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의 주된 공간 배경은 상해와 경성, 그리고 기차 안이었다. 김지운 감독과 제작진은 1920년대 상해와 경성 거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해석과 함께 대부분의 공간을 재구성했다.

	영화 '밀정'은 1920년대 중국 상해 거리를 스파이 영화에 맞게 재현했다.

스파이 영화를 찍는다면 오래된 건물의 고색창연한 느낌이 살아있는 곳을 원했던 김 감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상해 세트를 선택했다. 아시아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서양 문화가 들어왔던 상해에 1998년에 세워진 60만 평 규모의 중국 처둔 세트장은 1920년 상해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그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반입하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간의 대립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소인 기차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기차 세트 같은 경우에도 일반 객실보다 특실의 톤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등 공간 속의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구도, 밝기 등을 조절했다. 김 감독은 유압식(높은 압력을 가한 기름을 이용해 작동시키는 방법)이 아닌 스핀을 연달아 연결하는 방법으로 총 3칸의 기차 세트를 제작해 당시의 기차의 움직임과 특징을 생동감 있게 구현해냈다.

단순히 과거의 시대적인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인물들 내면의 변화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고 재창조해낸 '밀정'은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으로 1920년대 항일 또는 친일, 극단의 선택을 강요했던 시대가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