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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나를 살게 하는 것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7-08 19:05:0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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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복이 참 많다. 지난해 제작했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부터 뉴욕페스티벌 금상까지 큰 상을 두루두루 받았으니 말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북한의 한류열풍. 현장 취재를 위해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중국 단둥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취재 대부분이 드러내놓고 녹음하기에는 염려스러운 것들이어서 나름 부담을 느끼고 떠나야 했던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떠나기 전날 밤, 큰 아이는 가족들에게 염려 끼치며 왜 자꾸 위험한 취재를 하느냐고 늙은 엄마를 나무란다. 아이에게 듣는 야단이 묘하게 다가온다. 엄마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들의 타박, 기분 좋게 마음에 담고 길을 떠났다.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중국 단둥의 북·중 국경지대. 햇볕은 아주 따가왔고 민소매를 입고도 땀이 흘렀다. 중국인 브로커와 조선족 브로커의 목소리만이 적막강산의 고요함을 깨고 퍼져 나갔다. 걸음 소리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정적 속에 북한 국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 눈앞이 시리다. 북·중 국경지대 중 가장 강폭이 좁다는 압록강 지류. 서너 걸음이면 뛰어 넘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지류 앞에서 방심한 상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경계를 서던 북한 군사와 마주쳤다.

"뉘기야, 어케 왔어? 여기…" 의심의 눈초리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온다. 다급한 상황에 우리의 말문을 가로막은 중국인 브로커는 국경 근처에 사는 농부로 관광이라는 핑계로 그들을 안심시켰지만 긴장한 눈빛은 그대로다.

순간, 가방 입구에 감춰둔 녹음기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촉각이 곤두섰다. 눈치껏 시선을 내려 보니 녹음기는 잘 돌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입이 바짝 마르는 긴장감 속에서도 마음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갓 스물이나 됐을까. 어린 병사들은 겨울 군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 돌아서는 길, 마음이 편치 않다.

단둥에서 만난 북한식당의 종업원들은 한국 가수 비의 소식에 열광했다. K-pop에도 능숙하다. 한국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한국화장품이며 한국영화, 한국가수에 열렬히 반응한다.

한류는 음악이나 드라마를 넘어 패션과 생활용품으로도 북한 지역 이곳저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조국의 분단이 만들어 낸 특별한 다큐멘터리로 뉴욕페스티벌 시상식에 참석해서 나는 수상소감 앞에 목이 메었다.

"북한과 관련한 특별한 다큐멘터리로 오늘 이 상을 받습니다. 아시다시피 나의 조국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남과 북. 저에게 꿈이 있다면 저의 조국의 통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상은 저에게 더 특별한 의미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내 삶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방송PD는 제작 현장에서 심장이 고동친다. 비장한 사명감마저 느끼는 보람. 이건, 나이와 상관없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들뜨게 하는가? 오늘 내 삶에 힘을 주는 그 무엇을 다시 돌아보는 순간이다. 나를 살게 하는 그 무엇을.

유정임 FM90.4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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