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열심히 일하지만 인정 못받는
- 인턴사원 역할 맡아 열연

- 아직 스스로 연기 만족 못해
- "내가 미례같은 사람" 생각

- 영화 흐를수록 다른 모습
- 입체적인 캐릭터 연기 행복
- 이런 변신은 언제나 환영

9년 전 '괴물' 이후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펼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는 배우 고아성이 3일 개봉하는 '오피스'를 통해 첫 스릴러 영화에 도전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오피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회사 사무실을 배경으로, 다양한 성격을 지닌 회사원들이 느끼는 강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직장인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오피스'에서 고아성은 열심히 일하지만, 상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턴사원 이미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인터사원이 느끼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리얼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반전을 이끌어낸다. 다음은 고아성과의 인터뷰.


-몇 년간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 '오피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면서 '괴물'의 '아역배우 고아성' 딱지를 떨쳐낸 것 같다.

▶'괴물'을 촬영할 때가 10년 전이니까 그동안 많이 컸고, 그 이후 작품을 많이 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괴물'의 이미지를 떨치려고 하지 않았다. 작품을 내놓는 재미도 알게 됐다.

-'오피스'는 '우아한 거짓말' 이후 선택한 영화다. 첫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므로 더 호감이 갔나?

▶지난해 '우아한 거짓말' 개봉 이후 시나리오를 받았다. 내가 스릴러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오피스'는 내 까다로운 취향을 다 잊게 해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신선한 스릴러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고, 반전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도 좋았다. 또 연기적으로도 이전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회사원들을 직접 관찰했다고 들었다. 특히, 인턴사원 역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촬영할 때 친언니와 대학 친구들이 인턴사원이었다. 그들에게 자문하고, 주변 지인들이 일하는 회사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내가 연기한 인턴사원 미례는 자의식은 높은데 자존감이 낮은 인물이어서 연민이 들었다. 촬영 중간에 '내가 미례 같은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연기했는데 별로 잘한 것 같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무슨 무기가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막연한 연민이 들기도 했다.

-영화 초반의 미례와 후반의 미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쁘다. 어떤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없는 캐릭터도 있는데, 이런 변신은 배우로서 언제나 환영이다.

-어둠 속에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 때가 있다. 혹시 촬영 중 섬뜩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그 공포의 순간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일상에서 오는 공포의 힘이 어마어마하고 대낮에서도 급습할 수 있다. 야근하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그럴 때 문득 사무실 공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하는 공간이라 정갈한 직선으로 이뤄져 있고, 파티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안에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를 보면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메시지를 의식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까 그런 측면을 부정할 수 없고, 그런 작품은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오피스'에서도 조직생활 속에 우리도 모르게 깊숙이 스며있는 폭력들을 느꼈으면 한다. 나 자신도 영화 촬영할 때 인간관계가 가장 신경 쓰인다.


# 부산 사무실서 촬영…회사원들 강박감 고스란히 전달

	스릴러 영화 '오피스'에서 반전 연기를 펼치는 고아성.

영화 '오피스'가 공포의 장소로 선택한 곳은 경쟁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 그 안에서 한 치의 물러섬과 관용 없이 치열한 경쟁이 매일 벌어지는 '회사 사무실'이다. 폐쇄적인 공간에서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참아내야 하는 스트레스는 직장 생활을 하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들일 것이다.

거의 모든 촬영이 사무실 내에서 이뤄진 '오피스'는 이러한 직장인들의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실제 부산에 있는 빌딩의 한 층을 빌려, 딱딱하고 보수적인 제일 F&B 영업 2팀의 환경을 그대로 구현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영업 부서의 슬로건인 '도전' '창의' '열정'이나 회사의 목표인 '10개 파워 브랜드 확보' '매출 40억 원 달성' 등 실제 회사에 있을 법한 소품들로 영업 2팀 직원들이 겪는 강박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공간에서는 영업 1팀, 2팀, 3팀을 분리해 구현하는 동시에 파티션마다 영업을 위한 대리점 리스트나 판촉 기획안 문서들, 사원증 같은 회사 소품들을 배치해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또 세트장 안에 탕비실까지 갖춰 실제 회사에 출근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홍원찬 감독은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티션을 활용한 색다른 앵글로 덜 지루하게 위치를 잡으려고 했다"며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을 밝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사무실을 다양한 연출을 통해 스릴감 넘치는 공포의 현장으로 만든 영화가 '오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