앉은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혹시나 생리혈이 샐까 걱정이 돼서 천으로 된 팬티라이너를 착용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잠을 잘 때 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운동을 할 때도 걱정이 없었다. 연재 중인 운동방랑기를 위해 격렬한 운동을 해야할 때도 있었지만 문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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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U자 접기. 양 손으로 생리컵을 가로로 누른 뒤 한손으로 아랫부분을 잡아 반으로 접는다. 위의 모양이 U자 형태로 보여 U자 접기라고 한다. |
초기에는 기자도 생리컵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신이 없어 불안했다. 체내에서 제대로 펴지지 않아 천 생리대를 적시기도 했다. 하지만 3번의 생리주기를 지나니 전혀 문제가 없다. 다양한 생리컵을 사서 나만의 골든컵을 찾는 여정이 필요 없었던 것도 운이 좋았다. 생리컵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찾게 된 기쁨을 '골든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밖에서 생리컵을 비워야 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 어린 얘기가 많았다. 기자는 플라스틱 물병을 하나 사서 수돗물을 가득 채운 뒤 화장실로 갔다. 거기서 비우고 물병의 물로 씻어낸 뒤 다시 착용했다. 1년가량 쓰면서 생각한 건 자신의 손에 생리혈이 묻는 게 싫은 사람이라면 쓸 수 없단 거였다. 또 체내에 생리컵을 넣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도 사용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를 극복할 자신만 있다면 강력 추천할 만하다. 생리 주기가 끝나면 먼저 따뜻한 물과 비누로 생리컵을 씻는다. 그리고 생리컵을 전자레인지에 사용 가능한 그릇에 넣고 완전히 잠기도록 수돗물을 부은 뒤 2~3분 가열한다. 그 이후 완전히 말리면 위생적인 문제도 걱정이 없다.
보다 쾌적한 그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모험해 볼 용의가 있는 용자라면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