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영지 기자

- 치즈와 주꾸미로 토핑한 피자
- 해운대 백사장·바닷속 형상화
- 비엔씨 빵에 고등어살 패티 넣은
- 버거 두개 높이 타워버거도 명물
- 느끼하다 싶을땐 맥주 한모금
- 전세계 100여종 한자리서 즐겨

'치맥(치킨과 맥주)'이 최고 궁합이라는 생각은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피자와 햄버거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의 맥주 100여 종을 피자·햄버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로컬 102'다.

이곳은 세계 각 도시의 특성을 메뉴에 접목해 눈길을 끈다. 해운대 바닷가를 형상화했다는 '로컬 해운대 비치 피자(사진)'는 절반은 하얗게 치즈가 덮여 있고, 나머지 절반에는 군데군데 붉은 소스를 뿌려놓고 주꾸미를 올린 하프 앤 하프 피자로 한꺼번에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다. 이영석 대표는 "치즈가 덮인 부분은 해운대 백사장을, 주꾸미가 있는 쪽은 바닷속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햄버거빵 4개에 쇠고기, 고등어, 닭가슴살 등 패티가 들어간 '해운대 마린시티 타워버거'. 2~3인용으로 푸짐하다.

나머지 절반인 치즈피자는 3가지 치즈가 들어가 고소함이 살아 있다. 고소함이 과하다 싶을 때쯤 매운 피자를 한쪽 먹게 된다. 태국의 매운 고춧가루를 토마토 소스에 섞어 만든 이 피자의 첫 맛은 그다지 맵지 않지만, 2~3초 지나면 목구멍에서 매운맛이 치고 올라온다. 그럴 때 다시 치즈 피자를 한입 먹으면 매운 맛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래도 매운 맛이 가라앉지 않으면 밀크 셰이크를 추천한다. 매운맛을 완화할 뿐 아니라 감자튀김과도 잘 어울린다. 뜨거운 감자튀김을 차가운 셰이크에 찍어 먹으면 겉은 더 바삭해지고 속은 부드러워진다.

로컬 102만의 독특한 메뉴는 '해운대 마린시티 타워버거'다. 햄버거 두 개를 올려 쌓은 타워버거는 높이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해체한 뒤 한 조각 썰면 빵의 부드러움에 놀라게 된다. 빵은 부산의 명물 빵집 중 하나인 '비엔씨'의 빵을 쓴다. 하나는 참깨빵, 다른 하나는 오징어 먹물빵이다.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해 빵만 먹어도 맛있다. 거기에 쇠고기만 200g넣어 만든 햄버거 패티와 아메리칸 치즈가 더해지면 만족감이 커진다. 오직 쇠고기에 몇 가지 양념만 한 패티인데도 입안에 풍미가 가득하다. 느끼하다 싶으면 가게에서 직접 만든 피클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겹겹이 쌓인 햄버거 속을 탐험하려면 아직 멀었다. 고등어살로 만든 패티는 놓칠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매니저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고등어가 아닌 참치인가 할 정도로 비린내가 없고 고소했다. 고등어 통조림을 사용하는 게 비결이다. 생선가시 염려가 없고 잡내도 해결할 수 있다. 고등어 패티는 달걀물과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데 두께가 2㎝ 정도로 두툼하다. 뜨끈하고 고소한 고등어 패티와 부드러운 빵의 궁합도 쇠고기 패티 만큼이나 좋다.

로컬 102 내 보틀숍에선 100여 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로컬 102에선 수제 생맥주와 함께 갖가지 세계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가게 안에 보틀숍(Bottle Shop)을 따로 마련한 것도 이색적이다. 병맥주만 파는데, 자신이 원하는 술을 사서 테이블로 가져와 마실 수 있다. 물론 사 갈 수도 있다. 수제 생맥주는 강원도 횡성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네 종류가 있다. 기자는 흑맥주와 인디아 페일 에일을 맛봤다. 인디아 페일 에일은 홉의 향이 강해서 마시고 나면 꽃이나 과일향이 감돈다. 맛이 쌉싸름한 게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이곳에는 접하기 힘든 벨기에 맥주 '몽크스 카페' 등도 준비돼 있다. 이 맥주는 와인 향기가 나지만 맛은 식초를 탄듯 시큼한 게 인상적이다. (051) 74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