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그랜드호텔 김순기 총주방장이 데친 나물과 밥을 비벼 봄나물 연어비빔밥을 완성하고 있다.

- 파릇 봄나물·촉촉 연어살에
- 상큼한 금귤청·달래장 환상
- 나물 살짝 데쳐 풍미 살리고
- 연어 맛국물에 담궈 비린내 빼
- 잃어버린 입맛과 기운 살아나

오감 중에 계절을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미각이지 싶다. 특히 '봄맛'은 각별하다. 특유의 푸릇푸릇한 기운이 생동하는 까닭이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김순기 총주방장은 '봄나물 연어비빔밥'으로 봄맛 체험을 제안했다.

그는 "통상 베테랑 주부가 아니면 대부분 나물 만드는 걸 어려워 하는데, 향기 좋은 나물은 살짝 데치기만 해도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향기로운 봄나물이지만 데치고 각종 양념을 넣어 무쳐야 진짜 나물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30년 경력의 김 총주방장은 "나물류는 양념이 강하면 본맛을 즐기기 어렵다"며 "나물이 지닌 본연의 힘을 믿어보시라"고 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연어도 장만하기 어렵지 않다. 포를 뜬 생연어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 연어를 물과 레몬, 녹차잎, 연두 맛술이 들어간 맛국물에 3~4시간 푹 담가 놓는다. 연어의 비린내도 제거하고 살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 상태로 냄비에 넣어 아주 약한 불로 끓여서 연어의 표면이 익었다 싶으면 건져낸다. 연어를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져서 풍미가 없다. 속까지 다 익히면 퍽퍽해지므로 끓일 때 주의해야 한다. 부글부글 끓으면 안 되고 물에서 기포가 한두 방울 생기면 불을 끄고 물속의 남은 열로 연어를 익힌다. 그래야 비빔밥에 넣고 비볐을 때 촉촉하고 부드럽게 풀어진다.

달래장

봄나물 연어비빔밥의 포인트는 달래장이다. 간장이나 고추장이 안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식초와 참기름에 레몬이나 유자즙을 섞은 뒤 실온에서 5일 정도 숙성한 것에 달래를 잘게 다져넣었다. 미리 만들어 둬야 하므로 손이 평소보다는 더 간다. 하지만 실온에서 발효시킨 뒤 냉장고에 넣어 두면 두고두고 활용가치가 높으므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하다. 삼치 같은 담백한 생선을 구운 뒤 뿌려 먹거나 찍어 먹어도 찰떡궁합이다.

또 다른 비결은 금귤청이다. 금귤은 생으로는 많이 먹기 힘들다. 특유의 향이 강하기도 하고 아린 듯한 뒷맛도 있어서다. 이런 금귤을 이용해 잼을 만들 듯이 설탕과 물을 넣고 끓여 청으로 만들어 잼 대신 이용하면 좋다. 플레인 요거트에 넣어 먹어도 좋고 잘게 다져 구운 바게트빵 위에 올려 브루스게타로 만들어 먹어도 별미다. 설탕물에 끓이면 향기는 부드러워지고 아린 맛은 사라지며 강한 신맛도 중화돼 향긋함만 남는다. 잼처럼 많이 달지도 않다. 건강에 좋은 곡물빵이나 발효빵들은 대체로 식감이 목이 멜 정도로 빡빡한데, 그런 빵을 금귤청에 찍어 먹으면 씹기가 수월하고 맛도 더 좋다.

짠맛이 없어 비빔밥의 맛이 다소 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달래의 향기와 발효된 식초의 부드러운 신맛, 참기름의 고소함이 합쳐져 꽉 찬 맛을 주었다. 금귤청으로 상큼하고 달콤함까지 더해졌다. 거기다 데친 두릅의 폭신함, 아삭한 냉이뿌리를 씹는 맛도 놓치지 않았다. 간은 나물을 데칠 때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은 것뿐이다.

김 총주방장은 "데친 나물이 가지는 다양한 향이 맛까지 지배하는 셈"이라며 "거기다 식물 자체가 지닌 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날 쓴 쌀은 엽록소밥이라고 해서 쌀 자체에 녹차 가루를 첨가해 만든 기능쌀이었다. 집에서는 백미나 현미, 잡곡 등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집에서 비슷하게 하려면 밥을 할 때 녹차잎을 조금 넣으면 비슷한 색을 낼 수 있다.

김 총주방장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비빔밥이라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는 밥은 최소한으로 하고 채소를 최대한 많이 넣어서 먹는다고 했다. 그는 간이 거의 없이 달래장이나 금귤청만으로 가볍게 비벼서 먹으면 입맛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봄나물 연어비빔밥

■재료

연어

봄나물 : 유채, 냉이, 땅두릅, 미나리, 방아, 깻잎 순, 황금팽이버섯, 영양부추, 시금치, 메밀순, 봄동(이 중 4~5가지를 넣으면 좋다. 그러나 냉이, 미나리, 시금치 등만 있어도 충분하다.)

생연어 160g, 물 1ℓ, 레몬 2개, 녹차잎 3포 (녹차 티백도 무방), 소금 60g, 연두맛술 50㎖

1)물에 분량의 레몬, 녹차, 소금, 연두맛술을 넣어 섞은 뒤 생연어를 넣어 3~4시간 담궈둔다.

2)양념물에 연어가 담겨있는 채로 70도 까지만 끓인 뒤 연어를 건져낸다. 표면만 살짝 익힌다는 기분으로 익혀야 한다.

3)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나물류를 살짝만 데쳐 꺼내 놓는다.


■달래장

식초 150㎖ 레몬 반 개, 참기름 100㎖, 달래 30g

식초, 참기름, 레몬즙을 섞어 실온에서 약 5일 정도 숙성시킨다. 밀봉할 수 있는 유리병이면 충분하다. 비빔밥 요리 당일 달래를 잘게 다져 넣으면 완성.


■금귤청

금귤청

물 350g,설탕 150g, 금귤 1㎏

1)금귤은 꼭지를 떼고 잘 씻은 뒤 팔팔 끓는 뜨거운 물에 한 번 넣었다 꺼낸다. 껍질까지 먹어야 하므로 소독 효과도 있다.

2)금귤은 세로로 반을 가른다. 물에 설탕을 넣고 끓으면 자른 금귤을 넣은 뒤 끈기가 생길때 까지 끓인다. 계피는 취향에 따라 넣거나 안넣어도 무방하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