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 - 쓸 소재 없다는 아이에게 -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게 해 - 어땠어? 무슨 감정이 들었어? - 구체적 답 이끌어내도록 질문
- 날짜·날씨·제목 기본형식도 - 세밀하게 표현하도록 유도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가량 지났다. 놀기만 하면 좋으련만 방학에는 숙제가 반드시 따라온다. 초등생의 단골 방학숙제가 일기 쓰기다. 일기가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거나 표현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일기 쓰기는 아이들의 최대 골칫거리다. 덩달아 부모들까지 머리가 아파진다. 매일같이 "엄마, 오늘 일기 뭐 써? 나 오늘은 아무 일 없었는데"라거나 "엄마, 어제 날씨가 어땠어? 나 뭐했는지 기억이 안 나"의 무한반복이라면 이만저만 피곤해지는 게 아니다. 대책이 없을까?
일기 쓰기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은 글감 찾기다. 사실 일기 쓰기는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생각해 보면서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주제로 일기를 쓰게 하는 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은 제외한 뒤 감정의 동요가 있었던 일을 골라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 때 급식을 먹었다. 맛있었다"라고 아이가 썼다면 부모가 "무슨 반찬이 나와서 맛있었어? 반찬의 맛이 어땠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 반찬에 대해 뭐라고 말했어?"하고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 아이가 대답하면서 그대로 일기로 쓸 수 있다. "급식 반찬으로 탕수육이 나왔다. 나도 친구들도 더 많이 먹고 싶어서 얼른 먹고 한 번 더 받았다. 탕수육은 달콤해서 언제 먹어도 맛있다"하는 식으로 그날 있었던 일을 쓰면서 당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남문초등학교 박선미 수석교사는 "글감 찾기 마인드맵을 그려놓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완성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동그라미를 그린 뒤 그 안에 하루라고 쓰고 동그라미에서 아침·점심·저녁으로 크게 가지를 친다. 아침에는 늘 하는 세수, 이닦기, 옷입기 등으로 세분화하고 점심 때는 점심 먹기, 학원 가기 등 한 일을 쓰게 한다. 그 안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사건이 있다. '욕실에 벌레가 있어 세수하면서 깜짝 놀랐다'라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면 이미 일기장의 반은 채울 수 있다. 마인드맵은 기본 모양을 그려 비닐 파일에 끼워 놓으면 그 위에 수성 마카펜으로 쓰고 지울 수 있어 편하다.
글감을 찾았다면 일기의 기본 형식을 잘 지켜 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날짜와 날씨, 제목이다. 일기는 말 그대로 매일의 기록이다. 그래서 정확한 날짜가 꼭 있어야 한다. 날씨를 쓸 때는 맑음, 흐림, 비 이렇게 쓰는 것보다는 보다 세밀하게 날씨를 묘사하는 것이 좋다. 맑은 날도 '바람이 씽씽 불면서 파란 하늘'이나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란 하늘'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글감 찾기에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 수석교사는 "가족들의 생일,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 등 경조사를 달력에 표시하듯 다이어리에도 표시를 해 둔다"며 "예컨대 할머니 생신이 7월이나 8월이라면 그날의 글감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부모와 아이가 의논해 정하면 된다.
월요일에는 독서일기, 화요일은 관찰일기, 수요일엔 생활일기, 목요일에는 시로 쓰는 일기. 이렇게 요일별로 주제로 정해 놓으면 걱정이 없다. 주제를 정했더라도 그날 아이가 다르게 쓰고 싶다면 그래도 된다.
아이들의 일기를 검사하다보면 늘 보게 되는 말이 있다. '재밌었다' '즐거웠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아야 겠다'.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표현들이 매일 반복되는 경우에는 같은 감정을 다양한 말로 표현해 놓은 감정사전을 활용하면 좋다. 기쁨을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기쁘다, 자랑스럽다, 우쭐하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아이들이 잘 몰라 통상 좋았다고만 쓴다. 다양한 표현이 들어 있는 종이를 주고 아이와 같이 읽어보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면 설명해주고 알맞게 잘 활용했다면 크게 칭찬해준다.
박 수석 교사는 "다양한 표현을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아이더러 왜 똑같은 말만 하느냐고 야단치면 일기 쓰기가 당연히 싫어진다"며 부모의 제대로 된 조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랍시고 10살 아들에게 "문장 길게 쓰지마. 한 문장에 네 생각을 하나씩만 담아서 써"라고 일기 지도를 하던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박 수석교사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지도하면서 항상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이 아주 훌륭한 분이시고 대단한 장군이지만 우리 역사에 그와 비슷한 분도 많이 계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장군이라면 이순신 장군이 대명사처럼 나온다. 왜 그럴까?" 그는 기자에게 반문했다. 이순신 장군의 훌륭함은 난중일기가 증명해 준다. 전쟁 기록이자 생활 기록이다. 난중일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지금처럼 잘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 수석교사는 "이렇게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일기가 짜증나는 숙제가 아니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면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히 하게 된다"며 일기 쓰기 독려법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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