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형적인 스타일을 깨는 다채로운 스파이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상반기 600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정통 스파이 영화의 공식을 변주해 새로움을 줬다. '플랜 B'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등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해 웃음을 주곤 했던 여배우 멜리사 맥카시를 주인공을 내세운 '스파이' 또한 기존 남성 중심의 스파이 영화의 틀을 벗어난 신선한 영화다.

현장 요원들의 근무를 돕는 CIA의 내근 요원 수잔 쿠퍼는 핵무기 밀거래를 추진하는 마피아들에게 현장 요원들의 신분이 노출되자 대타로 나선다. 여기에 허당 끼 넘치는 현장 요원 릭 포드가 끼어들며 수잔의 임무를 방해한다. 수잔은 마피아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의 섹시남 주드 로와 액션의 대가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한다면 당연히 남성들의 스파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스파이'는 그런 선입견을 멋지게 비웃는다. 주드 로가 연기하는 브래들리 파인은 초반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으로 사라지고, 제이슨 스타뎀이 맡은 릭은 자신감만 넘치는 '허당' 스파이다. 이들을 대신해 뚱뚱한 몸매에 아줌마 파머 머리가 어울리는 수잔이 나선다. 멜리사 맥카시가 연기한 수잔은 기존 스파이 영화에서 봐왔던 섹시하고 세련미 넘치는 여성 스파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과연 그녀가 현장 요원이 될 수 있을까 싶은데, '스파이'는 또 한 번 뒤통수친다. 수잔은 요원 훈련 때 누구보다 뛰어난 총솜씨와 격투기 실력을 보여줬다. 다만 훈남 브래들리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내근을 택했을 뿐이다.

혹시 수잔의 외모 때문에 코믹함만 강조한 영화가 아닐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스파이'는 코믹에 액션까지 갖췄다. 수잔은 엔진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부다페스트의 거리에서 추격전을 펼치고, 헬리콥터에 매달려 악당을 쫓는다. 레스토랑 주방에서는 각종 요리도구와 식재료를 이용해 멋진 액션까지 선보인다. 액션 사이에 멜리사 맥카시 특유의 재치 있는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하며 웃음을 주고, 스파이 영화답게 후반부에는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남성 중심의 스파이 영화를 여성 스파이 영화로 멋지게 변주한 '스파이'는 남성은 물론 여성 관객도 흥겹게 즐길 수 있다.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