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역 본래 맛 잘 살려주는
- 흰살생선 이용한 요리법
- 마트서 쉽게 구할 수 있는
- 참돔 광어 우럭도 괜찮아

- 체에 걸러 말끔해진 육수에
- 생선살과 미역만 살짝 끓여
- 보들보들한 식감 유지해


미역국은 특별한 음식이다. 재료가 비싸거나 조리법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탄생을 기념하는 음식이어서다. 임신부가 아이를 낳거나, 생일을 맞은 이가 먹는 국이다. 누구나 자주 먹는 미역국, 좀 색다르게 먹을 수 없을까. 노보텔앰배서더 김길수 총주방장이 고민을 풀어줬다.

■감성돔 미역국 재료

감성돔 1마리(2인분 기준), 미역 200g, 무 150g, 대파 30g, 양파껍질 15g, 국간장 조금, 소금 약간, 마늘 10g, 생강 5g, 청양고추 2개(취향에 따라)


감성돔은 낚시로 잡아야만 맛볼 수 있는 생선이다. 레시피를 받고 걱정이 됐다. 김 총주방장은 "흰살 생선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참돔 광어 우럭 등 다 좋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미역국은 쇠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지 않나요?" 그는 기자의 물음에 "미역 본래 맛을 잘 살려주는 것은 생선과 함께 끓였을 때"라며 "집에서도 담백하게 생선을 넣어 끓인 미역국만 해먹는다"고 했다.

가정에선 생선을 장만하는 일이 가장 부담스럽다. 활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일은 마트에서 해결해 준다. 대가리를 손질할 때 아가미는 꼭 제거해야 한다. 김 총주방장은 "아가미가 탕에 들어가면 시큼한 맛을 낸다"며 "자른 대가리를 도마 위에 놓고 생선 입을 벌린 뒤 칼을 넣어 반으로 쪼개 아가미를 꺼내면 제일 깔끔하지만 칼질에 자신이 없다면 씻으면서 손으로 뜯어내도 된다"고 했다. 아가미를 떼낸 대가리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 둔다. 육수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몸통은 껍질을 한 번 더 긁어내 붙어있을 수 있는 비늘을 세심하게 제거한다. 등쪽부터 칼집을 넣은 뒤 포를 뜬다. 쉽지 않지만 시도해볼 만하다. 포를 뜬 뒤 배쪽에는 가시가 붙어 있으므로 한 번 더 잘라내 준다. 껍질이 없는 살쪽의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뼈가 만져진다. 머리쪽에서 꼬리쪽으로 칼집을 내서 가시를 잘라낸다. 생선포는 앞쪽은 붙어 있고 뒤쪽은 가운데부터 갈라진 V자 형태가 된다. 껍질은 벗기지 않는다.

김 총주방장은 "포를 뜬 뒤에는 절대 물에 씻지 말아야 한다"며 "생선살에 물이 닿으면 물컹거리고 맛이 뚝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을 약간 뿌린다. 껍질도 그대로 둔다. 남은 뼈는 피를 씻은 뒤 대가리와 한 곳에 둔다.

맹물이 끓기 시작하면 양파껍질부터 넣는다. 무, 마늘, 생강, 감자 등 썰어둔 것을 한 번에 넣고 끓인다. 대파는 4~5㎝ 정도 길이로 썰어놓았다 넣는다. 팔팔 끓으면 준비해둔 대가리와 뼈도 같이 넣어 끓인다. 이때 국간장을 약간 넣어 색과 향을 더한다. 이 상태로 20분 정도 끓여 육수를 낸다.

보통의 매운탕이나 맑은 탕은 국물 안에 재료가 다 들어있지만, 감성돔 미역국은 감성돔의 살과 미역만 그릇에 담긴다. 시원하고 깨끗한 국물의 비결은 육수를 내서 체에 거르는 것이다. 김 총주방장은 "양파의 영양분은 과육보다는 외려 껍질에 더 풍부하고, 단맛이 더 잘 우러나므로 양파껍질을 썼다"고 설명했다. 육수에 감자가 들어간 것도 특이했다. "감자를 넣고 끓이면 약간의 감자 전분이 물에 녹아 나오면서 부드럽고 좀 더 진한 맛을 준다." 빠른 시간 내에 육수를 내기 위해 육수용 재료를 편으로 썬 것도 노하우다. 마늘과 생강도 편으로 썰어 다졌을 때 국물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는다. 뒷맛이 깔끔한 것을 원한다면 육수를 끓일 때부터 청양고추를 썰어 넣는다.

미역은 찬물에 불려 먹기 좋게 잘게 잘라 둔다. 김 총주방장은 "어떤 음식재료든 금속인 칼이나 가위에 닿으면 영향을 받는다"며 "그래서 나는 집에서 마른 미역도 손으로 찢어서 준비한다"고 했다. 육수가 끓어오르면 미역부터 넣는다. 미역을 넣고 조금 끓이다 포를 떠 소금을 뿌려둔 감성돔을 넣는다. 너무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다. 국물이 진해지기보다는 살이 부서져서 국이 흐려진다.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먹으면 된다.

국물이 생각보다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했다. 생선살도 껍질이 붙어있는 데도 전혀 이물감없이 아주 부드럽게 씹혔다. 뼈를 발라내는 수고가 없으니 훨씬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미역은 쫄깃하고 감성돔의 살은 보들보들해서 식감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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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