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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나는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4-29 19:43:3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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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혹여 찾아들지 모르는 춘곤증에 대비해 두 눈을 더 크게 뜨고 핸들을 부서지라 꽉 부여잡고 자동차 오디오의 볼륨을 한껏 올려본다. 차 안은 강한 비트와 리듬으로 가득하다. 신나게 콧노래 몇 자락이 저절로 나올 즈음, 목청 높여 몇 소절을 따라 부르다 말고 갑자기 한 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멋쩍었다. 갑자기 끼어든 자동차 한 대. 생각도 못 한 틈에 끼어든 불청객 때문에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거친 한마디. 격하게 튀어나온 말투는 공손하지 못하다. 짜증 섞인 몇 마디를 덧붙이고는 속풀이를 하고 있는데 아뿔싸 한 곳에 또 시선이 멈추었다. 또 멋쩍었다. 블랙박스다.

나는 운전을 하며 차 안에서 혼자 참 잘 논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을 듣다가 구시렁구시렁 몇 마디 혼자서 대꾸하기도 하고 음악에 취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혀를 꼬아 우리 영어방송의 볼륨을 높여 영어발음을 열심히 연습하기도 한다. 그렇게 힐링하며 운전하던 내가 요즘은 참 조용히 운전한다. 몇 달 전에 설치한 블랙박스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 희한한 시집살이가 기가 막힌다. 고작 기계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작은 네모상자 안에는 차 안에서 벌어지는 나의 모든 소리가 고스란히 녹음되고 있다. 누군가와의 대화, 혼자 중얼거리는 몸부림, 이런저런 이야기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가동되고 있는 이 편리하고 눈물겹게 고마운 블랙박스가 나의 자유를 구속할 줄이야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한때 구글의 스트릿 뷰를 놓고 사람들은 감동했다. 이런 신세계가 어디 있을까 싶은 마음에 어릴 적 살던 동네는 물론 헤어진 애인이 살던 도시까지 샅샅이 뒤지며 환호하다가 끝내 걱정을 안아야 했다. 결국 이 신세계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뒤탈이 많았고 지금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1층에 사는 나는 현관문을 여닫을 때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달린 CCTV를 향해 어색한 인사를 한다. 나의 행동을 뻔히 지켜보고 있는 CCTV. 가끔은 뒤통수가 섬뜩하다. '은밀하다'라는 단어는 숨어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극명해진 세상, 사람들은 더는 은밀한 감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좋으면 빨리 말하고 아니면 빨리 갈라선다. 자판 몇 개만 두드리면 누구라도 홀라당 벗길 수 있는 세상 속에서는 감정마저 은밀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너무 빨리 드러난다. 내 감정 속에 내가 없다. 내가 아는 나보다 남들이 더 많이 아는 나 때문에 상처받을 일도 많아졌다. 블랙박스는 차 안에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신경 쓰고 있다. "어머! 아저씨! 끼어드셨네! 조심 또 조심! 후후." 아무래도 점점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가는 것 같다.

유정임 FM 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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