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영화될까 궁금해 선택
- 21살 차이 아역배우와 호흡
- 세대차에 농담도 쉽지않더라"

일반적으로 강동원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꽃미남 배우'로 통한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에 이어 16일 개봉한 '가려진 시간'과 다음 달 2일 개봉을 앞둔 '마스터' 등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꽃미남 배우'로 규정짓는 것이 왠지 미안하다. 시대극, 액션, 드라마, 멜로, 스릴러, 코미디, 판타지, 범죄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진정한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의문의 실종 사건 이후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 역을 연기한 강동원이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특히 가상의 섬 화노도에서 의문의 실종 사건 이후 13세의 소년 성민(이효제)이 며칠 만에 어른 성민(강동원)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는 특별한 소재를 영화화한 감성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려진 시간'에서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 강동원과 만나 영화의 베일을 벗겼다.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 씨를 제외하면 아역 배우들이 주연이고, 색다른 소재의 이야기라 출연을 결정할 때 위험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했다. 특히 시간이 멈추는 장면이나 시간이 흐른 후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또 캐스팅이 쉬운 영화가 아니어서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민의 캐릭터는 한국영화에서 전례가 없다. 성민의 시간은 10여 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단지 며칠이 지났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10대 소년의 마음을 연기해야 했다.

▶아마 성민처럼 10여 년을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 살았다면 실어증에 걸렸을 것이다. 또 13세의 소년이 혼자 자랐다고 정신연령이 그 나잇대에 멈췄다면 그것도 어색했을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볼 때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말투나 정신연령의 수위를 조절했다.

-성민은 13세 때 같은 반 친구 수린과 첫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러 여전히 소녀인 수린과 다시 만난다. 수린 역을 연기한 신은수 와는 나이 차가 21살이라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는 첫사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첫사랑의 감정보다는 유일하게 나를 믿어주는 친구로 수린을 대했다. 은수와 연기 호흡은 다른 여배우와 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세대 차가 나서 농담을 해도 썰렁해지는 경우가 있긴 했다(웃음). '동원아'라고 해도 된다며 편하게 부르라고 했는데 끝까지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영화 '가려진 시간' 속의 한 장면.

-시간이 멈췄을 때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은 블루스크린에서 와이어를 매고 촬영했다. 기포도 모두 CG다. 머리카락은 스프레이를 뿌려 퍼지게 했다. 반면 시간이 멈춘 시내를 돌아다니는 장면은 모두 야외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날려서 바로 NG가 났다. 현실감은 있지만 촬영기간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세트에서 촬영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멈춰진 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현재 내 모습의 뿌리는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고등학교 때다.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지금의 성격도 형성됐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 만일 과거로 갈 수 있다면 그때로 갈 것이다.

-몇 년간 쉬지 않고 촬영을 하고 있다. 쉬고 싶지 않은가?

▶빈 시간으로 작품들이 잘 찾아들어왔다. 캐릭터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편이다. 영감 받은 대로 디자인해서 연기하는 것이 연이어 작품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감독님의 의견을 듣지만 내가 정한 방향과 크게 빗나간 적이 별로 없었다. 어려서 운동을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코어 근육이 좋아서 체력도 좋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좋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