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는 내연삼용추를 그린 같은 해에 자신이 현감으로 있던 청하읍성도 화폭(그림)에 담았다. 청하현의 진산인 호학산(呼鶴山·540m)이 잘 보이도록 동쪽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구도를 잡았다.

엷은 먹으로 산의 윤곽을 그린 뒤 미점(米點)을 찍어 숲을 표현했다. 성안은 동헌과 객사 구역으로 나뉘어 기와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객사 구역의 큰 누각은 '해월루(海月褸)', 동헌 이름은 칠정헌(七政軒)이다.

읍성 밖 아래쪽에는 제법 울창한 솔숲 두 곳이 있다. 먹을 듬뿍 적신 붓을 옆으로 놀려 짙고 엷은 번짐 효과를 통해 엽상(葉狀)을 표현한 뒤 나무줄기를 죽죽 내리그었다. 겸재 특유의 송림 화법이 돋보인다.

'청하읍지'에 따르면 1427년(세종 9)에 쌓은 청하읍성은 둘레 1353척(약 410m), 높이 9척(약 2.73m)이다. 읍성의 흔적은 지난 16일 방문한 청하면 덕성리 청하초등학교와 일부 민가의 담장 아래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청하향교에서 만난 주민 이영내(73) 씨는 "읍성 흔적 외에 동헌과 객사, 누각 등 청하현 관련 유적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청하면사무소 앞에 있는 수령 500년 된 회화나무도 그림 속 풍경의 하나다. 월포해수욕장과 가까운 용산(203m)에 오르면 청하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들은 넓고 고즈넉하며 마을은 평화롭다. 그림 속 호학산은 물론 내연산도 보인다.

이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