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해변은 3.5㎞ 뻗은 화이트비치

- 음료·마사지와 함께 달콤한 휴식

- 연인과 함께라면 한적한 푸카쉘비치

- 줄낚시·스노클링은 색다른 추억으로

- 어둠이 깔리면 이색 클럽투어까지

◇ 해가 뜨면 에메랄드빛 천국

오후 6시. 낮 동안 힘자랑을 하던 태양이 지친 몸을 바다로 내려놓으면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질세라 낮게 떠 있던 구름도 화산이 폭발하듯 산호 보라 노랑 등 온갖 빛깔을 내뿜고, 해변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도 한가득 홍조가 오른다. 이윽고 태양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나면 하늘엔 별이 더욱 빛을 발하고 바다에서는 달빛이 물결 위로 춤을 춘다. 열기가 가신 자리에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필리핀 보라카이 해변의 일몰 풍경이다. 낭만으로 흠뻑 취하는 보라카이의 '데이 앤드 나이트'를 소개한다.

■보라카이 3대 비치

보라카이의 메인 무대는 단연 화이트비치. 이름만큼 새하얀 모래가 반짝이는 백사장과 에메랄드빛을 내뿜는 맑고 투명한 바다가 압권이다. 여기에 높게 자란 야자수와 바다 위 돛을 올린 세일링보트, 파도소리가 더해지면 '지상 낙원'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특히 맨발로 해변을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차갑고 매끄러운 모래가 스며들면서 발등을 포근하게 감싸줘 산책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섬 서쪽에 길게 뻗은 3.5㎞의 이곳 해변에는 레스토랑 해양스포츠숍 등이 늘어서 있어 배를 채우고 쇼핑하기에 좋다. 백사장 선베드에 누워 산미구엘, 망고슬러시를 마시거나 오일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세일링보트 스쿠버다이빙 등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400m가량 이어진 최대 번화가 디몰(D'mall)에는 각종 식당과 상점이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화려한 해변이 부담스럽다면 푸카쉘비치로 가보자. 이효리의 망고음료 CF로 유명해진 이곳은 한때 누드비치였다고 해서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그저 그만이다. 화이트비치 반대편에 있는 블라복비치는 1년 내내 크고 강한 바람이 불어 패러세일링 카이트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몸 담그면 투명빛 해저탐험

■짜릿한 해양레포츠

'부아아아앙~'. 보라카이 여행자의 심장을 더 강렬하게 뛰게 할 엔진 소리다. 바다 저 멀리 나가 해양체험을 즐기는 호핑투어도 방카보트의 이 엔진 소리로 시작한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변에서 멀어지다 백사장이 희미하게 보일 때쯤 시동을 끄고 줄낚시에 돌입한다. 배의 양 끝에 줄줄이 앉아 낚싯줄 끝에 무거운 추와 미끼 2개를 끼워 물속으로 내려보내면 끝. 7m 수심에도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바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가 까맣게 움직이고 있지만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우리 일행이 잡은 물고기는 회로 떠 점심에 곁들여졌다.

준비한 미끼가 동나면 줄낚시를 끝내고 호핑투어의 백미 스노클링에 들어간다. 간단한 장비설명을 듣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입수하는데, 이곳 바다의 염도는 한국의 4배 정도라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쉽게 물에 뜬다. 이렇게 바다에 몸을 맡긴 채 물속으로 고개를 밀어 넣으면 깨끗한 시야에 한 번 감탄하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지나가는 물고기에 두 번 놀란다. 여기에 바닷물결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바닥에 일렁이면 최면에 걸린 듯 환상적인 광경에 넋이 나갈 정도다. 그 후 개인 소유 섬인 크리스탈코브에서도 한 차례 더 스노클링을 즐겼다. 이곳에서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낮은 동굴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잠수하는 게 무섭다면 세일링보트를 추천한다. 세일링보트는 커다란 돛을 단 무동력 보트로, 하늘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우면 보라카이의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석양으로 온 세상이 붉게 물들 때 바다로 나가면 고요함 속에 찰랑거리는 물결소리와 그 파동이 몸에 전해지면서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한낮의 세일링도 코발트빛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바다에 이는 물보라처럼 느껴져 청량감을 준다.

버기카, ATV(사륜 오토바이)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해안을 조망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오토자동차와 운행법이 같아 쉽게 몰 수 있다. 울퉁불퉁한 길의 질감에 따라 몸이 마구 튕기고 흔들리면서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요란한 엔진소리만큼 먼지가 심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한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루호산전망대에 오르면 보라카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목이 마르다면 이곳에서 망고슬러시를 한잔하는 것도 추천한다.

◇ 해가 지면 와인빛 로맨스

■낮보다 화려한 밤

뜨거운 태양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화이트비치는 여유로운 낮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화려한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몸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와 관광객을 유혹한다. 깊은 밤에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웨이브 에픽 썸머플레이스 등의 클럽 투어를 하는 것도 보라카이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출입에 제한이 없어 한국처럼 나이나 옷차림 때문에 출입을 거부당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클럽 앞 해변 테이블에서 남은 흥을 발산해도 괜찮다.

조용한 밤바다에 취하고 싶다면 바다 가까이 백사장에 앉아 쏟아지는 달빛과 파도소리를 안주 삼아 산미구엘을 마시는 것도 운치 있다. 밤에도 사람들이 붐벼서 치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몇몇 식당에서 펼치는 공연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그곳 직원들이 직접 해변으로 나와 춤을 추는 게 이채롭고 전문배우가 아닌데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쳐 깊은 인상을 준다.

낮 일정으로 피곤하다면 마사지를 받고 몸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여느 동남아 지역처럼 마사지 비용이 저렴해 흥정만 잘하면 300~400페소(우리 돈으로 1만 원대)로도 전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사지는 해변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다. 좀 더 좋은 마사지를 받고 싶다면 고급 스파를 찾으면 된다.

# 필리핀항공 주 2회 부산서 정기편  

◇ 가는 길

보라카이는 자신의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만큼 섬으로 들어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직항노선으로 움직이면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비행기로 3시간, 이어 필리핀 칼리보 공항에서 카티클란 선착장까지 1시간30분, 그리고 배로 15분을 더 가서야 그곳을 밟게 된다. 높은 기온에 대기시간까지 포함한 장시간 이동으로 몸은 지치기 마련이다. 늦은 시간 도착해 밤새 피로를 풀고 다음날부터 일정을 진행하기를 권하는 이유다. 김해공항 출발 직항노선을 운항하는 필리핀항공은 오는 21일부터 매주 목·일요일 오후 8시 정기편을 띄운다. 금요일 연차를 내면 목요일 저녁에 출발해 주말을 꽉 채워 즐길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꿀 같은 스케줄이다. 일요일 출발은 신혼여행객에게 딱 이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목·일요일 오후 1시에 있다. 다음 달 20일부터 성수기 한 달간은 주4회(수 목 토 일)로 증편한다.

# 편의점 개업…간단 먹거리는 여기서, 시장서 흥정 않으면 '호갱' 되기 십상

◇ 여행팁

-현지 상점 대부분은 문을 열어놓고 있거나 에어컨을 강하게 틀지 않는다. 정말 시원한 곳을 찾고 싶다면 디몰 입구 근처의 '별다방'(스타벅스)을  찾는 것도 괜찮다.

-기자가 보라카이를 찾은 지난달 말 이곳에는 편의점(세븐일레븐)이 처음으로 생겼다. 라까멜라 리조트 근처에 있다. 생필품과 간단한 먹거리는 이곳에서 구입 가능하다.

-수영복 원피스 슬리퍼 등을 준비할 시간이 없거나 깜빡 잊었다면 이곳 디몰에서 싼값에 다양한 물건을 살펴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디몰, 해산물시장인 디딸리빠빠 등에서 물건을 살 때는 흥정이 필수다. 기자는 '플립플롭'(슬리퍼 종류)을 1000페소(우리 돈 3만5000원 정도)에 사고도 발이 까졌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은 5달러(5500원 정도)에 질 좋은 신발을 구입했다.

취재지원=필리핀항공 (www.philippineair.co.kr) 1544-1717

보라카이= 글·사진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