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은 기본재산이라는 부동산 즉 시설을 사고 팔지 않으면 매매가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실상은 '시설매매'로 성립된 것인데 이 매매를 '법인운영권의 양도'란 이름으로 포장해 사회복지법인의 주인 바꾸기를 보여준 판례가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13년 12월 사회복지법인의 임원 선임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청으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 판례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매매에 관해 죄가 있다"는 광주지법의 판결(2010.11.17 선고)을 뒤집어 '시설매매' 행위를 '법인운영권의 양도'란 이름으로 인정한 것이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법인운영권의 양도'를 처벌·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대신 법인을 운영하던 대표이사가 법인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법인의 운영권을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를 양수인으로부터 운영권 양도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지급받는 것은 법인존립의 기본재산의 소유권에 아무런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판례를 두고 복지계는 '기본재산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인 존립의 실체인 기본재산의 크기에 비례한 금액을 주고받는 뒷거래를, '운영권 양도'로만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법인운영권의 양도'를 '임원교체의 순리'로 본 것에 대해, '법인매매의 관행'을 법이 눈감아줬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복지계 전체를 부끄럽게 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형제복지원의 '법인대표 등 이사의 변경'은 이 판례와 닮았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감독관청으로부터 받은 '법인재산의 정상화' 등 행정명령을 순리대로 수행하기보다는, 경제적 편익을 얻고 기본 재산에 대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운영권의 양도'라는 형식으로 법인의 실체인 재산권 등 모두를 원매자인 A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복지계 종사자로서 형제복지원 사태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형제복지원은 시설 매매설이 나오던 지난해 5월 27일 이전에라도 "A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해 사고를 수습하겠다"고 결의하고 감독관청에 '기본재산 복구방안' 등의 계획을 제출해 '행정명령수행 부진에 따른 행정처분유예'를 청원하는 행정절차를 밟아야 했다. 무엇보다 A씨가 감독관청인 시가 내린 '법인설립 허가취소 및 해산명령'에 대해 '처분취소' 소송을 진행하면서 갑자기 법인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법인운영권을 매매나 양도하라'는 규정도 없다. 따라서 '법인시설의 매매'를 '운영권 양도'로만 인정한 법 해석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인의 유상 양도를 엄격하게 금지·처벌하는 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주경중·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소장