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시공간 초월 스릴러 영화
- 남편 살해혐의로 수감된 미희 역
-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복귀

- 반전 매력 미스터리물 좋아
- 연이어 모성애 캐릭터 선택?
- 보편적 사랑이 관객 끌어당겨요
- 잊을만하면 나오는게 롱런 비결
- 한국 드라마도 출연하고 싶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월드 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윤진이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오컬트 스릴러 영화 '시간위의 집'(5일 개봉)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시간위의 집'은 25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아들이 실종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 생활을 하고 돌아온 미희(김윤진)가 사건이 벌어졌던 집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다.

	영화 '시간위의 집'에서김윤진은 25년 전 눈앞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수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미희 역을 맡았다.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눈앞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비밀의 집을 찾는 미희 역을 맡은 김윤진은 25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며 미스터리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특히 나이 든 늙은 모습의 미희를 위해 3시간에 걸친 특수분장을 하며 열연을 펼쳤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우리를 서스펜스의 세계로 인도하는 동시에 아들에 대한 모성애로 감동까지 전하는 김윤진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어떤 매력을 느껴 '시간위의 집'에 출연하게 됐나?

▶재작년 '검은 사제들'을 극장에서 두 번씩이나 볼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이후 '시간위의 집'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읽었는데,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시간위의 집'이 신선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포 영화인가 하다가 이후 미스터리, 스릴러가 차례로 펼쳐진다. 엔딩은 가족 드라마로 마친다. '시간위의 집'은 다양한 장르가 러닝타임 100분 안에 적절히 배합된 영화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6월의 일기' '세븐 데이즈' '이웃사람', 그리고 이번 영화까지 유독 스릴러 영화가 많았다.

	영화 '시간위의 집'에서 김윤진은 25년의 시간을 오간다. 젊은 미희(위)와 나이든 미희.

▶'세븐'이나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스릴러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를 보면서 추리하고, 그 예감이 맞으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또 무섭기도 하면서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스릴러 영화에 끌리고, 많이 출연한 것 같다.

-'시간위의 집'은 1992년과 2017년을 오간다. 25년이 지난 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국제시장'은 20대, 40대, 60대가 차례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25년의 세월이 바로 흐른다. 게다가 수감 생활을 하고 나온 뒤라 극중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든 미희를 연기하고 싶었다. 남편이 죽고 아들이 사라진 엄청난 사건을 겪은 미희는 25년간 수감 생활을 하면서 눈앞에서 사라진 아들을 매일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다.

-최근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어서 그런지 눈앞에서 사라진 아들을 25년간 그리워하는 미희의 마음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졌다.

▶세월호 사건은 너무나도 끔찍했고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피가 끓어오를 것이고, 온 국민이 같은 감정일 것이다.

-다시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웃사람' '심장이 뛴다' '하모니' '세븐 데이즈' '6월의 일기'가 모두 모성애를 바탕에 둔 캐릭터였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모성애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모성애라는 코드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장치인 것 같다. 모성애는 수많은 사랑 중에 가장 보편적인 사랑이어서 '엄마가 하는 행동'이라고 하면 설명이 안 되는 상황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나이든 미희를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을 했다. '국제시장'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국제시장' 때는 실리콘을 부분적으로 부착했는데, 이번에는 얼굴을 찡그려 주름을 만든 후에 특수분장용 풀을 발라 드라이기로 말렸다. 3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랬더니 깊은 주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본드 느낌의 풀을 벗기고 나면 얼굴이 빨개지고 따가웠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는데, 제작 여건상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를 바꿔가면서 촬영해야 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늙은 미희 분장을 했다는 것을 까먹고 계단을 빨리 올라가 NG가 나기도 했다.

-게다가 나이든 미희가 후두암 말기 환자라는 설정이어서 목소리를 긁어서 내야 했다.

▶실제 후두암 말기 환자 분들은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사를 해야 하니까 여러 환자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임대웅 감독님과 상의해 톤을 조절했다. 특히 촬영현장의 거친 숨소리까지 포착하기 위해 일반적인 붐 마이크뿐만 아니라 핀 마이크까지 착용하고 촬영했다.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멜로 영화 주인공은 '밀애' 이후 못 본 것 같다.

▶'밀애'도 평범한 멜로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연극을 하다가 1999년 '쉬리'로 데뷔했는데, 그때가 스물일곱 살이었다. 너무 늦게 데뷔했고, 처음부터 완숙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영화를 못했다. 가장 예쁠 때인 20대 초반에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쉬리'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오랜 기간 톱배우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롱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04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하면서 한국영화를 자주 못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관객들이 잊을만하면 나오는 배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가끔 나와서 10대에게 '저 아줌마 누구야?', 20대에게 '질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게 롱런의 비결이자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미국 드라마를 하느라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한국 드라마에 출연을 못 했는데, 지금은 스케줄이 하나도 없다. 드라마 각본도 보내주시면 좋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