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보홀섬은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인근의 세부나 보라카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나 즐길거리에선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바다낚시나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등 활동적인 놀이부터 고급리조트의 편안한 휴가까지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여기에 필리핀 사람들의 느긋한 미소가 더해져 시간이 멎은 탈일상의 휴양지로 그만이다.

	키세스 초콜릿같은 언덕- 높이 30~40m의 언덕 1268개가 올록볼록 솟아 있는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 같다고 초콜릿 힐이라 불린다.

■초콜릿 힐과 안경원숭이

	로복강 투어

보홀에선 물과 관련된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로복강 투어는 선상에서 뷔페식 점심식사와 함께 진행된다. 현지 가수가 한국의 오래된 가요를 어눌한 발음으로 불러도 정겹게 들린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원주민 마을에 배를 대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골치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풍경에 빠져들 수 있으니 여행의 시작으로는 훌륭하다.

배에서 내려 언덕 같은 작은 산으로 올라간다. 키세스 초콜릿처럼 생겼다고 해서 '초콜릿 힐'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1268개나 된다. 214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높이 30~40m의 올록볼록한 갈색 언덕이 내려다보인다.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화산활동으로 솟아올랐다. 아직도 봉우리에서 조개껍질들이 발견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뀔 때부터 봉우리 색깔이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한다. 제주도의 오름은 완만한 곡선이 매력이라면 보홀의 초콜릿 힐은 동글동글한 형상이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안경원숭이

몸길이가 약 13㎝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를 직접 볼 기회도 있다. 서식지를 작은 공원처럼 조성해 놓았다. 안경원숭이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잠만 잔다. 나뭇가지를 꼭 붙들고 나뭇잎을 지붕처럼 머리에 붙이고 있다. 카메라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성인 손바닥의 반 만한 크기로 눈여겨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지만 포인트마다 직원들이 알려준다. 눈이 무척 커서 개구리와 원숭이를 합친 것처럼 생겼다. 손가락 끝도 개구리처럼 동그랗게 생겨 더 신기하다.

■유리알처럼 맑은 바닷속

	유리알같은 바닷속- 보홀의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포인트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발리카삭이다. 운이 좋으면 거북이들도 만날 수 있다.

보홀의 스노클링 포인트는 발리카삭으로, 팡라오 섬의 알로나 비치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간다. 보통 필리핀 전통배인 방카를 이용한다. 방카는 양쪽으로 거미처럼 펼쳐진 다리가 있어 안정성이 있다. 보홀의 바닷물은 다른 곳보다 염도가 높아 부력 또한 세다. 그래서 구명조끼를 입고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어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몸에 힘을 뺀 뒤 머리만 물속에 담그고 입으로 호흡하면 쉽다. 필리핀 현지 스노클링 가이드가 구명조끼를 띄워 수영 못하는 사람을 도와줘 둥실둥실 떠다니며 유리알처럼 맑은 바닷속을 구경할 수 있다.

수족관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다리로 물장구를 치면서 서서히 움직이면 바닷물의 온도 변화가 느껴져 재밌다. 열대어들은 색상도 아름답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도 별로 없어 근거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대형 조개를 현지 가이드가 잠수해 만지자 입을 크게 벌린다. 가이드는 장난기가 발동해 둥근 돌 위의 해초에 스마일 모양도 그렸다. 그러자 바닷속 돌이 미소를 보내는 듯했다.

	스노클링 후 식사

스노클링이 끝나면 인근 섬에서 점심을 먹는다. 외국에 나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필리핀에선 그런 걱정도 덜하다. 필리핀 전통 음식이라 하더라도 특별한 향신료 없이 간장과 소금으로만 맛을 내는 까닭이다. 태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독특한 향신료로 고생한 사람이라면 필리핀 음식이 더욱 입에 맞다. 보통 숯불에 구운 새우나 간장을 발라 구운 생선 등을 밥과 함께 준다. 찰기가 없는 동남아시아 쌀이지만 먹을 만하다. 식당 내 매점에선 한국 라면도 판다. 과일은 제철을 만난 망고가 달고 맛있었다. 망고는 옻과의 식물이라 옻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피해야 한다.

■여명·노을과 함께하는 수영

	칵테일같은 노을까지- 팡라오 섬의 알로나 비치에 있는 벨뷰 리조트. 수영장에 들어가서 탁 트인 해수면을 바라보면 저절로 편안해진다.

보홀이 휴양지로 각광받는 데는 훌륭한 숙소도 한몫한다. 팡라오 섬의 알로나 해변에 특급리조트들이 모여 있다. 기자가 묵었던 벨뷰 리조트도 그 중 하나다. 해변 바로 앞에 마련된 수영장은 인피니티 풀로 몸을 담그고 수면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됐다. 사진을 찍으면 어디까지가 수영장이고 바다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수영장을 이용하면 남국의 낭만을 여명이나 노을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알로나 해변에는 벨뷰 이외에도 헤난 리조트, 비 리조트 등 고급 숙소들이 즐비하다. 헤난 리조트는 3개의 수영장과 전용 해변을 갖고 있어 요즘 가장 뜨는 리조트 중 하나다. 베란다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객실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비 리조트는 세련된 객실 디자인과 한적한 분위기에서 휴식하길 원하는 이용객이 선호한다.


# 보홀 가는 법 & 필리핀 문화

- 부산~마닐라 3시간20분 소요
- 공항세 1인당 200페소 부과
- 미국처럼 서양 팁 문화 있어

보홀로 가려면 부산에서 마닐라까지 국제선을, 마닐라에서 보홀 딱빌라란 공항까지는 국내선을 타야 한다. 직항은 없다. 부산에서 마닐라까지는 3시간20분 정도 걸린다. 한국보다 시차가 1시간 느리다. 마닐라에서 보홀까지는 1시간 소요된다. 필리핀 항공으로 국제선과 국내선을 연결해 12시간 이내에 이용하면 스루 체크인이 가능하다. 출발지인 부산에서 짐을 부치면 마닐라가 아닌 최종 도착지인 보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딱빌라란 공항에서 마닐라로 나올 때는 공항세가 1인당 200페소 부과된다. 현금으로 공항에서 지불해야 하니 미리 페소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마닐라에서 부산까지 오는 국제선 항공권에는 공항세가 1인당 500페소씩 이미 포함돼 있어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를 거친 탓에 서양의 팁문화가 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벨보이가 짐을 방으로 가져다 주거나 청소를 하게 되면 팁을 주는 것이 좋다. 페소가 없다면 달러도 무방하다. 1달러면 충분하다. 마사지를 받을 땐 2~3달러, 스노클링을 할 때는 5달러 정도가 적당하다. 식당에서도 종업원의 서비스에 감사 표시를 하고 싶으면 약간의 팁을 줘도 좋다. 미국처럼 식사비의 10~15%까지 줄 필요는 없다. 방에 팁을 놓아둘 때는 베개 위나 침대 위에 둬야 팁으로 생각하고 가져간다. 탁자 위에 두면 손님 돈이라고 여겨 손대지 않는다.

협찬:필리핀항공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