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후엔 직무관련성 없어
- 학생이 교사에 꽃 선물 가능

- 드라마 여주인공이 받았던
- 목화 꽃다발은 품귀현상
- 화학 처리로 생기 유지하는
- '프리저브드 플라워'도 인기

화훼시장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지난 14일 지역의 대표 꽃 시장인 부산자유시장에는 얼마 전만해도 썰렁했던 가게들이 밀려드는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2월은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 등 각종 이벤트가 많아 연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더 반갑다. 경기침체로 꽃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은 터였다.

	부산자유시장 3층 꽃도매상가가 졸업식, 기념일 등을 맞아 꽃을 사러 온 시민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한 상인은 "졸업시즌치곤 예년보다 매출이 30~40% 줄었지만 찬바람만 불던 시장에 손님이 찾아오니 힘이 난다"며 "요즘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의 힘이 되는 꽃을 많이들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화꽃, 졸업 꽃 시장 점령

올해 졸업시즌 꽃 시장의 흥행 주인공은 목화꽃이다.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졸업을 맞은 여자 주인공 김고은이 남자 주인공 공유에게 목화 꽃다발을 선물받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목화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6배 가량 늘렸지만 도매상에선 품귀현상까지 빚을 정도다.

가격도 배로 훌쩍 뛰었다. 자유시장의 경우 1대(4, 5송이)에 5000원 하던 게 지금은 1만 원에 팔리고 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이곳에서도 안개꽃까지 더해 꽃다발을 만들면 3만5000원~4만 원선이다. 비싼 값에 많이 팔리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 입장에선 좋지만은 않다. 대부분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등에서 수입해오고 있어 우리 농가에 큰 도움이 안되고, 마진도 많이 붙일 수 없어서다.

최근 '시들지 않는 꽃'이라 불리는 프리저브드(preserved) 플라워(사진)도 인기를 끈다. 생화를 화학 처리해 생기를 유지하도록 만든 꽃으로, 바스러짐이나 색바램 현상이 없어 3년 동안 보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이 플라워보다 가격은 2, 3배 비싸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가지 색을 물들인 안개꽃이 특히 인기가 높다.

■ 졸업 땐 선생님께 꽃 선물 OK

	tvN 드라마 '도깨비' 졸업식 장면에서 등장한 목화 꽃다발.

이번 졸업시즌 화훼시장에 영향을 미친 건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꽃다발, 꽃바구니 주문이 뚝 떨어졌다. 자유시장에서 35년째 꽃을 판매하고 있는 구정애 씨는 "졸업식날 담임 선생님이나 교장·교감 선생님 선물용 주문도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한 건도 없었다"며 "인사철에도 난 화분 5만 원짜리 하나 팔면 농가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 거치기 때문에 얼마 안 남는데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졸업식에 다녀온 학부모 정혜연(45) 씨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마저 금지하다보니 졸업식이라도 선생님에게 꽃 한 송이 건네는 것도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요즘엔 안주고 안받는 게 좋다니까 빈손으로 다녀왔다"며 아쉬워했다.

청탁금지법 이후 첫 졸업식을 맞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생님 선물을 싸고 고민이 많지만, 이날엔 선생님에게 꽃이나 선물을 건네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국민권익위 해석이다. 다시 말해 교사가 더는 학생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없어 사교 및 의례 목적으로 허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