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소반 정식 한 상

- 상큼한 샐러드로 입맛 돋우고
- 고슬고슬 갓 지은 백미·잡곡밥에
- 콩나물·미역·황태국 번갈아 나와
- 시금치나물·가자미구이·굴젓…
-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린 한 상

- 그윽한 분위기, 맛 배로 업
- 물은 약초물 '몸차'만 사용

집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관련 TV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엄마의 손맛을 추억할 수 있는 집밥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나물 두서너 가지, 생선이나 고기가 들어간 구운 반찬, 국과 밥까지 차려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집밥, 집밥" 하고 외치니 엄마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맛깔스러운 집밥을 푸짐하게 한 상 차려내는 맛집을 찾아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죽림소반'이 그곳이다.

죽림소반은 해운대·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현대식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실내 곳곳에 전통 고가구와 그림이 걸려 있고, 창 한쪽에 창호지 모양의 조각보 가리개가 장식돼 있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음식점의 요리 콘셉트는 '맛있는 집밥'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물은 생수나 수돗물을 쓰지 않는다. '몸차'라는 약초물을 사용한다. 몸차는 헛개 삼백초 청미래 등 8가지의 약초를 넣어 끓여낸 물이다. 결명자차처럼 옅은 갈색을 띄지만 무향·무미하다. 이 때문에 어떤 음식에 들어가도 음식의 본래 향과 맛을 보존한다. 식재료를 씻을 때도 몸차를 사용해 불순물을 제거한다.

집밥의 핵심은 고슬고슬 갓 지은 밥 한 그릇이다. 한식당에서 방금 한 밥을 상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죽림소반에서는 주방에 압력전기밥솥 8대를 비치해 놓아 주문이 들어오면 언제든 바로바로 따끈따근한 밥을 제공한다. 이곳은 백미와 잡곡을 선택할 수 있다. 강황을 넣은 잡곡밥 정식, 연잎밥 정식으로 나눠진다. 이유를 물었더니 김나현 대표는 "백미가 주는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잡곡이나 색다른 밥을 원하는 손님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식사의 시작은 샐러드다. 샐러드 소스는 올리브 오일에 어간장과 식초를 넣어 만든다. 어간장은 콩 대신 생선을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짜지 않고 살짝 단맛이 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채 썬 사과와 잎채소들을 소스와 함께 먹으면 아삭하고 상큼한 맛이 난다. 샐러드로 입속을 씻어내고 있으면 한 상 집밥이 들어온다. 국은 콩나물국과 미역국, 황태국을 번갈아 낸다. 김 대표는 "토요일에는 전날 술 드신 분이 많을 것 같아 해장용으로 황태국을 주로 낸다"고 말했다.

반찬은 시금치나물, 파래무침, 가자미 구이, 멸치볶음, 달걀말이, 굴젓 등이 나왔다. 가자미 구이는 쌀가루를 묻혀 굽고 다진 쪽파를 넣은 양념간장을 올렸다. 정성이 보인다. 반찬 맛은 전반적으로 슴슴한 편이지만, 짭쪼름한 굴젓이 균형을 잡아 준다. 반찬은 식재료에 따라 매일 조금씩 변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매일 장을 봐 그날 요리해 그날 다 먹는다"며 당연하지만 어려운 얘기를 했다. 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안주도 판다. 오징어, 삼겹살, 떡을 넣은 오삼떡 두루치기 등이다. 당귀를 넣어 향도 좋고 술 안주로 그만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밤 10시. 죽림소반 정식 8000원. 강황잡곡밥 정식 9000원. 연잎밥 정식 1만 원. (051)731-2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