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드라마 '응답하라 1994'부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정글의 법칙' '집밥 백선생' 등에서 차례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손호준이 15일 개봉한 영화 '쓰리 썸머 나잇'을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쓰리 썸머 나잇'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술에 취해 부산 해운대로 떠난 세 친구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가 마약 사건에 얽히면서 조폭, 경찰,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쫓기게 되는 사흘간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손호준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해구 역을 맡았는데, 갑에게 시달리느라 고개 숙인 남자였으나 해운대의 한 횟집 여주인에게 반해 자신의 남성성을 되찾게 된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호준을 만났다.

-광주 출신인데, 영화에서는 유난히 부산 촬영이 많았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와 '바람', 그리고 이번 '쓰리 썸머 나잇'도 대부분 부산 촬영이었다.

▶광주에서 자랄 때도 부산을 좋아했다. 여름방학이면 해운대에 가고 싶었다. 결국, 고교 졸업식이 끝나고 처음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자며 해운대를 찾았다. 지금은 해운대가 친근하다.

-영화는 해운대 촬영이 많았다.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태풍 탓에 배우들보다 스태프와 보조출연자분들이 고생했다. 바람으로 해변 파라솔이 날아가서 스태프와 함께 파라솔을 계속 꽂아야 했다. 바닷물에 들어가는 장면은 10월에 촬영했는데, 뜨거운 물을 몸에 붓고 들어가서 안 추운 척하고, 나와서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했다.

-친구로 출연하는 임원희와는 띠동갑도 훨씬 넘는 나이 차가 있다.

▶고교 때 선생님이나 학부형처럼 보이는 친구가 몇 명 있었다. 원희 형이나 동욱이 형도 조용한 편이었는데, 김상진 감독님과 원희 형이 초반에 술자리를 만들어줘서 금세 편안한 사이가 됐다.

-여자에게 혈안이 된 세 친구가 비키니 차림으로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비키니가 잘 어울리더라.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연출한 김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가발을 쓰고 여자 메이크업하는 도중 서로에게 가발과 비키니를 추천하면서 장난을 치고 그랬다.

-배우 손호준 하면 아무래도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청춘'이 떠오른다. 두 프로그램은 어떤 의미인가.

▶'응답하라 1994'는 하나의 가족을 선물해준 작품이다. 지금도 당시 스태프들과 자주 만나고 유연석과는 어제도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꽃보다 청춘'은 '응답하라 1994'를 마치고 뮤지컬과 드라마로 쉬지 못하고 있을 때 받은 예기치 않았던 선물이었다. 드라마를 찍던 와중에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일주일간 여행 갔는데, 3개월 전부터 사전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

-최근에는 '삼시세끼'나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를 배웠다. 현재 요리 솜씨는 어느 정도인가.

▶어제 연석이에게 닭볶음탕과 꽁치조림을 해줬는데 깜짝 놀라더라. 연석이가 이런 모습이 낯설다고 했다. 두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쓰리 썸머 나잇' 2편을 찍는다면 어느 곳을 가고 싶은가?

▶촬영 중에 김 감독님이 2편을 찍는다면 어디서 어떻게 해야지 하곤 했다. 해외가 좋을 것 같다. 물론 관객이 많이 도와주셔야 2편도 가능하겠지만….


# 가파른 비탈·탁트인 바다…부산 풍경은 일탈 그 자체

'쓰리 썸머 나잇'은 지난해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배우와 제작진 모두 부산에 머무르며 촬영을 진행했다. 그래서 해운대부터 오륙도, 감천문화마을, 달맞이고개, 누리마루 등 부산의 명소는 물론, 포장마차 거리와 횟집 등 부산의 정취를 느낄 구석구석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 김상진 감독은 "세 남자가 화려한 일탈을 위해 떠난 부산이라는 장소적 매력과 영화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게 연출했다"고 말했다.

세 친구가 갑자기 부산행을 결정하고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오륙도다. 앞으로의 파란만장한 시련을 예고하듯 잠에서 깨어난 이들은 자동차의 주요 부품들을 모두 도난당하기에 이르는데, 이 상황에서 허망함과 코믹함은 외딴 섬 오륙도의 비주얼과 함께 어우러져 극대화될 수 있었다. 이후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추격 장면은 감천문화마을, 누리마루, 달맞이고개 등 가파른 비탈길과 탁 트인 전경이 보이는 곳에서 촬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쫓기게 되는 세 친구의 긴박한 상황을 대변한다.

무엇보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해운대(사진)다.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부터 예기치 못한 해프닝으로 해운대가 발칵 뒤집히는 상황까지 모두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운대의 비키니 군단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았고, 파라솔, 바나나보트, 플라잉피쉬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코믹 요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부산 촬영에 대해 임원희는 "영화 촬영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다 같이 해운대에서 신나게 놀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즐겁게 촬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