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별그대' 때 내용만 듣고 출연 결정
- '도둑들' 최동훈 감독·이정재와 호흡
- "일제강점기 독립군 역할 힘들었다"

이젠 편안하게 연기하는 전지현의 모습이 느껴진다.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해 온 그녀지만 얼마 전부터야 연기가 편안해지고, 연기의 재미를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사실 20대의 전지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최동훈 감독과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암살'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전지현은 "이전에는 대중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날카롭게 서 있는 듯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그 시선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고민이 없어야 집중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내가 고민이 많고 복잡한 삶을 살면 연기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결혼 이후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온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위해 모인 암살자들과 임시정부 요원(이정재), 그리고 청부살인업자(하정우)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지현은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과 친일파의 딸 미츠코, 1인 2역을 맡아 정극 연기를 보여준다.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으로부터 '암살'의 내용만 듣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전에 이미 '암살'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녀는 "이후 시나리오를 받고 두 번 놀랐다. 생각보다 여자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서 놀랐고,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 최 감독님의 전작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감독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더불어 최동훈표 영화의 색깔이 충분히 녹아 있어서 놀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암살'에서 전지현은 두 가지 연기에 도전했다. 처음 일제강점기 독립군 역할을 했으며, 1인 2역을 연기했다. 전지현은 "그 시대를 살았던 적도 없고,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하니 표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총 100회 촬영 중 80회 촬영을 해야 할 만큼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이라 더욱 힘들었다"며 안옥윤 역 연기가 만만치 않았음을 털어놨다. 또 "안옥윤과 미츠코를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옥윤이 최고의 저격수로 그려지므로 전지현은 생소한 소총과 친해져야 했다. 소총을 집에 가져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사격을 하거나 5kg에 달하는 소총을 들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액션은 전지현의 노력으로 탄생한 장면들이다. 전지현의 연기에 대해 최 감독은 "촬영 때마다 열정적으로 임하는 전지현의 온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지현이 아니었다면 안옥윤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멋지게 완성했다"고 칭찬했다. 촬영현장에서 최 감독 이외에 함께 출연했던 두 배우가 전지현을 도왔다. 영화 '베를린'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도둑들'에 함께 출연한 이정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엽기적인 그녀' 이후 다시 한 번 한류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는 전지현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도 즐기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 '색, 계' 촬영했던 세트, 1930년대 완벽 재현

영화 '암살'은 1930년대 경성과 중국 상하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중국의 10대 세트장인 상하이 처둔, 셩창, 라오싱 세트장에서 한 달여간 24회차의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처둔 세트장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색, 계' 등의 중국 영화를 촬영한 곳이며, 한국의 근현대 세트장인 7만2600㎡ 규모 합천 영상테마파크의 27배인 198만㎡에 이른다.

현재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있는 미츠코시백화점 및 경성거리는 처둔 세트장에 마련됐다. 현지에서 3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과 중국의 스태프 300여 명, 보조출연자 4000여 명이 동원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촬영된 미츠코시백화점은 3층 규모의 건물 세트에 컴퓨터그래픽으로 한 개 층을 더해 당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경성우편국, 조선상업은행, 조선저축은행 등 주변 거리의 건물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 1933년 화려했던 경성 거리를 표현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1933년 경성의 서소문거리는 경기도 고양시 오픈세트에서 진행됐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큰 규모 1만3500㎡의 오픈세트를 제작해 총 21회 차 촬영을 진행했다. 저격이 일어나는 서소문대로부터 그 당시 주유소 거리까지, 5개의 거리와 76개의 가채 건물을 재현해 '암살'에 최적화된 공간을 완성했다. 이 밖에도 옛 경성역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구서울역사에서 촬영을 진행해 의미를 더했고, 서울 종로의 운현궁, 광주 오웬 기념각 등 근현대식 건축물에서 병원, 극장 내부 등 실내 촬영을 진행해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연했다. 전지현은 "세트에 서면 마치 그 시대를 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