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들어가면 강하게 몰입
- 영화 위해 교도소 오래 머물러
- 역할 밸런스 조절은 나의 숙제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연기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김래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영화 '프리즌'(개봉 23일)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프리즌'에서 검거율 100%로 유명했지만 뺑소니, 증거인멸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경찰 송유건 역을 맡은 김래원. 쇼박스 제공

'프리즌'은 대한민국의 모든 완전범죄가 시작되는 교도소에 군림하는 절대 제왕 정익호(한석규)와 교도소에 수감된 경찰 송유건(김래원)의 이야기를 다룬 감옥 액션 영화다. 김래원은 검거율 100%로 유명했지만 뺑소니, 증거 인멸 등으로 수감된 파란만장한 경찰 송유건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으로 위험한 액션까지 직접 해내며 지난해 인기 드라마 '닥터스' 때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강남 1970' 이후 3년 만에 영화로 찾아온 김래원을 만나 '프리즌'은 물론 자신의 연기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쉼 없이 촬영했다. 곽경택 감독의 '부활', '프리즌'을 연이어 촬영했고, 드라마 '닥터스'에도 출연했다.

▶그래서 '닥터스' 이후 5개월째 쉬고 있다.(웃음)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보통 3년에 2편가량 출연했는데 지난해처럼 빡빡하긴 처음이었다. 힘들긴 했어도 작품에 들어가면 정말 몰입해서 작업한다. 그래서 지방 촬영 때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가기도 한다.

-'프리즌'은 전남 장흥 교도소에서 촬영했다. 실제 교도소에 잘 적응했나?

▶음산하고 서늘한 느낌이 있었다. 죄수복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도소 안에서 시간을 보내려 했다. 드라마나 영화 초반 촬영 때는 소위 '달 떠 있다'고 하는데, 좀 과장된 연기가 나온다. 영화는 3, 4회차 촬영까지는 역할에 맞는 연기를 제대로 하는지 감을 잡아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20대 초반의 김래원은 또래 배우들 중 자신이 가장 연기를 잘한다는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20대는 자신감으로 연기할 때였다.(웃음) 20대 때는 예쁘고 멋있는 척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관객이나 시청자 분들이 그런 것에 환호하고, 선호하기도 한다. 저는 그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 때부터 꾸밈이 없었던 것 같다. 멋을 내거나 예뻐 보이기 위해서 한 연기는 아니다.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교도소에 군림하는 절대 제왕 정익호(한석규·오른쪽)와 교도소에 수감된 경찰 송유건(김래원)의 이야기를 다룬 감옥 액션 영화 '프리즌'. 쇼박스 제공

-한석규 씨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두 분 모두 느린 말투가 비슷하다.

▶한 선배님과 같이 낚시를 할 때는 더 느려진다. 한 선배님을 7, 8년 전에 뵀는데, '친구들이 나를 대할 때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평상시에는 말을 좀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한 선배님은 항상 열정적이고 끊임없이 노력하신다. 이번에도 맡은 역할에 대해 나현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최고는 다르구나' 했다.

-'프리즌'에서는 진지하면서도 때론 가볍고, 악한 형사 같지만 정의감도 있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는가?

▶연기 폭을 넓게 하려고 했다. 처음에 송유건 캐릭터는 영화의 느낌처럼 말수도 없고 조용했다. '꼴통'이라기보다 악질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캐릭터를 나 감독님과 회의를 해서 중간중간 가벼운 미소 정도는 줄 수 있는 캐릭터로 수정했다. 계속 무거운 인물로 그려지면 후반부의 반전을 미리 알려줄 것 같아서였다. 진지함과 가벼움, 두 가지 모습이 적절하게 잘 섞인 것 같다.

-공중의 끈에 목을 매달거나 교도소 주방에서 펼친 액션은 위험해 보였다.

▶목이 매달리는 장면에서 처음에 목 힘으로 버틸 때 힘들었다. 과거처럼 패기로만 했으면 부상당했을 것 같다. 주방 장면에서 제가 붕 날아 신성록 씨 가슴을 드롭킥으로 차는 장면이 있다. 신성록 씨에게 "보호대 했지?"라고 묻고 정확하게 가슴을 차겠다고 한 뒤 힘껏 킥을 날렸는데, 그 키 큰 사람이 붕 날아갔다. 다들 깜짝 놀랐다.

-최근 점점 연기에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역할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만일 제가 정의로운 역할을 맡았다면 악역이 강해야 제가 더 커 보인다. 또 원톱 영화를 많이 했는데 좋은 조연 배우 분들과 분배를 하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이는 저의 숙제다. 저는 감독의 좋은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로 좋은 도구는 아닌 것 같다.

-'배우는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배우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전달하는 도구로 쓰이면 된다. 물론 그 도구가 캐릭터를 표현하기까지 까칠할 수도, 자기 생각을 고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공동 작업이고, 감독과 같이 이야기하고 풀어 나가면 된다.

-'해바라기' '강남 1970' '프리즌' 등 영화에서는 강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드라마는 '천일의 약속' '펀치' '닥터스' 등에서 로맨스나 멜로 연기도 보여줬다.

▶장르 구분 없이 좋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처음 느와르 작품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나한테 어울릴까?' 했다. 하다 보니 내 안에 느와르의 모습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로맨스 연기나 일상적인 연기가 편하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