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종·다원따라 맛도 천차만별

- 우유·설탕 들어간 짜이·밀크티
- 홍차 처음 접한 이에게 추천
- 오롯한 맛 즐기려면 싱글 오리진

- 우려낸 찻잎 재활용하고플 땐
- 양파망에 찻잎 모아 욕조에 쏙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차가워지니 따끈한 차 한 잔이 더 생각난다. 이럴 때 누구나 마시는 커피 대신 색다른 차로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매력 있다. 아직은 커피나 녹차만큼 즐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화려하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애프터눈 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홍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산인도문화원을 운영하는 정덕민 주한 인도 명예총영사에게 홍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차는 품종에 따라 우려내는 시간과 물 온도가 달라서 정해진 대로 만들어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정 명예총영사는 "홍차라면 실론티와 스리랑카만 생각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인도의 다즐링은 고급 홍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도 내에서도 한국으로 치면 차 전매청으로 볼 수 있는 티보드(Tea Board)에서 차를 사서 등급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홍차가 들어 있는 포장지 중 하나를 살펴보면 '퍼스트 플러시, 다즐링, F2.22'와 같은 세 가지의 정보가 있다.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퍼스트 플러시는 녹차로 치자면 우전으로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품종이란 뜻이다. 다즐링은 홍차가 생산되는 인도 북동부의 지역명으로 이곳에만 95개의 다원이 있다. 'F2.22'는 다원의 좌표로 이 상품이 다즐링 지역의 어느 다원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려준다. 이런 상품을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이라고 하는데 특정 품종의 차가 가지는 맛을 오롯이 즐기기에 좋다.

홍차는 물에 우려냈을 때 색깔이 붉어서 홍차라고 부른다. 그런데 유럽이나 북미에선 블랙티라고 부른다. 실제로 그곳에선 홍차를 우려낸 색이 검게 보일 정도로 진하고 어둡다. 홍차의 색깔이 물의 성질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은 연수이므로 적은 양의 홍차 잎으로 오래 우리지 않아도 맛이 잘 배어난다. 하지만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아 잎을 더 넣어야 하고 우려낸 뒤 색도 한층 어두워진다. 녹찻잎을 발효시켜 홍차를 만든다는 생각은 오해다. 홍차는 찻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서 잎에 상처를 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살청이라 하는데 이 상태로 자연스럽게 건조한다. 녹차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만 뜨거운 솥에 덖는 과정이 더해지므로 녹차와 홍차는 다른 맛과 색을 가지게 된다.

홍차를 마시는 데 특별한 기구는 필요하지 않다. 차를 우려내는 바닥이 둥근 큰 그릇이 있으면 된다. 그래야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그릇 안에서 대류가 잘 일어나 차의 맛이 잘 우러난다. 차를 우려낼 때는 향기가 달아나지 않게 뚜껑을 꼭 덮는다. 찻물은 홍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정수된 물을 마실 때마다 즉시 끓여서 사용하는 게 좋다. 정 명예총영사는 "홍차를 마실 땐 3·3·3을 기억하면 쉽다. 3g의 홍차를 300㎖의 물에 3분간 우려낸다는 뜻"이라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포장지에 쓰인 대로 우려서 마시는 것이다. 라면 포장지 뒤에도 조리 예가 있는 것처럼 홍차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적혀 있다. 정 명예총영사는 "티백으로 홍차를 접하는 사람은 티백을 찻잔의 벽에 부딪치거나 숟가락으로 짜내지 말라"는 당부를 거듭했다. 홍차를 잘못 우려 쓰고 떫은 맛만 나게 마시고 나면 홍차는 맛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긴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홍차에 우유와 설탕이 가미된 짜이나 밀크티를 권한다. 이런 맛이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는 차에 베르가못 오일을 넣어 향기를 더한 얼그레이나 꽃봉오리 등을 넣은 가향차다. 마치 향수나 허브차같이 향이 강한 홍차로는 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코 폴로 같은 상품이 좋다. 이렇게 즐기다 보면 홍차만의 오롯한 맛과 향이 궁금해진다. 그럴 때 한 지역에서 난 홍차만으로 만든 싱글 오리진을 접하면 된다.

이 차들은 우려냈을 때 색상도 연한 것부터 진한 갈색까지 다양하며 맛과 향도 조금씩 다르다. 이날 부산인도문화원에서 마셔본 퍼스트 플러시는 처음엔 보리차같이 연한 색이라 무슨 맛인가 했지만, 차츰 구수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느껴져 홍차도 이럴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이어서 마신 몬순은 퍼스트 플러시보다는 색상과 맛이 더 진했다. 하지만 마냥 떫거나 쓴맛이 아니라 아련한 쓴맛이 매력적이었다.

우려낸 찻잎도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찻잎을 젖은 채로 접시에 잘 펴서 냉장고에 넣으면 탈취 효과가 뛰어나다. 그래서 차를 보관할 때도 밀봉해서 둬야 하며 냄새가 강한 것과 함께 보관해서는 안 된다. 깨끗한 양파망에 찻잎을 모아서 목욕할 때 쓰면 피부건강에 도움이 된다. 마치 물이 온천물처럼 매끈매끈해져서 피부가 아주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 홍차, 제대로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

① 취향에 맞는 홍차를 선택한다

② 필요한 도구를 준비한다

③ 3·3·3 법칙을 기억한다
④ 예쁜 잔에 따라 마신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