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내는 프랑스의 거장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후 예술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 이어 '퍼스널 쇼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영화 '퍼스널 쇼퍼'의 한 장면. 찬란 제공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까탈스러운 유명 여배우의 매니저 역을 맡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번 영화에서는 제목처럼 한 파리의 셀러브리티인 키라의 쇼핑을 대신 해주는 퍼스널 쇼퍼 모린을 연기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퍼스널 쇼퍼'는 한 여성이 자신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드라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영혼이 등장하고, 의문의 문자가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모린은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무기력한 삶을 살지만 퍼스널 쇼퍼로서 바쁘게 움직인다. 키라를 위한 고가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직접 고르고 운반하지만 욕심을 내진 않는다. 또 오빠의 영혼과 만나고 싶어 하지만 다른 영혼들이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존재로부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듯한 문자가 도착하고, 경계하던 문자에 답을 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욕망에 대해 깨닫는다. 과연 문자의 발신인은 누구고, 모린이 마주한 영혼은 누구일까?

마치 실험영화의 한 장면 같은 15분여 간 계속되는 문자 시퀀스는 묘한 끌림을 준다. 미묘하게 떨리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얼굴과 문자를 담은 핸드폰이 긴장감을 형성한다. 또 마지막을 장식하는 어떤 영혼과의 모린이 만나는 장면은 반전과 함께 영화 전체의 미스터리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아사야스 감독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좋아하길 바라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는데, 그녀는 그 이유를 연기로 증명한다. 그만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매혹적이다. 9일 개봉.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