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티셔츠를 하나 사러 집 근처 아울렛에 갔다. 나간 김에 저녁도 해결할까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는데 도착하자마자 전쟁이 벌어졌다. 두 아이가 넓은 매장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큰애 잡아다가 앉혀 놓으면 그 사이 둘째가 도망가고 없고, 잠깐 조용해서 둘러보면 소파에 누워 있질 않나 따라다니면서 단속하다 보니 정작 옷은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골라 집어들고 나와야 했다.
옷 가게에서 이렇게 진을 빼고 나선 결국 식당에 못 가고 음식을 사 들고 집으로 갔다. 그래도 일곱 살 큰아이는 이젠 비교적 조용히 앉아서 기다릴 수 있지만 세 살 둘째는 아직 천방지축이다.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면 좀 낫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한 번 떼쓰며 울기 시작하면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입에 쓸어 넣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첫째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이런 일의 연속이었다. 큰아이가 두세 살쯤일 때 옆 테이블에 가서 맥주며 음료수며 생각 없이 막 집어오는 일이 있었다. 여기에다 젓가락으로 테이블, 고기 불판, 밥그릇 할 것 없이 두들기고 내리치는 통에 밥 먹는 내내 옆 테이블 눈치를 봐야 했다. 누구 한 사람은 아이한테 붙어 지켜봐야 하니 우리가 제대로 밥을 못 먹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옆에서 뭐라고 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 결국 아이가 더 클 때까지 몇 달 식당에 발을 끊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문제는 부모들에게는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절대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 육아 카페나 여성전용 카테고리에서는 심심하면 '맘충' 논란이 벌어진다.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맘'에 벌레를 의미하는 '충' 자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않는 엄마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누군가 한 명이 '맘충'을 봤다고 사연을 올리면 그 글 아래에는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답글이 수십, 수백 개씩 달린다.

올라오는 사례들을 보면 참 별별 일이 다 있다. 커피숍에서 아이들이 씽씽카를 타는데도 자기 수다에 빠져 모르쇠 하는 엄마, 감자탕 집에서 공놀이하던 아이가 결국 옆 테이블 감자탕에 공을 빠뜨린 사연, 빵집에서 갓 나온 빵을 아이가 맨손으로 찔러 망가뜨려 놓고는 되레 화내고 가는 엄마 등 애 키우는 내가 봐도 뒷목 잡을 일이 많다.

이런 무개념 엄마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애 기죽인다면서 뭐라고 하지 말라는 부모들은 사실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엄마들 때문에 모든 유아 동반 엄마가 맘충으로 싸잡아 비난당하는 데 있다. 어찌 보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일도 맘충이라며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도 있다.

극단적인 일부는 "그러니까 어린애가 있는 집은 아예 식당이나 커피숍에 오지 마라"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이는 벼룩 잡는데 몽둥이 들고 나오는 격이다. 맘충의 문제는 어린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제지하기는커녕 본체만체하거나 오히려 권장하는 행동이 주변 사람의 분노를 사는 것이다.

얼마 전 외국계 한 항공사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었다는 기사를 봤다.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한 번 울 때마다 같이 타고 있는 승객들의 비행기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아이가 울 때마다 승객들은 짜증을 내는 대신 다 같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아마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승객 간의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항공사에서 이런 이벤트를 연 것이리라.

아이를 동반한 사람도, 주변 사람도 서로 정말 조금만 배려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박수까지는 못 치더라도 최소한 얼굴 찡그릴 일은 줄어들 테니 말이다.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