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 달라
- 처음부터 감정 폭발하는 연기
- 매너리즘 빠질 때 새 역할 추구
- 이번 작품 그런 의미에서 선택"

'좋은 배우'를 평가할 때 꾸준함과 다양성은 첫손 꼽히는 항목이다. 충무로의 '좋은 배우'로 손꼽히는 손예진은 2002년 영화 데뷔작인 '취화선'을 시작으로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작업의 정석' '백야행' '타워'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지난 15년간 15편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손예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비밀은 없다'(개봉 23일)로 또 하나의 연기 색깔을 더한다.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남편의 국회의원 선거 보름을 앞두고 딸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아내 연홍 역을 맡은 손예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독특한 감성의 스릴러 영화 '비밀은 없다'는 남편의 국회의원 선거 보름을 앞두고 딸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아내 연홍(손예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손예진은 딸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불안과 혼돈, 그리고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이 "손예진의 이면에 굉장한 광기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비밀은 없다'는 이야기 진행이나 스타일 면에서 기존의 스릴러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

▶'비밀은 없다'는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연홍은 물론 남편, 딸과 딸의 친구 등이 펼치는 이야기가 아주 독특했다. 그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그림으로 영화화될까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은 차츰 감정을 쌓아가다가 후반에 폭발한다. 그런데 연홍은 딸이 실종된 후부터 감정이 한껏 올라 있는 느낌이다.

▶관객들은 점차 감정을 쌓아하는 이야기에 익숙하고 배우도 그런 연기에 익숙하다. 그런데 이 감독님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인물을 전형적으로 그려가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를 바랐다. 이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이 확실해서 함께 이야기하며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

-이런 방식이나 스타일은 연기는 처음이다. 연기하는 자신도 새로웠겠다.

▶새 영화를 선택할 때마다 해왔던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딸을 잃은 엄마의 모습은 이럴 것 같다는 예상을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지점이 있어서 '비밀은 없다'가 매력적이다.

-김주혁 씨와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부부로 만났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에 불안과 절망, 분노의 연기를 선보인다.

▶딸을 둔 부부로 처음부터 등장하는데,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혁 오빠는 배려심이 많아서 무척 편안하다. 어떨 때는 남편 같은 느낌도 들면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딸이 실종됐는데도 선거에 빠져 있는 남편을 연기할 때는 애증이 오갔다.

-그래서 부부 싸움을 하면서 연홍이 남편 종찬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있다.

▶두 번 촬영을 해서 주혁 오빠가 여섯 대 맞았다. 잘못하면 다시 때려야 해서 긴장해서 때렸는데, 나중에 보니 내 손이 벌겋게 부었더라. 그러니 주혁 오빠는 얼마나 아팠겠는가. 그런데도 다 받아주고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다. 후반부 장면에서 한 겨울에 옷을 벗은 채로 랩에 쌓여 있는 장면을 촬영을 할 때는 불쌍했다.

-그동안 많은 장르의 영화를 꾸준히 해왔다. 배우로서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매너리즘은 작게는 자주, 크게는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내가 보는 내 얼굴이 지겨워질 때 다른 포인트로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하게 된다. '비밀은 없다'는 그런 의미로 선택한 작품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