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삼합은 돼지고기 수육, 홍어, 묵은지로만 구성된 줄 알았다. 그런데 쇠고기 등심, 키조개 관자, 표고 버섯을 같이 구워 먹는 삼합도 있었다.'장흥 삼합'이다. 롯데호텔부산 한식당 무궁화의 서승수 셰프는 "싱싱한 재료를 살짝 구워 육수에 적셔 먹는 요리로, 부드럽고 고소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 길 수 있는 맛"이라며 장흥 삼합을 셰프의 집밥 메뉴로 내놓았다.

	서승수 셰프

★재료

키조개 2개, 쇠고기 채끝등심 100g, 생표고버섯 3개

막대두릅 140g, 육수 350㎖, 겨자초간장, 초고추장, 국간장, 소금

키조개는 처음엔 입을 꼭 다물고 있지만 뒷부분에 칼을 넣으면 잘 벌어진다. 억지로 입을 열려고 하면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다. 열어서 관자 부분만 따로 떼내어 쓴다(사진 1). 마트에선 관자만 따로 모아 팔고 있어 그런 것을 구매해도 된다. 막대두릅은 가시가 붙어 있어 밑손질 때 조심해야 한다. 껍질이 있는 끝 부분을 칼끝으로 톡 잘라 주면 된다. 너무 순 쪽으로 자르면 두릅이 다 풀어져서 데쳤다 건지기가 번거롭다. 생표고버섯은 기둥을 떼내고 갓 아랫부분에 낀 것이 없도록 잘 털어서 씻어 둔다.

서 셰프는 "한우와 썬 키조개 관자를 같이 구워 다시마 육수에 적셔 먹는 게 장흥 현지식"이라고 했다. 마치 샤부샤부처럼 즐기는 거다. 관자는 0.5㎝ 두께로 원통 모양을 살려 납작하게 썰어 둔다. 막대두릅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둔다. 색깔이 짙어지면 바로 꺼내야 아삭아삭하다. 손질한 표고버섯은 갓 부분에 골패 모양으로 칼집을 내 준다.

육수는 표고버섯 기둥, 무, 대파, 건다시마, 물 2ℓ면 된다. 찬 물에 모든 재료를 넣고 30분간 중불에서 얌전하게 끓여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하면 끝이다(사진 2). 쇠고기와 키조개 관자는 중불의 프라이팬에서 살짝 굽는다(사진 3). 표고버섯은 굽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육수에 넣었다 건져 한입에 먹는다. 쇠고기와 표고버섯, 조개 관자가 따뜻하고 촉촉해서 씹기가 무척 좋다. 그리고 수분이 있어 서로의 맛이 더 잘 섞인다. 표고버섯의 감칠맛과 향기에 보들보들한 조개 관자, 몇 번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운 쇠고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소스도 딱 좋다. 겨자의 은근한 매운 맛에 식초의 새콤함이 가미돼 삼합의 풍미를 돕는다. 데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마무리하면 폭신하고 아삭함까지 더해져 만족스럽다.

서 셰프는 겨자를 다루는 방법이 좀 달랐다. 겨자 가루를 한두 숟가락 스테인리스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약간 부어 되직하게 섞는다. 그 상태 그대로 육수를 끓이는 냄비 뚜껑 위에 엎어서 10분 정도 발효시킨다. 발효 후 뜨거운 물을 한 숟가락 반죽에 넣어서 물을 따라내면 겨자의 아린 맛과 잡내가 제거된다(사진 4). 여기에 간장 1, 식초 1, 설탕 1, 물 1의 비율로 넣어 섞으면 발효 겨자로 만든 겨자 초간장이 된다. 초고추장은 고추장 2, 감식초, 1, 매실엑기스 1의 비율로 섞으면 맛있다. 시판되는 튜브형 겨자는 이미 이런 과정을 거쳐서 숙성된 것이니 그냥 짜서 써도 된다. 하지만 은근하고 매콤한 겨자맛을 원한다면 서 셰프의 방법대로 하는 게 좋다. 겨자 가루는 튜브에 든 겨자보다 유통기한이 길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육수를 끓일 때 주의할 점은 센불이 아닌 중불로 끓이는 것이다. 센불로 끓이면 물이 부르르 끓어오르면서 육수 색깔이 탁해지므로 중불로 얌전히 끓여야 맑은 색상의 육수가 된다. 이 육수를 체에 걸러 맑은 물만 준비해 놓는다. 집에서 가족들과 먹을 때는 식탁 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을 놓고 육수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담가서 먹으면 된다. 장흥 삼합의 마지막은 육수다. 처음에는 맑고 담백했던 육수가 쇠고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이 여러 번 들락날락하며 진하고 감칠맛 있는 진국처럼 바뀐다. 이 육수를 그릇에 떠서 훌훌 마시는 맛도 일품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