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조리장

집밥도 가끔은 색다르게 요리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이 적게 걸리면서도 푸짐한 메뉴가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농심호텔 리스또란떼의 이상민 조리장은 이런 바람에 부응해 조리시간이 채 10분이 걸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해산물 수프를 내놓았다.


# 재료

새우 8마리, 그린홍합 6개, 꽃게 4마리, 쭈꾸미 4마리, 가리비 3개, 깐마늘 3개, 페페론치니 약간, 토마토소스 500㎖, 올리브오일 2큰술, 파슬리 약간, 소금 약간, 타임 1줄기(없어도 무관), 파마산 치즈(없어도 됨), 화이트와인 3큰 술


새우는 꼬리를 떼고 껍데기를 다 깐다. 그린홍합은 수염 부분은 가위로 잘라내고 껍데기는 솔로 문질러 씻어 둔다. 게는 다리 끝 쪽은 가위로 잘라내고 딱지는 솔로 비벼 씻는다. 껍질 있는 생물을 손질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냉동 모듬해물을 사용해도 된다. 냉동해물은 요리 직전 실온에서 해동하거나 전날 밤 냉장고에 넣어두고 천천히 해동해야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마늘은 칼 옆면으로 눌러 으깨는 것이 좋다. 이 조리장은 "다진 마늘은 입자가 작아서 올리브유에 볶는 동안 너무 빨리 익어 타기도 쉽지만, 으깬 마늘은 크기가 커서 잘 타지도 않고 누르면서 즙도 나와 더 풍미가 있다"고 했다. 마늘을 볶을 때는 절대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 프라이팬을 예열한 뒤 올리브오일, 다진 마늘, 허브를 넣고 볶으면 기름에 향이 녹아든다.

가리비, 그린홍합 등 껍데기가 있는 해산물부터 넣고 볶는다. 중불을 계속 유지하며 볶다가 새우와 주꾸미 등 살만 있는 해산물을 넣는다. 껍데기를 다 제거한 냉동해산물을 쓸 경우엔 한 번에 다 넣어도 무방하다. 이때부터 해산물의 향이 부드럽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센불로 불을 키우고 와인을 넣는다. 이 셰프는 리큐르인 페노드를 넣었다. 페노드는 회향, 감초 등이 들어 있는 향기 나는 술로 어린아이들이 먹는 기침시럽약 같은 독특한 향기를 풍겼다. 그런데 가열하면서 알코올이 날아가고 나니 향긋한 이국적인 향만 남아 요리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가정에서는 달지 않은 화이트와인이면 충분하다. 해산물의 비린내를 날려주고 풍미를 더할 와인이므로 마트에서 파는 테이블 와인이면 된다. 호텔에서는 리큐르나 와인을 팬에 넣고 팬을 살짝 기울여 불을 붙이는 플람베 기법으로 잡내를 날린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위험하기도 하고 생각만큼 쉽지 않아 와인을 넣고 뚜껑을 계속 열어 놓은 상태로 볶으면 된다.

여기에 토마토 소스를 붓고 5분 정도만 끓이면 된다. 매콤한 뒷맛을 즐기려면 페페론치니를 이때 함께 넣는다. 마른 고추가 향이 좋으므로 페페론치니 대신 마른 청양고추를 약간 넣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뚜껑은 열어둔 상태면 좋다. 토마토 소스는 시판 제품을 쓰거나 홀토마토 통조림을 사다가 소금, 후추로 약간만 간하고 믹서기에 갈아서 써도 된다. 이 조리장은 "수프에 구운 곡물빵을 찍어 먹거나 푸실리를 넣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고 알려줬다. 푸실리는 짧은 형태의 파스타로 마치 나사처럼 꼬임이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표면적을 넓게 해 보다 많은 소스를 묻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수 있는 파스타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푸실리는 다른 파스타처럼 물에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넣고 삶아 약간 심이 남아 있는 상태로 익힌 뒤 쟁반에 펼쳐 식혀둔다. 이때도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려 놓으면 서로 달라붙는 것도 막고 향기도 더 좋다.

이 조리장은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고 큰 아이가 6학년이라 아이들과 같이 캠핑을 즐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캠핑 가서나 집에서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면 맛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며 웃었다. 실제로 재료가 다 준비된 상태에서 볶고 끓이는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깜짝 놀랐다. 곁들이는 빵을 굽거나 푸실리를 삶는 시간은 제외했다.

	푸실리

해산물의 비린맛은 사라지고 해산물 육수를 따로 낸 듯한 감칠맛이 있었다. 올리브 오일에 해산물을 볶으면서 생긴 진한 육수 때문이었다. 상큼한 토마토 소스와 해산물이 잘 어울렸다. 쫄깃한 푸실리와 국물을 함께 떠 먹으면 씹는 맛도 있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