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 보여주려 몸 만들고
- 검술·승마도 배워야 했죠
- 러브신은 감정연기 중 하나
-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 존재감 부각하기 힘들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새롭고 독특한 역할로 관객의 지지를 받는 신하균이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 그것도 '19금' 사극이다.

'순수의 시대'는 정도전의 사위이자 개국 공신인 김민재 장군(신하균), 쾌락만 좇는 김민재의 아들이자 부마인 진(강하늘), 그리고 개국을 일군 왕자지만 세자 책봉을 받지 못한 이방원(장혁), 그리고 복수를 위해 민재에게 접근한 기녀 가희(강한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하균은 1998년 '기막힌 사내들' 이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으며, 2010년 이후는 드라마 '브레인' '내 연애의 모든 것' '미스터 백'과 영화 '고지전' '도둑들' '런닝맨' '빅매치' 등에 출연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의 필로그래피에는 사극이 없었는데, 이번 '순수의 시대'에서는 '배우 신하균'의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순수의 시대'는 첫 사극이다.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한 남자의 순정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멜로의 축이 마음에 들었다. 또 처음 출연하는 사극이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과 19금 영화로서 매력을 충분히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처음 사극을 하고 나면 다들 힘들었다고 말한다. 역시 어려움을 톡톡히 느꼈을 것 같다.

▶종합선물세트였다. 한복을 입고, 수염을 붙이고, 상투도 틀었다. 액션도 있어서 몸도 만들고, 검술과 승마도 배워야 했다. 촬영 중에 창에 찔려서 손이 찢어지고, 발톱이 빠지기도 했다. 엔딩의 액션 장면은 120합이 넘어서 외우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농도 짙은 러브 신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인데 많은 것을 했다.

-이전 영화들에서 액션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검술이나 승마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3개월 정도 준비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한 달은 무술, 두 달은 승마를 배웠다. 검술은 몸을 쓰는 운동을 잘 안 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어설펐는데 반복하다 보니 몸에 익었다. 동물을 좋아해서 승마가 잘 맞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순수의 시대'에서는 '센' 러브 신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러브 신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감정 연기 중 하나다. 몸의 언어다. 처음 시나리오 보고 이왕 촬영하는 거 잘 찍고 싶었다. 안상훈 감독님은 정확한 콘티를 가지고 찍었고, 특히 얼굴의 느낌이나 시선에 집중하길 바랐다.

-김민재 장군은 여진족 어머니를 두고 있고, 아들 진은 친자식이 아닌 무사다. 그러는 가운데 가희에게 순정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항상 연기는 어렵다. 김민재는 감정 표현을 안 하고 대사가 적어 상대적으로 강해 보이는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영화의 제목에 있는 '순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의 순수 개념은 솔직하다는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인물들은 권력에 대한 야망이나 개인의 욕정, 복수를 좇는 본성이 순수하다. 김민재는 이런 것들과 차별되게 본인에게 결핍된 사랑을 위해 순수하게 달려가는 인물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서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달려가는 마음을 관객이 느꼈으면 한다.

-올해 연기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런 작품이 적기는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독특한 캐릭터를 좋아한다. 앞으로 연기할 시간이 많으니까 언제든지, 어떤 역할이든지 기다리고 있다.


# 조선초 왕자의 난 배경, 갈등구조 촘촘히 엮어

■ 스토리 구성은

영화 '순수의 시대'의 배경이 되는 1398년은 제1차 '왕자의 난'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해다. 뒷날 조선의 3대 왕 태종이 되는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 정안군 이방원이 반대파인 정도전 일파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펼친 것이다.

권력을 둘러싼 힘의 대립이 피바람을 몰고 온 왕자의 난은, 권력과 왕좌라는 하나의 목표, 지략과 능력, 무력을 가진 강한 두 세력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드라마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순수의 시대' 제작진은 정권과 병권을 한 손에 장악한 정도전의 직책이었던 오늘날의 군 총사령관 자리에 가상의 인물 김민재 장군을 앉혔다.

김민재 장군은 정도전의 사위이자, 이방원과는 조선 개국 과정에서 말 머리를 나란히 했던 동지다. 따라서 개국 후 미묘하게 갈라지는 둘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왕자의 난'이 가진 드라마는 더욱 촘촘해진다. 게다가 신분제 사회 조선에서 오랑캐인 여진족 어미의 소생이라는 그의 태생적인 콤플렉스는 김민재 장군을 이방원에 못지않은 입체적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도전의 외손이자 김민재의 아들, 그리고 태조의 딸 경순공주의 남편으로 또 하나의 가상인물인 진을 보태 갈등구조를 만들었다.

'순수의 시대'를 완성한 것은 이들 사이에 놓인 가상의 여인 가희로, 가희를 중심으로 조선 개국 초기라는 역사의 무대에서 서로 다른 욕망을 좇는 네 사람의 드라마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