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셰프

- 쫄깃한 또띠아 한 입 베물면
- 콩퓌레 부드러움이 입안을 녹이고
- 담백한 닭가슴살에 압도될 때
- 김치의 새침한 한마디 "나도 있어"

요리사 아빠의 간식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거기에 응답하듯 파크하얏트호텔부산의 김재환 셰프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라며 '김치 브리또'를 내놓았다. 김 셰프는 연회 담당으로 휴일은 거의 일터에 있어 주로 평일에 6살, 4살 남매와 놀아준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 김치 브리또 하나면 한 끼 식사도 되니까 아내도 무척 환영한다"고 했다.

닭가슴살은 길게 잘라 시중에 파는 머스타드를 바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머스타드에 미리 재우면 잡내도 없어지고 풍미도 살아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불에 올려 팬을 가열하면 약간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스모킹 포인트라고 부르는 데 그때 머스타드를 바른 닭가슴살을 넣고 구워준다. 겉은 노릇하게 하되 속은 잘 익어야 하므로 표면의 색깔이 나기 시작하면 프라이팬의 뚜껑을 덮고 중불로 둔다. "그려면 팬에서 생긴 수분이 증발하지 않고 닭가슴살 속에 머무르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되 속은 촉촉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김 셰프는 "집에서 만들 때는 너무 번거롭거나 어려우면 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나도 집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김치는 묵은 것이든 덜 익은 것이든 크게 관계 없다. 양념도 털어낼 필요 없이 물기만 꽉 짜주면 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열한 뒤 양파와 함께 볶아준다. 두 재료의 수분을 날려 준다는 느낌으로 살짝만 볶으면 된다. 이 때도 소금과 후추로 약간만 간한다.

또띠아가 축축해 지는 것도 방지하고 전체 맛을 하나로 모아주는 비결은 흰콩이다. 흰콩은 삶아서 써도 되지만 통조림을 써도 무방하다. 통조림 흰콩을 쓸 때는 꺼내서 찬물에 한번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쓰면 된다. 으깰 때는 숟가락이면 충분하다. 곱게 으깬 흰콩을 '퓌레'라고 부른다. 양식 메뉴판에서 퓌레라는 단어를 보면 '재료를 삶아서 으깨거나 곱게 갈아 놓은 되직한 죽같은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도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 준다.

속재료 준비가 끝나면 도마 위에 또띠아를 놓고 흰콩 퓌레를 한 숟가락 떠서 펴 바르고 그 위에 볶은 김치와 양파, 구운 닭가슴살, 치즈를 넣고 김밥 말듯 말아준다. 양 끝은 선물포장할 때처럼 안으로 접어 넣고 속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한다. 이어 기름 없이 달군 팬에 올려 속의 치즈가 약간 녹을 정도로만 앞뒤로 구워 준다. 먹을 때는 김밥 썰듯 도톰하게 썰어서 접시에 썬 표면이 위로 가게 담는다. 또띠아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큰 전병이다. 마트에서 냉동 또띠아를 많이 팔기 때문에 사다가 냉장실에 넣어서 해동한 뒤 사용한다.

또띠아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소스는 과카몰리다. 아보카도를 으깨고 레몬즙, 토마토 등을 넣어 만든 소스로 나초와도 잘 어울린다. 상큼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아보카도는 낯선 식재료이긴 하지만 길을 들이면 여러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캘리포니아롤 위에 얇게 썰린 연두색 과일 같은 형태가 가장 익숙하다. 하지만 햄버거에도 넣어 먹거나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후숙과일로 익지 않은 것을 생으로 먹으면 배탈이 난다. 따라서 급하게 생 아보카도를 써야 한다면 껍질을 벗긴 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다가 쓰면 된다. 아보카도를 맛있게 먹으려면 구입 후 사과와 함께 랩으로 싸서 실온에 이틀 정도 두면 잘 익은 상태가 된다. 아보카도는 표면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살짝 들어가는 정도면 익은 상태다.

사과는 익으면서 에틸렌이라는 무색무취의 기체를 내뿜는다. 이 기체는 식물이 잘 익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바나나 같은 과일은 전혀 익지 않은 녹색 상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이 에틸렌 기체를 쏘여 익힌 뒤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사과가 많이 내뿜는 기체라 사과와 다른 과일을 한 곳에 보관하면 다른 과일이 빨리 물러지거나 익어버려 먹을 수 없게 된다.

아보카도를 손질할 때는 둥글고 큰 씨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반으로 갈라야 한다. 그리고 씨는 칼날로 콕 찍으면 쉽게 빠지지만 잘 익지 않았다면 씨가 빠지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으로 가른 아보카도는 다시 길게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파내면 된다. 잘 익은 과육은 부드럽게 물러져 있어 손쉽게 껍질을 제거할 수 있다. 과육만 꺼내 으깬 아보카도에 방울토마토는 4등분하고 양파는 잘게 다져서 섞는다. 레몬즙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면 과카몰리가 완성된다.

속이 꽉 찬 김치 브리또는 담백함 그 자체다. 흰콩 퓌레가 부드럽게 전체를 감싸고 닭가슴살도 촉촉하다. 간간히 씹히는 양파와 김치가 물렁한 요리에 살캉거리는 식감을 더한다. 과카몰리를 조금 떠서 얹어 먹으면 상큼함과 담백함이 교차돼 잘 어울린다. 시큼한 사워크림도 마찬가지다. 김치 브리또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시큼한 소스와 만나 균형을 이룬다.

	과카몰리

▶김치 브리또 재료 : 또띠아 2장, 김치 120g, 닭가슴살 100g, 머스타드 20g, 양파 50g, 흰콩 100g(통조림도 무방), 체다치즈 2장, 올리브유 1큰술, 사워크림 50㎖

▷아보카도 과카몰리 재료 : 아보카도 2개, 레본 반 개 혹은 레몬즙, 방울토마토 5개, 적양파(흰양파도 무방) 반 개, 타바스코 소스 , 설탕 약간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