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앙증맞은 하얀 꽃잎 다섯장
- 연둣빛 머금은 노오란 수술대가 벚꽃과 다른 매력
- 8~9일 농소면 축제
- 동국제일가람 직지사, 1000여 개 불상 장관
- 벗은 동자승 찾으면 아들 낳는다는 전설
- 학마을 나뭇가지에 둥지 튼 왜가리·백로
- 수몰민 아픔 담긴 부항댐도 근처에
"경북 김천에 가면 경운기 타고 자두꽃을 구경할 수 있겠네." 오는 8일부터 이틀간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자두꽃 축제 소식을 어디선가 들은 아내가 신기한 듯 말을 꺼낸다. 하얀 꽃잎에 노란 수술을 단 자두꽃은 초록빛이 감돌아 고상한 느낌이 드는 꽃이다. 자두꽃 축제도 김천에서만 열린다 하니 마음이 동한다. 자두꽃 외에도 김천에는 볼거리가 많다. 왜가리와 백로를 만날 수 있는 학마을, 최근 가족 나들이 코스로 떠오르는 부항댐,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한 직지사도 있다. 원조 흑돼지 고장임을 알리듯 지례면에는 흑돼지를 판매하는 식당도 밀집해 있다. 먹고 보고 감상하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
| 전국서 유일하게 자두꽃 축제(오는 8, 9일)가 열리는 경북 김천 농소면에서 만난 자두꽃. |
■자두꽃 축제와 학마을
김천의 시화(市花)인 자두꽃을 찾아 농소면까지 2시간여를 달린다. 흐드러지게 핀 자두꽃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하얀 자두꽃 아래에서 인생샷을 찍어볼까'. 그런데 자두꽃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만 보인다. 농소면 곳곳을 돌아다니다 길가에 핀 자두꽃을 발견한다. 희고 앙증맞은 하얀 꽃잎 다섯 장에 샛노란 수술, 초록빛이 감도는 것이 산기슭의 눈꽃 같다. 언뜻 보니 매화 같기도 하다. 매화와 벚꽃, 자두꽃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일단 자두꽃은 초록빛을 띠기 때문에 붉은빛은 제외한다. 두 번째로 자두나무는 과실수이기 때문에 길가보다는 사유지인 밭이나 마당 등에 주로 심는다. 이 두 가지를 합치니 자두꽃의 윤곽이 드러난다.
입석리 마을회관 주변부터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있다. 축제 기간이 되면 자두꽃 축제를 주관하는 이화만리를 중심으로 농소면 곳곳에서 자두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겠다. 이화마을 위현복 대표는 "축제 땐 꽃마차투어(경운기), 공·굴렁쇠 굴리기, 박 터뜨리기, 전통음식체험, 도자기체험, 미술실기대회, 솟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시작된 김천자두꽃축제는 2013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국비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김천시는 1077㏊에서 9724t의 자두를 생산해 전국 1위(19.3%)를 차지하고 있고 농소면은 259㏊에서 2779t을 생산해 김천시에서 대표적인 자두 생산지다.
이화마을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왜가리와 백로 집단 서식지인 봉곡1리를 만난다. 품위와 풍요를 상징하는 왜가리는 김천의 번영을 의미하며 시조(市鳥)로 지정돼 있다. 해마다 2월이면 백로와 왜가리가 마을 뒷산을 찾아와 여름을 난다. 큰 새가 떼 지어 살았다 하여 샙띠마을이라고도 한다. 봉곡1리 앞에는 '학이 춤추고 자두꽃 향기 넘치는 봉곡1리'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주위에 모형 백로가 있다. 봉곡3길 이정표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멀리서 보기에도 꽤 많은 왜가리와 백로가 둥지 위를 날거나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
| 농소면 봉곡1리의 왜가리·백로 집단서식지 풍경. |
가느다란 다리를 늘어뜨린 왜가리와 백로가 가느다란 가지 끝에 살포시 내려앉아 휴식을 취할 때는 꼭 연못에 떠 있는 소금쟁이 같다. 사진을 찍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돌아서려다 다시 장소를 옮기기를 반복한다. 몇 시간이고 기다려 작품을 찍는 사진작가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하나 특이한 것은 어미 왜가리는 머리에 리본을 달아 뒤로 넘긴 듯 꽁지머리를 하고 있는데 새끼 왜가리는 더벅머리처럼 정돈이 안 돼 있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새끼 왜가리와 두 살짜리 아들이 오버랩된다.
■직지사와 신 관광명소 부항댐
부항댐을 찾는다. 2013년 11월 준공된 부항댐은 홍수조절 기능과 용수공급을 위해 설립됐다고 한다. 길이 472m, 높이 64m, 총저수용량 5400만 ㎥이다. 부항댐에 도착하면 물뿌리개 3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물뿌리개의 물이 흐르는 모습을 파란색 철사로 표현했는데 물문화관임을 대번에 알 수 있겠다. 물문화관 앞에는 '삼도봉이 빚어내는 희망의 샘물'이라는 물방울 모양의 은색 철제 조각물이 서 있다. 물문화관으로 들어서면 4층에는 전망대와 디지털 방명록이 있다. 물문화관에서 나와 댐을 따라 걸으면 왼쪽 아래에 친수문화공간인 산내들공원이 조성돼 있다. 산내들공원에는 수몰민의 애환을 달래기 위한 마을길이 조성돼 있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어린이 놀이시설, 다목적 체육공간도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
|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한 직지사의 대웅전(보물 제1576호)과 삼층석탑 2기(보물 제606호). |
내년 8월까지 국내 최장 출렁다리를 만들 계획도 있고 부항댐을 가로지르는 짚라인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는 충남 청양군 청장호(207m)가 국내 최장 출렁다리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마지막 코스는 동국제일가람으로 불리는 직지사다.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한 곳으로 고구려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말이 있으나 사적비가 허물어져 확실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한다. 1735년(영조 11)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대웅전(보물 제1576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 약사불 아미타불 등 삼존불을 모시고 있으며 그 뒤로 삼존불탱화(보물 제670호)가 있다.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탑 2기(보물 제606호)가 있다.
비로전(일명 천불전) 앞에는 문경 도천사지에서 옮긴 삼층석탑(보물 제607호)이 있다. 비로전 내부에는 비로자나불 약사불 노사나불을 모시고 있으며 그 뒤로 1000개의 동자 불상(천불상)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수많은 불상 중 벌거벗은 동자 불상을 찾아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도 있다. 직지사 앞에는 음악 조형 분수, 광장, 어린이 놀이시설, 산책로 등을 갖춘 직지문화공원이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으며 인근에는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이 있다.
한편 부항댐으로 가는 길목인 지례면에는 15곳의 식당이 흑돼지를 판매하고 있다. 지례면은 한때 몸집이 작은 흑돼지의 원산지였지만 사육 기간이 길어 도태됐다가 1980년대 들어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 5개 축산농가가 사육하고 있다.
# 집된장으로 끓인 찌개 한 그릇
■ 맛집 '김천정월식당'
김천에 가면 한 번은 들러야 할 식당이 있다. 농소면에 위치한 정월CC 내에 있는 '김천정월식당'이다. 주인 내외가 골프장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해 청국장과 된장찌개가 맛깔스럽고 밑반찬도 정갈하다. 식사로는 정월된장찌개(7000원), 청국장찌개(7000원)가 있으며, 안주류로는 두부김치(1만2000원) 닭도리탕(3만 원) 돼지목살양념구이(2만6000원·100g 5000원) 고추장떡(5000원) 등이 있다. 된장찌개와 청국장은 나물과 비벼 먹을 수 있는데 깊은 맛이 있었다. 고추장떡은 무난한 수준이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