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주쯤 전일 거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안내문 하나가 날아왔다. '맞춤형 보육정책 시행을 연기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호소문과 정책 시행 연기 또는 철회를 위한 서명지였다. 지난 4월 정부가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어린이집에서 가만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정된 날짜가 조금씩 다가오자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집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이번엔 동사무소에서 등기 하나가 날아왔다. 오는 7월 맞춤형 보육 시행에 따라 우리 집은 종일반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문이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 같았다. 또 일주일쯤 흐른 지난 1일. 어린이집에서 전면전 포문을 열었다. 맞춤형 보육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휴원도 불사하겠단다. 제발 휴원만은 안 하길 바랐으나 결국은 예상된 순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우리 집이야 종일반 대상자로 확인됐기 때문에 맞춤형 보육을 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다. 하지만 워킹맘 가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데 정작 워킹맘인 나조차도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먼저 전업주부와 워킹맘을 가르는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 정직원이야 뭐가 문제겠느냐마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구직희망자는 일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맞춤형 보육'을 치면 각종 억울한 사연이 쏟아져 나온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파트타임인데 일하는 걸 인정받지 못해 오후 3시에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할 판이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하는 걸 입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오후 3시라는 정해진 하원시간은 또 누구 아이디어인지. 두 아이를 몇 년 동안 어린이집에 보내본 경험을 보자면 보통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오후 2시30분 전후까지 낮잠을 잔다. 교사들은 낮잠에서 깨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 간식을 먹인 후 하원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오후 3시에 데려가야 한다면 자다가 막 일어난 아이를 들쳐 안고 집에 보내야 한다는 소리다. 하원 차량 역시 오후 3시30분 이후부터 돌기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전업주부 자녀는 무조건 직접 데려가야 한다는 건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지원금 삭감이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격분하는 것도 바로 이거다. 언뜻 보면 보육시간이 줄어드니 지원금도 줄이는 게 맞다. 그런데 오후 3시에 온다고 해서 먹던 간식이나 밥을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종일반 아동이 한 명만 있어도 교사는 같은 시간을 근무해야 하니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맞춤형 아동을 위해 차량을 한 번 더 운행하면 돈이 더 들면 더 들었지 덜 들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지원금이 20% 줄면서 생긴 부담은 원장과 교사가 나눠 짊어져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육아사이트에는 벌써 '전업 맘인데 원장이 어린이집을 옮기라고 은근히 압박한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운다는 이유 하나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보육에서 차별을 받는 것 자체가 억울한 일이다. 까놓고 말해 어린이집 지원금을 줄인다고 양육비를 추가로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은 차별을 없앤다며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안된다.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아마 이번에도 어린이집 휴원은 불가피할 것 같다. 예고된 대로라면 일주일쯤 쉴 것 같은데, 그동안 아이를 종일 맡아달라고 친정엄마 앞에서 머리를 긁어야 한다. 정부는 워킹맘들이 차별받지 않고 편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이런 정책을 편다고 하겠지만 이런 걸 보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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